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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Aug 03. 2022

8월 3일 고승우의 하루

빨래방

승우는 매주 수요일을 빨래의 날로 삼았다. 승우가 현재 사는 집에서 10m도 안 되는 곳에 빨래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승우가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는 매주 수요일이면 1시간 일찍 퇴근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집에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러면 승우는 밥을 간단하게 먹고 일주일 동안 쌓인 빨래를 모아서 빨래방으로 갔다. 

승우의 집에는 세탁기가 있었지만 건조기는 없었다. 옷 자체가 그렇게 많지 않은 승우 입장에서는 빨래를 해도 빨리 건조를 시킬 수단이 필요했다. 집에서 말리기는 했지만 여름철, 특히 장마철에는 답이 없었다. 그러던 중 승우는 빨래방을 이용하면서 건조기의 매력에 빠졌다. 비록 가격이 부담되기는 했지만 일주일에 한 번 빨래방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승우의 삶은 더욱 쾌적해졌다. 

사실 승우는 수요일이 아니라 주말을 빨래의 날로 잡는 것이 더욱 유리했다. 일찍 퇴근한다고 하지만 겨우 1시간 일찍이었고 주말에는 하루 종일 빨리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승우는 주말이 되면 늦게까지 잠들기를 원했고 오후에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놀러 가기를 원했다. 승우는 오히려 주말이 바빴다. 그래서 승우는 주중에 빨래를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승우에게 최적의 요일은 수요일이었다. 승우는 수요일에는 절대 야근을 하거나 약속을 잡지 않았다. 승우에게는 수요일에 조금이라도 일찍 오는 것이 중요했다. 

오늘도 승우는 출근 전에 빨래의 날을 맞이할 준비를 했다. 먼저 부지런히 일어나서 빨래들을 집 세탁기에 넣고 예약을 걸었다. 승우가 퇴근 후, 집에 도착하는 시간을 정확하게 세팅하는 것이었다. 빨래방에도 세탁기가 있었지만 세탁기 비용까지 내는 것은 승우에게는 부담이었다. 어차피 집에서 빨래방까지 굉장히 가까웠기 때문에 승우는 집에서 세탁기를 1차로 돌렸다.

퇴근 후, 승우는 세탁기를 먼저 확인했다. 보통 때는 거의 타이밍이 맞기는 하지만 오늘은 승우가 세탁이 완료되는 시점보다 빨리 도착했다. 승우는 선풍기 앞에 앉아서 잠시 땀을 식히면서 기다렸다. 

10분 정도 지난 후, 마침내 세탁이 완료되자 승우는 큰 통에 빨래를 담았다. 일주일 치 빨래라 꽤나 양이 많았다. 승우는 빨래통을 들고 밖으로 나가 근처에 있는 빨래방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통이 너무 무거워서 천천히 가는 것이 오히려 더 힘든 길이었다. 

빨래방에 도착한 승우는 건조기가 빈 곳이 있는지를 우선 확인했다. 오늘은 빨래방을 이용하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건조기가 3대 정도 비어있었다. 승우는 물기가 있어 무거운 빨래들을 하나하나 건조기에 넣었다. 건조기가 순식간에 가득 찼다. 승우는 건조기 뚜껑을 닫고 건조를 진행할 시간을 선택했다. 

건조기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승우는 빨래방을 나왔다. 기지개를 켜며 승우는 주변을 살폈다. 주위에 저녁을 먹을만한 곳을 찾기 위해서였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던 승우는 저녁으로 콩나물국밥을 먹기로 했다. 승우는 바로 그 길로 콩나물국밥집에 들어갔다. 

건조가 다 끝나려면 한참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승우는 천천히 밥을 먹었다. 집에서 쉬다가 나와도 되는 거리지만 승우는 그조차도 귀찮았다. 승우는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가 빨래를 가지러 내려오는 것보다는 빨래방 근처에서 쉬고 있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승우는 핸드폰으로 자신이 좋아하는 영상을 보면서 밥을 천천히 씹었다. 

5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 건조가 다 되었다는 메시지가 승우의 핸드폰으로 왔다. 그때 가지도 식당에 있던 승우는 계산을 마치고 다시 빨래방으로 갔다. 약 1시간 전과는 다르게 빨래방을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조금 보였다. 다른 모든 건조기가 돌아가는 것을 본 승우는 빨리 자신의 빨래를 빼기로 했다.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눈치를 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승우는 괜히 마음이 다급해졌다. 건조기에서 마른빨래를 꺼내다가 속옷 몇 개가 바닥에 떨어졌다. 전혀 깨끗한 바닥이 아니었지만 승우는 바로 속옷을 잡아 빨래통에 넣었다. 세탁물이 모두 나온 것을 확인한 승우는 다시 통을 들고 집으로 갔다. 

빨래방에서 집까지 굉장히 가까운 거리지만 집에 도착한 승우는 비 오듯이 땀을 흘리고 있었다. 승우는 아까 다른 사람 눈치가 보여 괜히 서두른 탓에 몸의 열이 올랐다. 승운은 다시 선풍기를 벗 삼아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혔다. 그리고 빨래통을 뒤집어 마른빨래들을 바닥에 널브러 놓고 승우는 샤워를 하러 갔다. 

샤워를 마친 승우는 바닥에 앉아 마른빨래들을 접기 시작했다. 이때 승우는 태블릿으로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보면서 빨래를 갰다. 양이 꽤 많지만 영화를 보면서 빨래를 개기 때문에 속도는 매우 느렸다. 그렇게 승우는 영화의 엔딩이 나올 때까지고 빨래를 다 정리하지 못한 상태가 되었다. 영화가 끝나자 승우는 다시 속도를 냈다. 

마침내 빨래와 관련된 모든 행동이 마무리되었다. 승우는 오늘 입었던 옷을 빼고 모든 옷을 다시 살리는 데 성공했다. 비록 건조기에 들어가면 안 되는 옷이 있어 실제로는 망가진 것도 있었지만 승우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다시 일주일을 살아갈 아이템을 얻어 기분이 좋을 뿐이었다. 그대로 승우는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하며 이제 남은 자유 시간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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