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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Jun 26. 2022

6월 26일 강민준의 하루

모기

지금 시간은 일요일 오후 10시. 

내일 아침부터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오늘 일찍 자기로 했다. 주말이 일찍 끝나는 것이 아쉬웠지만 내일 오전 4시에는 일어나야 내일 일정을 소화할 수 있었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일찍 잠을 청했다. 

잠을 자는 데 있어서 내가 가진 축복은 머리만 대면 어디서든지 바로 잠들 수 있는 능력이었다. 그래서 잠을 자는 데는 그리 오랜 기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잠을 자는 데 있어서 내가 가진 저주는 잠귀가 지나치게 밝다는 것이었다. 아주 작은 소리에도 매우 예민하게 반응했다.

얼마나 잠을 잤을까? 내 귓가에 모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바로 잠에서 깼다. 하지만 아직 잠에 취한 상태였다. 나는 모기 소리를 무시하기로 했다. 소리가 들리는 것이 거슬려서 이불을 귀까지 다 덮고 옆으로 누워서 잤다. 그렇게 하면 모기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시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번에는 발바닥이 너무 가려웠다. 아마 모기가 나를 문 것 같았다. 나는 발바닥을 침대 끝자락에 의지하여 긁기 시작했다. 그래도 너무 가려웠다. 그러는 사이 나는 잠이 깼다. 머리맡에 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니 오후 11시였다. 다시 잠이 들기에 나쁘지 않은 시간이었다. 어느 정도 가려움이 멈추자 나는 다시 이불로 귀를 덮고 잠들려고 했다. 

다시 시간이 흘렀다. 여름에 이불을 뒤집어쓰니 더워서 미칠 것 같았나 보다. 나도 모르게 이불을 걷어차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모기는 다시 내 귓가를 앵앵거렸다. 그 소리를 참을 수 없어서 나는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바로 방 불을 켜고 모기를 찾았다. 모기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모기를 찾던 나는 다시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11시 15분이었다. 이젠 잠에서 완전히 깬 상태가 되었지만 모기를 잡고 다시 누우면 어렵지 않게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지금은 모기를 찾아야 했다. 

하지만 모기는 자취를 감추었다. 방 문을 닫고 잤기 때문에 모기가 어디로 도망갈 수는 없었다. 작은 문 바닥 틈으로 나갈 수 있지만 모기가 그 정도로 이동한 것 같지는 않았다. 나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모기가 숨어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침대 머리 근처를 샅샅이 뒤졌다. 모기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그때 내 눈 주위로 무언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바로 모기였다. 나는 손을 휘둘러 모기를 잡으려고 했지만 택도 없었다. 

모기를 잡기 위해서 현재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았다. 모기의 루트를 정확히 파악해 손을 휘둘러서 주먹을 쥐어 모기를 잡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방금처럼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또 하나는 쉬고 있는 모기를 때려잡는 방법이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보다 더 확실한 방법이 있었다. 바로 전기모기채였다. 작년부터 쓰고 있는 효과가 굉장히 좋았다. 

문제는 전기모기채가 지금 이 방에 없다는 것이었다. 모기채는 현관 쪽에 있었다. 전에 현관 쪽에서 모기를 잡고 다시 방에 넣는 것을 까먹은 탓이었다. 나는 방 문을 열고 모기채를 가지러 가야 했다. 그 사이 모기가 도망갈 가능성도 있지만 굉장히 빠르게 움직이면 방 문을 열고 닫을 타이밍은 생길 것이 분명했다. 나는 동선을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재빨리 문을 열고 닫아 현관으로 향했다. 그리고 모기채를 집어 다시 방으로 들아와 문을 닫는 게 성공했다.

빠르게 벽을 스캔했다. 나와 아주 가까운 곳에 멍청한 모기가 쉬고 있었다. 조심히 접근하자. 아주 조심히…. 나는 모기 쪽으로 향하면서 모기채의 전기를 발생시켰다. 모기의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나는 정확히 모기채를 스윙했다. 


‘팍!’


전기 소리와 함께 타는 냄새가 났다. 정확히 모기를 공격하는 데 성공했다. 나는 모기채에 붙은 모기를 확인하고 마침내 적이 패배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다시 방문을 열고 화장실로 가서 모기의 시체를 변기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물을 내려 모기의 사체를 내 눈앞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하는 데 성공했다. 

휴우…. 별것도 아닌 것이 내 잠만 망쳤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잠깐만…. 그러고 보니 화장실을 갈 때 방문을 안 닫았던 것 같은데? 

나는 뭔가 찜찜했지만 그래도 모기를 해치우는 데 성공했으니 안심하고 다시 침대로 갔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11시 34분이었다. 이 시간이면 그래도 괜찮았다. 나는 바로 잠에 들 수 있을 것이고 어느 정도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나는 불을 끄고 누워 다시 잠을 청했다.

문제가 또 생겼다. 잠에서 완전히 깬 것인지 잠이 오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눈을 감고 어떻게든 잠들려고 했지만 잠들 수가 없었다. 머리만 대면 어디서든지 잘 수 있는 것이 내가 가진 능력인데 그것이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떻게든 잠에 들어야 했다.

다행히 이런 고통은 오래가지 않았다.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으니 슬슬 잠이 들기 시작했다. 조금씩 정신이 몽롱해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앵~앵’



잠깐! 이게 무슨 소리인가? 모기 소리? 아니야 환청이 틀림없다. 모기가 또 있을 리가 없다. 모기가 두 마리였을 리가 없다. 나는 애써 외면하며 잠에 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했다. 그러나 모기는 다시 내 귓가를 맴돌았다. 


나는 결국 모기를 외면하지 못하고 다시 일어났다. 불을 켜고 모기를 이 잡듯이 찾아다녔다. 이번에는 모기를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내 머리가 있던 곳 근처에 모기가 붙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다시 모기의 잔당에게 전기의 심판을 내렸다. 


‘팍!’


이 소리와 함께 또 하나의 모기가 사라졌다. 모기를 두 마리 잡았으니 이제 문제가 될 것은 없을 것 같았다. 이번엔 모기 사체를 굳이 치우지 않기로 했다. 아까 내가 화장실로 가면서 문을 열어놓은 것이 패착 같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집 안에 모기가 최소 2마리 이상은 있었고 그중 2마리가 방에 들어온 것이 분명했다. 2마리가 모두 제거되었으니 이제 나를 위협할 존재는 없을 것이다. 

나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다시 확인했다. 11시 55분이었다. 10시에 잠들려고 했지만 거의 2시간 가까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해 짜증이 났다. 그리고 내색 안 하려고 했지만 발바닥과 허벅지가 너무 가려웠다. 

가려운 곳을 벅벅 긁은 나는 불을 끄기 위해 스위치가 있는 곳으로 갔다. 스위치로 불을 끄려고 하는데 내 눈앞에서 또 하나의 거대한 물체가 날아다니는 것이 보였다. 망할 모기… 도대체 어디에 포탈이 있는 건가? 어디서 나타나는 거야….


또 하나의 적이 등장했을 때 시간은 11시 59분을 지나 월요일이 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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