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 작가 Jul 08. 2022

7월 8일 정인진의 하루

빵 굽는 냄새

얼마 전, 우리 집 근처에 작은 카페가 하나 생겼다. 베이커리도 겸한 곳인데 매일 아침 빵 굽는 냄새가 예술이었다. 특히 이 카페는 내가 출근하는 길목에 위치한 곳이라 매일 아침 빵 굽는 냄새를 맡으려 회사로 가야 했다. 하루는 냄새의 유혹을 지나칠 수가 없어 결국 카페에 들러 빵과 커피를 먹었다. 냄새만 요란한 것이 아니라 맛도 일품이었다. 남들은 모르는 나만의 맛집을 찾은 것 같았다. 그 이후로 나는 거의 매일 아침, 출근길에 카페에 들러 아침 식사를 하고 있다. 카페 사장님은 매일 출근 도장을 찍는 나를 위해 신메뉴를 몇 번 맛 보여주실 정도가 되었다.

카페 사장님은 원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고 한다. 베이킹을 하는 것이 취미였는데 굉장히 솜씨가 좋아 주변 친구들에게 가끔 선물로 만들어 줄 정도였다고 한다. 사장님의 빵을 선물 받은 지인들은 하나같이 그에게 베이커리를 하라고 했고 결국 2년 정도 준비 끝에 지금의 카페를 차리게 된 것이었다. 카페를 차릴 때 가장 걱정하던 것이 커피였다고 한다. 이유는 사장님이 커피를 원해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커피맛을 제대로 낼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주변에 커피에 진심인 친구가 있었고 그와 함께 동업 형태로 카페를 낸 것이 지금 이 가게였다고 한다. 

내가 이 카페에 갈 때는 보통 오전이었는데 사장님 말고 다른 직원이 있는 경우를 보지 못해 동업자가 있다는 것이 조금 의외였다. 무엇보다 사장님이 내려주는 커피맛도 충분히 훌륭했기에 더욱 그랬다. 사장님의 말에 따르면 또 다른 사장님은 아직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커피맛을 내는 것만 도와주고 전반적인 일은 아직 하고 있지 않았는 것이라고 했다. 본인도 친구에게 혼나가면서 배우다 보니 어느 정도 지금의 맛까지는 따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여하튼 이 카페는 사실 나만 알고 싶은 곳이었다. 사장님께는 죄송하지만 이 정도 퀄리티의 카페에 사람이 많아지면 내가 제대로 이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기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의 못된 마음과는 다르게 카페는 꽤나 빠르게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이런 것들을 전문적으로 리뷰하는 블로거부터 베이커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를 것 같은 인플루언서까지…. 정말 다양한 곳에서 이곳을 알고 글이나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내가 주로 이용하는 오전에는 사람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오후 시간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이용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사장님은 결국 같이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늘렸다. 커피를 한다는 친구의 모습도 카페에서 볼 수 있었다. 사장님은 나를 볼 때마다 첫 단골인데 잘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나는 사장님에게 이 가게가 이렇게 빨리 유명해지고 잘 되고 있는 것이 그저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오늘은 평소보다 일찍 카페에 갔다. 카페는 이른 아침부터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사장님은 날 보자 밝게 웃으며 오늘은 신메뉴를 한번 맛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나는 평소처럼 모닝커피와 빵을 시키고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사장님은 나에게 휘낭시에를 내밀었다. 원래 평소에 사장님이 즐겨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한번 제대로 배우고 흉내를 내봤다고 했다. 맛을 보니 역시나 훌륭했다. 처음 만든 것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맛을 보고 나니, 괜히 슬퍼졌다. 아마 이 카페는 조만간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가야 할 것 같다. 휘낭시에마저 이렇게 맛있는데 이렇게 외진 동네에서 작은 평수의 카페로는 도저히 어려울 것 같았다. 나는 사장님에게 맛이 너무 좋고 이제 곧 더 넓은 곳을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장님은 자신도 그렇지 않아도 고민하고 있는데 이 근방에 적당한 곳도 없고 잠시 인기 있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곳이 많아 자신들도 그렇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내 생각에는 한순간의 인기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사장님에게 어느 지역으로 가면 좋을지, 어떤 콘셉트로 가면 좋을지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사장님은 내 말을 듣더니, 나하고도 사업을 같이 해야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나는 그저 동네 단골이라고 정중히 돌려 말했다. 

그때, 카페 문이 열리며 또 다른 사장님이 도착했다. 커피를 담당할 사장님은 다음 달에 퇴사를 할 예정이라 이젠 대놓고 카페 운영에 나서고 있었다. 그는 뭔가 순수한 면이 있는 사장님과는 달리 야심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아마 그러면 이 카페를 더욱 사업적으로 탄탄하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카페가 가진 잠재력은 내가 보기엔 대단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본격적으로 손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테이블 5개가 있는 작은 카페는 사람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조금 더 자리에 있고 싶었지만 장사에 해를 끼칠까 봐 자리를 정리하고 사장님들께 인사했다. 

오랜만에 찾은 동네 맛집은 이제 나만의 공간이 아니게 되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사람들이 이곳의 가치를 알아봐 주었다. 나만이 알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곳이 잘되는 것은 기분이 좋다. 두 젊은 사장님의 꿈이 꼭 이루어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물론 가급적 우리 동네에서 가게를 확장했으면 좋겠지만….  

이전 08화 7월 7일 정한수의 하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