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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Jul 14. 2022

7월 14일 김용현의 하루

탄산

신경 쓰지 않으면 몰랐겠지만 내가 탄산 중독이라고 생각하니 갑자기 먹고 있던 콜라를 먹기 싫어졌다. 나는 싱크대에 남은 콜라를 버리고 캔을 압축시켜 재활용 쓰레기통에 버렸다.


내가 어렸을 때는 콜라나 탄산음료를 거의 먹지 않았다. 치킨이나 햄버거, 다른 음식을 먹어도 나는 항상 물과 함께 먹는 것을 좋아했다. 탄산 특유의 톡 쏘는 느낌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군대에 가서부터 갑자기 탄산음료가 좋아졌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근무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선임이 마시라고 건네준 시원한 콜라 한 모금에 나는 중독되었다. 그래서 항상 근무가 끝나면 탄산음료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생각해보면 나에게 콜라를 주던 그 선임도 탄산을 굉장히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그때까지는 탄산 중독은 아니었다. 이제 남들만큼 콜라와 사이다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었을 뿐이었다.

그러다가 2년 전부터 콜라를 자주 먹기 시작했다. 특별한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목이 말랐고 콜라를 마시는 게 가장 갈증을 잘 해소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이었다. 4시쯤에 사무실에 나와서 편의점에 가서 콜라를 사 와서 마시고 퇴근 후 집에 가면 또 냉장고에 있는 콜라를 꺼내 마셨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1~2번 정도 이렇게 했지만 언젠가부터 횟수가 늘어나 지금은 매일 하루에 2캔 이상의 콜라를 마시고 있다. 제일 무서운 것은 내가 이렇게 많이 마시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만약 오늘 동료가 나에게 “용현님 근데 콜라 굉장히 좋아하시네요? 매일 드시는 것 같아요.”라고 하지 않았다면 나는 이상한 줄도 모르고 탄산을 계속 마셨을 것 같다.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 나는 무엇이 이상한지를 몰랐다. ‘콜라 정도는 내 나이대 사람이라면 다들 먹는 것 아닌가? 콜라를 매일 마시는 게 뭐 어때서 그렇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을 들으니 갑자기 몸이  좋아지는  같았다. 나는 사실 그런  한마디에 상당히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내가 탄산 중독은 아닐까?’라고 생각하니 마시고 있던 콜라가 맛이 없어졌다. 결국 나는 남은 콜라를 버리고 서랍에 있던 치약과  꺼냈다. 그리고 화장실에서 미친 듯이 이빨을 닦았다. 평소에는 점심시간 이후에만 양치질을 하고 4시쯤 콜라를 마실 때는 가글조차 하지 않았다. 양치를 마치고  이빨을 보니 여기저기 상한  같았다. 그러고 보니 며칠 사이 이빨이 많이 아픈  같은 느낌이 들고 있었다. 나는 콜라를 매일 마시고 양치를  하는 습관이  이빨을 망친 것은 아닌가라고 걱정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콜라를 매일 마시는 습관에 대해 검색했다. 나처럼 매일 마시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있기는 하지만 건강 상 문제가 없다는 말보다는 ‘콜라 마시니 맛있다’라는 식의 글만 보였다. 그리고 탄산 중독의 후유증에 대한 글도 많이 보였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괜찮을 리가 없었다. 아무래도 탄산을 즐기지 않았던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것이 나에게 좋을 것 같다.

퇴근 후 집으로 가는 길, 나는 편의점에서 저녁으로 때울 삼각 김밥을 골랐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음료 칸으로 가서 콜라를 하나 꺼내왔다. 계산대로 가는 사이, 내 이성은 돌아왔고 나는 콜라를 다시 음료수 칸으로 갖다 놨다. 그리고 뒤로 빠지려고 하는데 음료 중에 ‘제로 슈가’라고 쓰여있는 다른 콜라가 눈에 띄었다. ‘저거라면 괜찮지 않을까?’ 나는 다시 이성을 잃고 ‘제로’로 되어있는 콜라를 골라 삼각 김밥과 함께 계산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손에 들려있는 콜라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탄산을 줄이려고 했는데 바로 또 다른 탄산을 가져온 내가 너무 한심스러웠다. 나는 콜라를 선반에 내려놓고 식탁에 앉아 삼각 김밥을 먹었다. 너무 빨리 먹으려고 하니 목이 막혔다. 나는 물을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그런데 물은 너무 심심했다. 갈증을 해결하기엔 너무 자극적이지 않았고 시원하지도 않았다.

결국 나는 유혹을 못 이기고 아까 산 콜라캔을 따서 마셨다. 콜라를 마시니 이제야 살 것 같았다. 일반적인 콜라보다는 맛이 미묘했지만 마시기에 나쁘지는 않았다. 그래도 과당을 낮춘 것이니 일반 콜라보다는 건강 측면에서 아주 살짝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탄산을 바로 줄일 수는 없어도 이런 걸로 대체하는 것도 문제없을 것 같다. 내일부터는 탄산은 하루에 한잔, 그리고 제로 슈가인 것으로 챙겨 마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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