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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Jul 22. 2022

7월 22일 이세준의 하루

무료 PT

운동과는 담을 쌓은 세준이었지만 그는 이제 운동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이를 들면서 몸 곳곳이 고장 나기 시작하며 더 이상 운동을 안 하면 안 되는 몸이 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심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길지만 일단 한번 결심하면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세준의 특징이었기 때문에 그는 결심을 하자마자 회사 근처 헬스장으로 갔다. 


“한 달에 얼마인가요?”


세준은 헬스장 안내데스크에 보이는 사람을 붙잡고 바로 물었다. 안내데스크의 있는 직원은 세준의 몸을 슬쩍 훑어봤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이쪽에 앉으시고요. 저희 가격에 대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직원은 환하게 웃으며 세준을 안내데스크 옆에 있는 테이블로 안내했다. 


“저희는 한 달은 따로 받지 않고 있고, 최소 3개월 단위로 등록이 가능하세요. 6개월, 9개월, 그리고 1년 일 때는 가격이 조금씩 더 저렴해지고요. 만약 6개월 이상 등록하시면 저희가 개인 락카를 무료로 서비스를 해드리겠습니다.”


직원은 능숙하게 세준에게 설명해줬다. 세준은 원래 1달만 다녀보고 마음에 안 들면 다른 곳으로 가려고 했었다. 하지만 가격표를 보니 6개월은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 그럼 6개월로 하겠습니다.”


“네. 6개월도 좋습니다. 그런데 회원님. 1년을 하시면 저희가 PT를 4회 무료로 해드리고 있습니다. 저희 PT가 1회에 5만 원 정도 하는데 20만 원 상당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보시면 되세요. 물론 회원님이 원하시는 것처럼 6개월 해도 괜찮으세요. 그런데 1년을 하시면 이런 부분에서 더 이득이고 더 꾸준하게 운동을 하실 수 있어서 많은 남성 분들이 이렇게 선택하고 있으세요. 저는 회원님이 선택하시는 데로 결제 도와드릴게요.”


직원은 계속해서 세준에게 1년권을 끊을 것을 유도하고 있었다. 직원이 속셈을 전혀 숨기고 있지 않았기에 세준은 그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직원의 말대로 1년권을 끊고 PT 4회를 공짜로 받을 수 있는 점은 이득이 될 것 같았다. 세준은 PT까지 받을 생각이 없었기에 이렇게 무료로 PT를 받으면 운동 자세의 기초 정도는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1년권으로 할게요. 혹시 시작은 바로 할 수 있나요?”


“감사합니다. 회원님. 예. 오늘부터 바로 기구 사용하실 수 있으세요.”


“그러면 PT도 오늘 바로 가능한가요?”


“아…. 죄송하지만 트레이너 선생님이랑 약속을 잡으셔야 해서요. 내일 중에 선생님이 연락을 주실 거예요. 그때 시간 약속 잡으셔서 오시면 되세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헬스장을 등록한 세준은 기구들을 둘러보며 혼자 운동을 했다. 헬스장에 오는 것이 거의 처음이라 모든 것들이 익숙하지 않았다. 운동을 잘하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자세를 보고 비웃는 것은 아닌가라는 걱정도 들었다. 하지만 세준은 이런 상황에서 트레이너가 무료로 강의를 해주면 그때 자세를 바로잡고 이후에는 혼자서 운동을 열심히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음 날, 세준의 트레이너가 전화를 했다. 세준은 바로 다음 날 PT를 받겠다고 했고 둘은 마지막으로 시간을 조율했다. 



그리고 오늘, 세준은 마침내 PT를 받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손명진이라고 합니다.”


굉장히 날렵해 보이는 인상의 트레이너가 세준에게 인사했다. 


“네 안녕하세요. 이세준이라고 합니다.”


“먼저 저희 인바디부터 체크해볼게요.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명진은 세준과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고 바로 그를 인바디로 안내했다. 그곳에서 세준은 자신의 체지방을 측정했다. 


“어…. 일단 저랑 같이 보면서 말씀드릴게요. 회원님 근육량이 굉장히 부족하세요. 평소에 운동은 하시나요?”


명진은 세준의 측정 데이터를 보여주며 물었다.


“아뇨. 가끔 달리기는 하는데….”


“네 지금 지방이 너무 많으시고 근육은 적으세요. 혹시 운동은 왜 하시려고 하는 것일까요?”


“그야 건강해지려고 하는 거죠.”


명진의 질문에 세준은 왜 그런 것을 묻냐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물론 건강해지려고 운동하는 게 맞죠. 제가 질문드린 것은 어떻게 되고 싶어서 운동하시려고 하는 것이냐는 것입니다. 바디 프로필을 찍으시려는 분도 있고 살을 빼시려는 분도 있고 재활을 위해서 운동을 하시는 분도 있어요.”


“아…. 전 그냥 운동을 안 해서 말 그대로 건강하려고 하는 것이에요.”


“그러시군요. 그러면 식단 조절까지는 필요 없으실 것 같고요. 드시는 것은 계속 즐기시면서 운동을 매일 하시는 게 좋습니다. 물론 건강에 안 좋은 음식은 조금 줄이시면 좋고요. 아예 운동을 안 하신 것일까요?”


“네…. 뭐 달리기 빼고는….”


“달리는 것을 좋아하시는군요. 얼마나 달리시나요? 매일?”


“음…. 사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30분 정도?”


