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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Jul 30. 2022

7월 30일 송민철의 하루

합류 제안

민철은 오늘 오랜 친구인 성현을 만났다. 민철은 성현과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다. 둘은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까지 같이 다니며 우정을 키워왔다. 성현의 집은 굉장히 부자였는데 덕분에 대학교는 미국으로 유학을 갈 수 있었다. 민철은 20살 이후로 성현을 잘 만날 수는 없었지만 둘은 계속해서 연락을 이어왔다. 그리고 가끔 성현이 한국에 돌아오면 꼭 만나곤 했다. 성현은 민철이 꿈도 못 꾸는 고급 스포츠카를 가지고 왔다. 그리고 성현은 민철에게 이른바 돈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을 많이 소개해줬고 그들의 유흥 문화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민철은 학창 시절과는 다르게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성현이 조금 낯설어졌다. 민철은 자신과 다르다는 생각에 조금씩 의도적으로 성현과 멀어지려고 했다. 민철은 성현이 한국에 돌아와서 만나자고 해도 다른 일이 있다는 핑계로 그와 만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런 일이 몇 번 반복되자 성현은 언젠가부터 한국에 와도 민철을 찾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둘은 약 5년 동안 서로 만나지 않게 되었다. 새해가 되면 형식 상 건네는 새해 인사와 생일 축하 인사 정도가 둘이 나누는 대화의 전부가 되었다. 그마저도 1~2년 전부터는 형식적인 인사도 건네지 않게 되었다. 누군가 한 명이 연락하는 것을 까먹으니 자연스럽게 둘 사이의 대화는 없어지게 되었다.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민철은 사회초년생이 되었다. 자신이 원하던 회사와 직업은 아니었지만 민철은 꽤나 괜찮은 조건으로 회사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일처리가 미숙하여 매일 상사에게 혼나기는 했지만 같이 일하는 동료들은 대부분 괜찮았고 회사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통근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민철은 회사 생활에 무척 만족하면서 다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성현이 민철에게 연락했다. 성현은 민철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민철은 성현의 소식을 다른 친구들로부터 들어 알고 있었다. 올해 초에 성현은 한국으로 완전히 돌아왔고 자신의 아버지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민철은 성현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고 그에게 연락하려 했지만 괜히 자기 때문에 친구 사이가 멀어진 것 같아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렇게 몇 개월이 흘렀다.

민철은 성현의 연락이 반가우면서도 당황스러웠다. 성현이 마치 매일 연락을 했던 사람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말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성현이 자신을 보자고 하는 이유가 짐작되지 않았다. 친구끼리 만나는데 무슨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만큼 민철은 성현광 정신적으로 멀어져 있었기에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성현이 정한 약속 시간은 오늘이었다. 민철은 성현이 말한 식당으로 이동했다. 민철은 저 멀리 손을 흔드는 민철을 보고 그에게 다가갔다. 오랜만에 만난 두 친구는 악수를 하며 그동안의 안부를 물었다.  성현은 미리 음식을 시켜놨다가 민철에게 말했다. 그러면서 메뉴판을 내밀며 더 먹고 싶은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민철은 괜찮다고 했다. 이 말 이후 잠시 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오랜만이야. 민철아 그동안 잘 지냈어?”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성현이었다.


“어 나야 잘 지내지. 너는? 아 너 한국 왔다는 소식은 세진이 통해서 들었어. 연락 못 해 미안하다.”


민철은 그동안 연락하지 못한 것에 대해 먼저 사과했다.


“에이, 바쁘니까 그렇지. 그런 거라면 나도 연락 못 했는데 뭘. 그래, 지금은 그럼 회사 다니는 거지?”


“어. 작년에 들어갔어.”


“회사는 다닐만하고?”


“뭐 그냥저냥 그렇지 뭐. 너는 아예 귀국한 거야?”


“이제 완전히 들어왔어. 미국은 내 취향이 아니라서 한국에서 계속 살려고.”


“그렇구나. 아 세진이한테 너 너네 아버지 회사 다닌다고 들었어.”


“세진이가 그런 것도 말했어? 잠깐 다녔어 잠깐.”


“잠깐?”


“응. 너도 알잖아 우리 아버지 성격. 그리고 내가 그것 때문에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집에서도 그런데 회사에서 보니 더 화가 나더라. 이러다가 아버지랑 완전히 사이 틀어질까 봐 그냥 나왔어.”


