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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Aug 02. 2022

8월 2일 박진호의 하루

정리

사람마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해소하는 방법은 다르지만 진호의 해결 방식은 조금 남달랐다. 남들은 이탈을 하거나 다른 사람과 수다를 떨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했지만 진호에게는 정리 정돈을 하는 것이 그의 마음을 정리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오히려 그는 이를 통해 마음의 평화를 얻는 타입이었다. 

오늘도 진호는 회사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진호도 사람인지라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상사에게 욕을 하고 싶었지만 인간 사회에서 그런 짓은 용납될 수가 없었기에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진호는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바로 집으로 갔다. 지금 당장 집을 정리 정돈해야 지금의 화를 누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정리 정돈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진호였지만 사실 그렇다고 결백증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오히려 집안을 어지르는 사람이었다. 그는 평소에는 집을 굉장히 어질렀다. 진호가 새로 산 물건은 며칠이 지나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밥을 먹어도 바로 치우지 않아 식탁에 음식물 잔해와 함께 오랜 시간 남겨져 있을 때가 많았다. 퇴근하고 나면 옷도 아무 데나 던졌다. 빨래도 자주 하지 않았지만 빨래통은 언제나 비워져 있었다. 입은 옷을 정리해서 빨래통에 넣지도 않았기 때문이었다. 쓰레기통은 더 이상의 쓰레기를 넣을 수 없을 정도를 이미 넘어서 뚜껑이 열려있었다. 진호의 집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진호는 일부러 집 안을 어질렀다. 집 안의 더러움이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을 때, 그는 집 안을 청소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그날이었다. 

집에 도착한 진호는 먼저 바닥에 뒹굴고 있는 옷들을 한 곳에 모았다. 그리고 그는 바로 세탁기에 빨래들을 넣었다. 세탁 코스를 돌린 진호는 청소기로 바닥을 간단하게 청소했다. 늦은 시간이라 최대한 다른 집에 소음을 내지 않게 빠르게 청소한 진호는 이제 가구 위에 올라가 있는 각종 잡동사니들을 정리했다. 

집안을 정리하기 시작한 지 1시간 30분 만에 진호의 집은 마치 모델하우스처럼 깨끗해졌다. 진호는 집 안을 둘러보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걸레로 바닥을 닦는 것이었다. 

진호는 군대에 있을 때 빼고는 바닥을 걸레로 닦는 것을 좋아했다. 오로지 그 행동에만 집중할 수 있고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호는 바닥이 오늘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았던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박박 문질렀다. 진호는 오늘의 짜증 났던 기억, 누군가에게 분노하던 기억, 이불 킥 하고 싶던 기억, 그 모든 것들을 걸레로 바닥과 함께 닦아 냈다. 진호는 자신의 이러한 행동을 도를 닦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너무 열심히 일해서 땀이 얼굴을 뒤엎었지만 그는 상관하지 않았다. 스트레스가 날아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호가 모든 집 안을 모두 정리하고 나니 어느덧 집에 온 지 3시간이 지났다. 진호는 깨끗해진 집을 보며 뿌듯하게 생각했다. 그리고 가슴이 뻥 뚫린 것처럼 시원했다. 진호는 지금처럼 집 안이 깨끗해진 것을 보면 자유로움을 느낀다.  내일부터 진호의 집은 다시 더러워질 것이다. 하지만 진호는 언젠가 다시 스트레스가 터질 만큼 적립되었을 때 다시 집을 정리할 것이다. 그것이 진호가 스트레스를 푸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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