“하하 그러시군요. 그러면 일단 이쪽으로 오셔서 스트레칭부터 하고 운동을 할게요. 오늘은 하체를 먼저 하실게요.”


세준은 명진이 안내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맨몸 운동을 하기에 좋은 곳이었다. 


“저는 보통 20회 커리큘럼으로 하고 있어요. 기초부터 탄탄하게 하고 운동하시는 회원님에 맞추어 교육을 진행합니다. 물론 20회 안에 드라마틱한 변화는 있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것은 다 익히실 수 있어요. 이렇게 운동을 하시면 다들 만족하셔서 추가로 등록을 보통 하고 계세요.”


“아… 그렇군요.”


20회 운동은 세준에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세준은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저는 운동은 재미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무게를 단순히 늘리면 운동에 어느 정도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도망가시려고 하더라고요. 운동에 흥미도 잃게 되고 기껏 1년 등록하고 1년에 10번도 안 오시는 경우도 봤어요. 저는 그래도 운동량을 줄이더라도 재미있게 운동에 취미를 붙일 수 있게 하고 있어요. 제가 다른 트레이너 분보다 더 잘 가르친다고 자신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가장 재미있게 운동은 시켜드릴 수는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아 이제 스트레칭 알려드릴게요. 제가 말이 많았죠?”


명진은 세준에게 스트레칭 자세를 하나하나 알려줬다. 몸이 뻣뻣한 세준은 단순한 동작조차 힘들어하고 있었다. 


“회원님은 제 커리큘럼을 4회 하시게 되는데요. 솔직히 4회 안에 대단한 것을 알려드릴 수는 없어요. 일단 오늘은 운동의 기본자세에 대해 알려드리고요. 그다음에는 회원님께서 하고 싶었던 운동을 말씀 주시면 제가 알려드리는 식으로 할게요. 그리고 운동 오실 때 제가 시간이 남는다면 회원님께 기구 사용법도 알려드릴 수 있어요. 무료라고 해서 대충 하고 싶지는 않으니 회원님께서 궁금하신 것 있으면 편하게 물어봐주세요. 저도 4회 동안 재미있게 운동하는 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명진쌤! 안녕하세요!”


명진이 세준과 이야기하고 있을 때, 어떤 여성이 명진에게 환하게 웃으면서 다가왔다. 


“오 주은 회원님. 오늘도 시간 딱 맞춰오셨네요! 오늘도 운동 화이팅하시고요! 제가 지금은 교육 중이라 이따 궁금한 것 있으면 말씀 주세요….. 아 민수 회원님 오셨어요!!”


주은과 이야기를 나누던 명진은 이번에는 민수라는 남자 회원을 반겼다. 명진은 회원들을 친근하게 대하고 있었고 회원들도 그런 명진을 반갑게 맞이했다. 세준은 그런 명진을 바라보며 자신이 꽤나 괜찮은 트레이너를 만난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회원님 죄송해요. 시간을 너무 뺏었죠? 지금부터 운동에 집중해 볼게요. 먼저 스쿼트부터 해보실게요. 제가 시범 먼저 보여드릴게요”


이후 세준은 명진의 가이드대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명진이 완벽한 자세로 시범을 보이면 명진이 따라 하는 형식이었는데 명진이 거의 다 처음 하는 동작이라 모든 것이 어설펐다. 그러면 명진이 다시 자세를 고쳐줬다. 만약 세준이 힘들어하면 명진은 더 쉬운 자세를 알려줬다. 세준은 명진의 말처럼 지금 하는 운동이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 더 쉽게 운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처음 하는 운동치 고는 지나치게 힘들지 않았다. 하지만 땀은 계속 나왔다. 그렇게 40분 정도 운동을 마치고 명진은 다음에 언제 운동을 할 것인지 물었다. 



“다음이요? 다음은 죄송하지만 일주일 후가 될 거 같아요.”


“아…. PT만 다음 주에 하시는 것이고 개인 운동은 계속 나오실 거죠?”


“어….. 그 개인 운동도 못 나올 거 같아요. 일이 많아서요.”


“그러시군요. 그러면 다음 주에도 금요일에 할까요? 지금 시간이면 괜찮으세요?”


“네 가능할 것 같습니다.”


“혹시 못 오시면 최소한 전날에는 저에게 연락 주세요. 그나저나 아쉽네요. 운동은 꾸준히 나와야 하는데…..”


“죄송해요. 일이 많아서….”


“아니에요. 저에게 죄송할 일은 아니죠. 그러면 집에 가서 맨몸 운동 정도는 하실 수 있으니까 제가 알려드린 데로 운동을 하시는 것을 추천드릴게요. 운동을 계속 안 하면 몸이 다 까먹거든요. 저를 위해서가 아니라 회원님을 위해서라는 거 꼭 기억해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땀이 범벅이 된 세준은 대답조차 힘들었다. 세준은 명진이 계속 말을 거는 것이 귀찮을 정도였다. 명진의 말을 대충 대답하고 그는 서둘러 헬스장의 샤워실로 갔다. 


샤워를 마친 세준은 옷을 갈아입었다. 그때 명진이 샤워실과 탈의실을 정리하기 위해 들어왔다. 세준은 어색한 표정으로 명진에게 인사했다. 세준은 서둘러 옷을 정리하고 탈의실을 빠져나왔다. 

세준의 첫 PT는 나쁘지 않은 경험으로 끝났지만 앞으로 계속해서 PT를 받을지는 세준도 확신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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