“그래도 너네 아버지 회사 네가 물려받는 거 아니야?”


“난 애초에 그런 것은 관심 없었어. 내 동생도 있잖아? 걔도 욕심 있던데 걔보고 하라지 뭐.”


“그럼 지금은 뭐하는데?”


둘이 대회를 나누고 있을 때 음식이 도착했다. 민철은 음식이 모두 세팅되기를 기다렸다.


“그 이야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밥이나 먹자.”


성현은 민철의 질문을 피하려고 했다. 민철은 성현의 태도가 이상했지만 일단 음식을 먹기로 했다. 둘은 음식을 먹으며 어릴 때 있었던 일들과 다른 친구들을 이야기하며 5년 간 어색했던 분위기를 조금씩 풀었다. 민철도 어릴 때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다시 성현이 자신과 가까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밥 먹었으면 카페 가는 거 어때?”


성현은 민철에게 할 말이 더 있다며 카페에 가자고 했다. 그리고 밥은 성현이 샀다. 민철은 자신도 돈을 벌고 있으니 자신이 내겠다고 했지만 성현은 이를 거절했다. 민철은 자신이 커피라도 사겠다고 했지만 성현은 제대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한테 할 이야기가 있는 거야?”


카페로 간 민철은 커피가 나오자마자 성현에게 물었다.


“아까 하던 이야기로 돌아가서, 요새 내가 뭘 하고 있냐면…. 사실 나 회사 차렸어.”


민철은 성현의 대답이 비현실적으로 들렸다. 민철은 성현의 재력을 생각하면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였지만 사회초년생인 자신과 다른 친구들을 비교하면 이 나이에 창업했다는 말을 이리 쉽게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민철이 알고 있는 세계와 다른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차…. 창업? 무슨 회사인데?”


“내가 미국에 있을 때 생각하던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한번 들어봐.”


성현은 민철에게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공유했다. 민철이 듣기에도 굉장히 구체적이었고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민철은 자기도 모르게 성현의 아이디어에 매료되었다.


“와…. 잘 모르지만 엄청난 것 같네. 근데 자본금이 많이 들 것 같은데…. 아!!”


민철은 순간 자본금 이야기를 꺼냈지만 성현에게는 의미 없는 말이라는 것을 깨닫고 입을 막았다.


“하하…. 그래 뭐 부모님 도움 좀 받았지. 아버지도 회사에서 속 썩이지 말고 나가서 망해보고 그래야 정신 차린 다고 하시더라. 그래도 회사 잘 되고 있는지 주기적으로 물어보고 계셔.”


“그래. 그 창업한 회사는 잘 되고 있어?”


“응. 프로토타입 이번 봄에 나와서 투자도 좀 받았어. 매출은 올해 말이나 내년부터 일으킬 것 같은데 현재까지는 순조로워. 같이 일하는 친구들도 믿을만하고.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인데 다들 잘해주고 있어.”


“잘 되고 있다니 다행이네. 그런데 부럽다. 창업이라니. 나는 상상도 못 할 일이긴 한데 창업하는 친구는 주변에서 처음 봐서 신기하네.”


“그래? 좋게 봐줘서 고마워. 그런데 너 지금 하는 일이 뭐라고 했지?”


“나? 000 회사에서 일하고 있고 기획 쪽 업무하고 있어.”


“기획? 맞아. 너 그런 거 예전부터 잘했지.”


“내가 정확히 원하는 일은 아니긴 한데. 그래도 좋은 데 간 거 같아.”


“그런 거 같네. 너 혹시 연봉은 얼마야? 아 이런 것 물어보는 것은 실례인가?”


“어? 그냥 신입사원만큼 받고 있지. ”


민철은 상현이 자신의 연봉까지 물어보는 게 조금 기분이 나빴다. 그것도 돈이 많은 상현이 물어보니 의도가 순수하게 보이지도 않았다.


“아! 미안. 사실 너한테 제안하고 싶어서 널 불렀어.”


“앵? 뭘 제안해?”


“나 너랑 같이 일하고 싶어. 정식으로 우리 회사 합류를 제안하고 싶어.”


“무.. 무슨 소리야 갑자기?”


민철은 상현의 제안이 당혹스러웠다.


