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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Aug 05. 2022

8월 5일 소상민의 하루

닮고 싶은 사람

상민은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존경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는 상민의 사수인 승혁이었다. 승혁은 회사에서 인격자로 유명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화를 내는 경우가 없었으며 갈등이 있어도 침착하게 상대방의 말을 들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장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 갈등은 언제나 좋게 해결이 되었다. 그 덕분에 승혁과 일한 사람은 입을 모아 승혁을 칭찬했다. 

승혁은 상민에게도 좋은 상사였다. 상민이 지금 일을 할 수 있도록 침착하게 가르쳐줬다. 상민이 실수를 해도 승혁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러면서 상민이 점차 실수를 줄일 수 있도록 도와줬고 상민은 그 덕분에 일을 빠르게 배울 수 있었다. 상민은 일을 곧잘 한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상민은 자신이 회사에서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 승혁 덕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상민은 승혁을 자신의 친형처럼 따랐다. 회식을 하거나 일을 하던 도중에 카페를 가면 상민은 승혁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곤 했다. 승혁은 인간적으로도 괜찮은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런 상민의 고민을 잘 들어줬고 그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했다. 상민은 그런 승혁을 진심으로 존경했다. 

그러다가 승혁이 퇴사를 하게 되었다. 구체적인 이직처가 정해진 것은 아니었지만 조금 쉬고 싶다는 것이 그의 퇴사 이유였다. 모두가 그의 퇴사를 안타까워했다. 회사에서는 그에게 연봉을 더 올려주는 제안까지 하며 그를 붙잡으려고 했다. 그러나 승혁은 모든 제안을 거절했다. 회사에서 불만 하나 이야기하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일만 하던 승혁이었기에 그의 퇴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상민은 상혁의 퇴사를 가장 슬퍼한 사람이었다. 회사에서 상민이 친하게 지내는 사람은 몇몇 있었지만 승혁만큼 인간적으로 가까운 사람은 없었다. 상민에게 승혁을 제외한 회사에서의 관계는 저마다 각자의 이유로 동맹을 맺은 것에 불과했다. 상민은 그들과 회사에서만 친할 수 있었다. 그들이 퇴사를 하거나 업무적으로 엮이지 않으면 굳이 함께 말하고 싶은 생각이 않을 정도였다. 상민에게 회사 사람들은 그런 사람일 뿐이었다.  

하지만 승혁은 모든 점에서 달랐다. 그의 퇴사는 앞으로 상민이 회사에서 정신적으로 의지할 사람이 없다는 말과 같았다. 승민은 상혁을 따라서 퇴사를 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상민은 승혁이 이직을 하게 된다면 그곳으로 이력서를 넣을 생각까지 했다. 상민은 승혁과 함께 일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승혁의 퇴사를 상민이 막을 수는 없었다. 그의 퇴사 날짜는 정해졌고 오늘은 그가 회사를 떠나는 날이 되었다. 젊은 직원들은 떠나는 그를 위해 가벼운 송별식을 진행했다. 그에게 퇴사 기념 케이크를 건네고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롤링페이퍼로 적어서 줬다. 나이가 있고 고지식한 상사들은 승혁에게 언제든지 다시 돌아오라고 말을 했고 말없이 악수를 건네는 상사도 있었다. 승혁은 그런 회사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각 부서를 돌면서 퇴사 인사를 했다. 회사 내에서 그를 모르는 사람이 었기 때문에 모두 그가 떠나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퇴근을 하고 난 후에는 그와 정말 친하게 지내던 직원들의 주도로 진짜 송별회가 열렸다. 고깃집에서 소주와 맥주를 마시며 그의 미래에 건승을 바라는 모임이 열렸다. 상민도 이 송별회에 참석했다. 10명이 넘는 사람이 모였기에 상민은 승혁과 일대일로 대화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 상민은 조금 아쉬웠다.

송별회가 무르익을 때쯤 상민은 승혁과 일대일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둘 다 담배를 피우러 나왔기 때문이었다. 상민은 승혁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승혁은 그런 상민에게 나중에 따로 술 한잔 하자고 했다. 둘의 대화는 짧았지만 상민은 그 대화 속에서 승혁이 자신을 친동생처럼 대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상민은 승혁이 회사를 떠나도 언제나 연락을 할 생각이다. 그만큼 상민에게 승혁은 소중한 사람이었다.  

술자리가 완전히 끝나고 승혁은 자신을 배웅해준 모든 사람들이 집에 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지하철을 타는 사람들이 지하철 방향으로 가는 것을 바라보았고 택시를 타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집으로 가는 택시를 잡고 타는 모습도 확인했다. 승혁은 모든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그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이제 남은 것은 상민이었다. 상민은 버스를 타야 했기에 승혁은 그가 버스를 타는 정류장까지 데려다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도착했다, 상민은 승혁에게 다시 한번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승혁은 미소를 지으며 상민에게 손인사를 했다. 상민은 멀어져 가는 승혁을 바라봤다. 상민은 많이 아쉬웠다. 회사를 떠나서도 계속해서 연락하고 지날 좋은 형이 생겼지만 이제 회사에서 다시는 이렇게 의지할 사람을 만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상민은 쓸쓸해졌다. 상민은 이제 자신은 그런 사람을 만나기는 어려울 테지만 자신이 승혁처럼 부하 직원들이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상민에게 승혁은 좋은 상사, 편한 형을 넘어 닮고 싶은 롤모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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