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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Jul 04. 2022

7월 4일 송주혜의 하루

오래된 악연

“어?? 과장님?”


회사에 출근하는 길에 정말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그를 만났다. 그는 내 전 직장 상사였다. 


“어! 주혜 씨. 오랜만이야. 잘 지내지?”


“아.. 네..”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앞으로 걸었다. 대충 인사만 하고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출근하는 길이구나. 이 근처 다니나 봐?”


“아… 예.”


“나도 이 근처로 이제 회사 다니게 되었는데…. 아 미안 바쁘지? 먼저 가요.”


“네. 먼저 가보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나는 대충 목례를 하고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회사로 갔다. 그런데 어째 자꾸 그가 나를 따라오는 것 같았다. 나는 일부러 골목으로 이동해 회사로 갔다. 뒤를 돌아보니 이제 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휴우…. 


그런데 이직을 한 건가? 그것도 내가 다니는 회사 근처로? 가끔 이렇게 아침에 마주칠 수 있다는 건가? 설마 또 보겠어….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회사에 도착한 나는 컴퓨터를 켜고 탕비실로 갔다. 월요일 아침을 알릴 커피를 내리고 내 자리로 갔다. 그런데 자리로 가는 길에 내 눈앞에 또 그가 있었다. 그가 대체 왜 여기 있는 거지?


“어 주혜 씨…. 아 여기 다녀? 이렇게 보니 반갑네.”


그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또 반가워하며 말을 걸었다. 아니 네가 여기 왜 계세요….


“과장님…. 설마 이직하신 곳이?”


“어.. 이번에 이직했는데. 여기가 주혜 씨 계신 곳인지는 몰랐네. 아무튼 정말 반가워요. 잘 부탁드려요.”


그는 나에게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다. 만지고 싶지도 않은 손이다. 하지만 정말 그가 우리 회사로 온 것이라면 그래서는 안 되었다. 


“예.. 과장님. 아 이제 과장님이 아닌가요?”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와 악수를 하며 물었다.


“아.. 이번에 스카우트되어서요. 부장으로 여기 왔어요. 주혜 씨랑 같은 팀인가? 주혜 씨는 어디 팀이지?”


“저희 팀은 아닐 거예요. 저희 부장님은 잘 계셔서요.”


나는 서둘러 그의 말을 부정했다.


“그런가? 같이 일해서 우리 부서인 줄 알았는데…. 아무튼 우리 잘 지내봐요.”


나는 그에게 대충 인사를 하고 내 자리로 돌아갔다. 지난주에 옆팀 부장이 새로 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그일 줄은 정말 몰랐다. 하필 와도 그 사람이 오다니….


그는 내 지난 직장 상사였다. 그리고 나는 그를 정말 싫어했다. 그를 싫어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일은 정말 잘 하지만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타입이었다. 그 사람 때문에 눈물을 흘린 직원도 있었고 크게 소리를 지른 직원도 있었다. 그 사람 때문에 회사 분위기가 난장판이 된 적도 있었다. 그가 실적을 내는 사람이 아니었다면 회사에서는 진작에 그를 해고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했을 수도 있다. 당시 내가 다니던 회사는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그는 성과를 내는 직원이었기에 살아남았고 버티지 못한 사람들이 먼저 떠나야 했다. 내가 회사를 떠난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그였다.


그런 그가 다시 내가 다니는 회사로 온 것이다. 다행히 내 직접적인 상사는 아니었지만 아마 그는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옆팀을 엉망으로 만들고 말 것이다. 이 회사는 레퍼런스 체크도 하지 않는 것인가? 나한테 물어봤으면 저 사람이 어떤 놈인지 똑똑히 말해줬을 텐데 말이다. 


전 회사에서 친했던 동료한테 그가 우리 회사로 왔음을 알렸다. 동료는 자기가 아는 그 사람이 맞냐고 물었다. 나는 일단 지금은 일을 해야 하니 나중에 전화로 수다나 떨자고 했다. 동료는 차라리 이번 주에 시간 잡아서 술이나 먹자고 했다. 동료 역시 그 사람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 사람 중의 하나였기 때문에 그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했다. 나는 이왕 이렇게 된 거 그 사람 피해자 모임을 한번 소집해 보겠다고 했다. 만나려면 주말에 만나야 할 것 같다. 평일 저녁으로는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그 사람에 대해 할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지금도 괜히 내쪽으로 다가와 친한 척을 한다. 눈치 없는 내 상사는 새로 온 부장이랑 아는 사이냐고 묻는다. 대환장의 파티다. 그 사람이 나한테 점심이나 먹자고 할까 봐 두렵다. 나는 할 일이 많이 있다는 것을 핑계로 바쁘게 타이핑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회사가 정말 좋은데 또 저 사람 때문에 나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제발 내 인생에 그만 나타나세요. 가뜩이나 싫은 월요일인데 오늘은 정말 최악의 월요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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