“갑자기가 아니야. 충분히 생각하고 제안하는 거야. 예전부터 너랑 같이 일하고 싶었어. 우리 고등학생 때 생각 안 나? 내가 창업하면 같이 일하자고 그때도 이야기했잖아?”


“어? 아니 그때는 무슨 말이든 하던 때였고….”


민철은 고등학교 시절 상현과 시답잖은 농담을 하며 회사를 차리자고 했던 것이 기억났다.


“그때는 아무렇게나 한 말이었을 수도 있는데 나는 진심이었어. 회사 차리면서 네 생각도 많이 했고. 너 똑똑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가지고 있잖아? 네가 우리 회사에 합류하면 회사가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 내가 단순히 친구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경영자로써 심사숙고해서 제안하는 거야.”


“아니, 그래도 당황스럽긴 하다.”


“그래, 네 입장 충분히 이해해. 네 입장에서는 갑자기 들은 것이니까, 지금 뭘 결정할 수는 없겠지. 내가 회사소개서도 너한테 보내줄게. 한번 천천히 살펴봐. 원하면 우리 회사 오면 구경도 시켜줄 수 있어.”


“어.. 그래. 근데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아까도 말했잖아. 친구가 아니라 대표로 제안한 거야. 나는 내 판단에 확신을 가지고 있어.”


“나도 회사 생활한 지 얼마 안 되었어. 나도 배우는 단계인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떻고?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야. 미국에서는 우리보다 어린 나이에도 창업해서 잘 나가는 사람들 많아. 우리가 오히려 늦은 거지.”


“그래, 알았어. 일단 생각해볼게. 그래도 제안 줘서 고맙다.”


“음…. 아! 그리고 이 말을 안 했네. 내가 제안하는 포지션은 일반 직원이 아니야. 우리 임원으로 너를 채용하고 싶어.”


“뭐?”


커피를 마시던 민철은 순간 뿜을 뻔했다.


“뭘 놀래? 내가 아무렴 신입으로 너한테 제안할까 봐?”


“아니, 그래도 여러모로 당황스럽지.”


“그리고 연봉은 내가 5천까지는 맞춰줄 수 있을 것 같아. 더 못 챙겨줘서 미안하고. 지금 연봉보다 낮으면 더 미안하다. 매출 나오면 인센도 줄 수 있고 내년에 바로 연봉 올려줄게.”


“5천?”


상현이 제시한 연봉은 민철의 현재 연봉보다 높은 것이었다. 민철의 입장에서는 꽤나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하지만 지금 회사를 계속 다니는 것을 생각하면 받지 못할 연봉도 아니었고 안정성 측면에서는 상현의 스타트 업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왜 적어?”


“아니야. 스타트업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괜찮은 편이지.”


“우리 회사 나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해. 지금은 이 연봉이지만 4~5년 후에는 억대 연봉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너한테는 내가 약속할게. “


“그래 제안은 고맙다. 그런데 나도 회사를 다닌지는 얼마 안 되었고 그냥 회사를 다니는 것이랑 함께 회사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라 아무래도 지금은 답하기 어려울 것 같아.”


“응 이해해. “


상현은 이후에도 민철에게 회사에 합류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 그리고 어떤 일을 하게 되고 앞으로 어떤 일을 기대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민철은 상현의 말에 빠져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 가면 자신이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민철은 인생에 있어서 도전을 해야 한다면 상현과 함께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혹여나 일이 잘못되면 상현의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 판단했다. 민철에게는 여러모로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민철은 상현과 헤어지고 집으로 오는 길에 계속해서 상현의 제안을 생각했다. 그리고 상현이 보내준 회사소개서를 꼼꼼하게 읽어봤다. 민철은 상현의 사업이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전을 했다가 현재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잃게 될 가능성도 민철은 생각해야 했다. 상현의 아버지 회사로 들어가는 것도 그저 민철의 입장에서 해석하는 것일 뿐 실제로는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컸다. 상현이야 회사가 망해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었지만 민철은 상현이 약속한 연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커리어만 꼬일 수가 있었다.

민철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집에 도착해서도, 저녁을 먹으면서도, 잠을 자려고 누워서도 민철은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민철은 일단 내일 회사에 가서 한 주 동안 회사일을 하며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어떤 결정을 하는 것이 좋은지, 무엇을 하는 것이 행복한지, 어떠한 선택을 해야 후회하지 않을지, 그 모든 것들을 한 주동안 다시 고민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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