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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Jul 31. 2022

7월 31일 강성우의 하루

디지털 디톡스 

성우는 매주 일요일,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하고 있다. 핸드폰 하는 것을 좋아하고 게임을 하고 하루 종일 인터넷을 하는 것이 그의 취미였지만 그는 일주일 딱 하루, 쉴 수 있는 날을 마련했다. 평일에는 컴퓨터로 하루 종일 작업하고 출퇴근 길에 의미 없이 핸드폰을 하고 있고 주말에도 계속해서 인터넷으로 쓸데없는 정보나 탐색하고 있는 자신이 너무나 한심하다고 생각해서 올해부터 디지털 디톡스 데이를 만든 것이었다. 

성우가 실현하고 있는 디지털 디톡스의 방법은 간단했다. 일요일 0시부터 월요일 0시까지 핸드폰, 태블릿, 컴퓨터 등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이었다. 상우는 이를 위해 매일 토요일 11시 50분 정도가 되면 모든 전자기기의 전원을 껐다. 단 하나, 핸드폰만큼은 혹시 모를 연락을 위해 끄지 않았다. 그러나 핸드폰도 현관에 핸드폰을 넣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그곳에 보관했다. 벨소리만 켜놔서 급한 연락이 오면 잠깐 받고 다시 통 안에 넣을 수 있게 했다. 혹시나 전화를 핑계로 핸드폰을 다시 만질까 봐 취한 조치였다. 

성우의 일요일은 이렇게 대부분의 전자기기가 꺼진 상태에서 시작되었다. 할 일이 없어진 성우는 일요일 0시가 되면 바로 잠들었다. 알람조차 맞추지 않기 때문에 성우는 일요일에 굉장히 늦게 일어났다. 이후에는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면서 최대한 디지털 정보와 멀어진 생활을 했다. 성우는 처음에는 지키기 굉장히 어려웠지만 몇 달 지나고 나니 오히려 지금 생활이 더 익숙해졌다. 덕분에 성우는 평일에도 퇴근 후에는 핸드폰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그 시간에 책을 보는 것이 인생에서 더 괜찮은 선택이라고 봤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성우는 디지털 디톡스를 실현하려고 했다. 늦은 아침에 일어난 그는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냉장고에서 재료를 꺼냈다. 성우는 요리를 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원래 요리를 만들 때는 요리 영상을 찾아봤다. 하지만 오늘은 영상을 볼 수 없는 날이었기 때문에 낡은 요리 책을 꺼내 하나하나 따라갔다. 영상 정보와는 다르게 조금 상상력을 발휘해야 완성되는 요리였지만 성우는 이런 생활에도 익숙해졌다. 성우는 자신이 어렸을 때 엄마는 영상을 보지 않고 요리를 만들었었기 때문에 지금 와서 자신이 못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밥을 먹고 나면 성우는 책을 읽었다. 원래 성우는 책을 많이 보지 않는 사람이었다. 책을 별로 사지도 않았다. 전자책으로 책을 읽겠다며 태블릿을 샀지만 태블릿으로 책을 본 일은 거의 없었다. 그에게 태블릿은 그저 큰 화면을 가진 핸드폰이나 다름없었다. 디지털 디톡스를 실현한 덕분에 성우는 매주 2권 이상의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성우의 서재에는 책들로 가득했고 가끔가다 성우는 다 읽은 책을 중고 서점에 팔았다. 성우는 디지털 디톡스를 하면서 얻은 최고의 성과 중 하나가 바로 독서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책만 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 성우는 늦은 오후쯤 집 근처를 산책했다. 예전에는 산책을 할 때도 핸드폰을 보고 걸어서 어딘가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 성우는 땅을 보지 않고 하늘과 주변을 둘러보며 여유롭게 산책했다. 오히려 천천히 걸을 수 있게 되었고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그렇게 성우는 약 2시간 넘게 산책을 즐겼다. 산책 코스 중에는 운동을 할 수 있는 곳도 있었는데 성우는 가끔 이곳에서 운동도 하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운동은 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성우는 저녁을 위해 다시 요리를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성우는 전화를 받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받지 않을 수가 없어 핸드폰이 있는 곳으로 갔다. 전화를 받으니 친구의 연락이었다. 그는 성우의 동네 친구였는데 오늘 성우에게 저녁 술을 하자고 전화를 한 것이었다. 성우는 장소를 말해주면 그곳으로 바로 가겠다고 했다. 이때 성우는 장소의 위치를 조금 자세히 물었다. 그는 오늘 핸드폰을 쓰면 안 되었기 때문에 지도 앱을 사용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성우의 친구는 이런 성우의 상황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친절하게 말해주기는 했지만 그런 성우가 답답하기도 했다. 

성우는 친구를 만나러 갈 때도 핸드폰을 챙기지 않았다. 중간에 무슨 일이 생길 경우에 친구가 연락할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성우는 철저하게 오늘 자신의 결심을 지키려고 했다. 그래도 만나는 장소가 동네라서 나가는 것이지 다른 곳에 있는 약속이었으면 성우는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전에 한 번 그랬다가 친구들한테 연락이 되지 않아 온갖 욕을 먹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성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친구는 성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친구는 성우에게 일요일에는 약속을 잡지 않겠다고 말했다. 성우는 그저 웃었다. 친구는 장난으로 성우에게 어떻게든 핸드폰을 만지게 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중간에 성우는 친구에게 시간을 물어봤다. 친구는 그런 성우가 짜증 나고 답답했다. 그리고 일요일에 성우를 부른 자신이 죄인이라고 했다. 

친구와 헤어지고 성우는 집으로 돌아가 샤워를 했다. 그리고 자기 전까지 다시 책을 읽었다. 평소 같았으면 OTT 서비스에서 영화를 봤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성우는 오늘 영화 대신 영화화된 어떤 원작 소설을 읽고 있었다. 성우는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도 봤었기 때문에 소설을 읽으며 그때 그 장면들을 떠올렸다. 그렇게 성우 머릿속에 기억의 영화관이 만들어졌다. 영화의 상영은 성우가 책을 읽는 동안 계속 이어졌다. 

일요일 오후 11시 50분이 되면 마침내 성우는 디지털 디톡스와 이별할 준비를 했다. 처음에는 이 시간이 기다려졌지만 지금은 별 생각이 없다. 다만 잠을 자기 전 알람을 맞추기 위해 핸드폰을 가지러 가야 하기 때문에 이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성우는 알람이 없으면 계속 잠을 자기 때문에 잠이 쏟아지지만 이 것은 해야 잠을 잘 수 있었다. 물론 탁상시계로도 알람을 맞출 수 있었지만 성우는 핸드폰 알림이 더 편했다. 

드디어 일요일 오후 11시 59분. 성우는 현관 문 앞에 섰다. 이제 팔을 뻗기만 하면 오늘의 디지털 디톡스도 끝나게 된다. 성우는 핸드폰에서 12시 알람이 울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알람이 울리면 성우는 다시 디지털과 함께 쓸데없는 정보를 찾아보는 6일의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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