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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Sep 22. 2022

9월 22일 정도균의 하루

연쇄 퇴사

최근 도균의 회사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지난 한 달 동안 퇴사를 결정한 사람만 20명이 넘었다. 이제 입사한 지 겨우 6개월이 지난 도균은 혼란스러웠다. 지금 회사에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퇴사를 하는 사람들을 따라서 자신도 나가야 하는지 헷갈렸다. 어떤 선택을 해도 도균에게는 안 좋은 상황이라는 것이 확실했다. 

도균이 지금 회사에 지원한 이유는 업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회사였기 때문이었다. 도균은 최소한 지금 회사에서 3년 이상의 경력을 쌓고 커리어를 발전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 입사하던 날, 도균은 사무실 분위기에 만족했다. 모두 좋은 사람이었고 하는 일은 모두 흥미 있어 보였다.

하지만 도균은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에 대한 환상이 깨지고 말았다. 회사에는 퇴사를 꿈꾸는 사람들이 많았다. 도균은 단순히 회사에 불만이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회사의 일 때문에 그만두는 사람보다는 사람 때문에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문제는 반복되고 있지만 계속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었다. 

도균이 입사하기 전에도 회사에서는 한 달에 2~3명씩은 꼭 퇴사를 했다. 도균이 다니는 회사는 고작 60명이 다니는 곳이었다. 그리고 2~3명이라는 수치도 최소한이었기 때문에 한 달에 5명 이상 씩 나가는 경우도 있었다. 도균은 입사 3개월 차 때 이런 것 때문에 퇴사를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그러나 도균은 업무적으로는 크게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에 불만을 가지지 않고 회사를 다녔다. 먼저 나가는 사람들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만 잘 다니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도균은 6개월 동안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연쇄 퇴사는 지난달부터 시작되었다. 이제는 아예 팀 단위에서 단체 퇴사를 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 팀의 팀장은 퇴사를 하려는 직원들을 어떻게든 달래 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달래려고 하는 팀장이 그 팀의 가장 큰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퇴사하는 직원들과 친한 다른 팀 직원들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며칠 동안 퇴사 문제로 회사는 시끄러웠고 면담을 하다가 소리를 지르는 직원들도 나왔다. 분위기가 워낙 안 좋다 보니 회사를 잘 다니던 직원들까지 동요하게 되었고 결국 아무런 불만도 표현하지 않던 직원들이 퇴사 의사를 밝히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한 팀에서 시작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회사 전체로 번지고 말았다. 그렇게 하다 보니 9월부터 10월까지 그만두는 직원이 20명을 넘게 되었다. 

도균은 이쯤 되면 회사의 대표나 임원이 직원들을 진정시키고 어떻게든 안 나가게 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도균의 착각이었다. 회사의 대표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퇴사를 결정한 직원들의 명단을 보고받고도 별 반응이 없었다. 그는 오히려 인사팀에게 빨리 직원들을 뽑아서 일을 하는데 문제가 없게 해달라고 주문했다. 회사의 대표는 불만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이 버티는 것보다 빨리 나가 주는 것이 더 회사에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업무는 다른 누군가가 쉽게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회사의 조치를 본 도균은 회사에 정이 떨어졌다. 직원들을 그저 부품 중 하나라고만 생각하고 좋은 직원이 나가는 것을 잡지 않는 회사에 태도에 큰 불만을 가졌다. 도균은 회사의 미래가 없다는 생각까지 했다.

그러나 도균의 우려와는 다르게 회사는 아주 잘 굴러갔다. 언론 플레이를 잘하는 회사였기 때문에 매달 좋은 인재들이 면접을 보러 왔고 아주 쉽게 회사의 직원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회사에 빠르게 적응했고 누군가 나간 자리를 아주 훌륭하게 대체했다. 흔들리는 건 남아있는 직원들의 멘탈뿐이었다. 

오늘 출근해 자리에 앉은 도균은 자신이 입사한 첫날과 비교했을 때 거의 절반 가까이 직원이 바뀐 지금이 정상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부터 도균은 사람의 이름을 외우고 다니지 않았다. 워낙 빠르게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오늘도 도균은 자신의 3번째 부사수의 업무 OJT를 진행해야 했다. 도균은 아직 자신도 업무를 모르는 것이 있는데 이렇게 누군가를 가르쳐야 하는 현실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게다가 벌써 3번째 OJT라는 점은 도균을 더욱 지치게 했다. 도균이 입사하고 한 달 후 들어온 부사수는 일주일 만에 도망쳤고 도균이 입사하고 4달째 되던 날 들어온 부사수는 지난달에 그만뒀다. 도균도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도균은 그럴 수가 없었다. 하루에도 수백 번 흔들리는 도균이었지만 어떻게든 1년은 버틸 생각을 하고 지금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도균은 다시 멘탈을 다잡고 부사수의 OJT를 준비했다. 

그때, 도균의 메신저로 친한 직원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도균이 확인해보니 또 그만둔다는 이야기였다. 겨우 다잡은 도균의 멘탈이 다시 흔들렸다. 도균은 책상 위 놓인 달력을 보며 앞으로 남은 6개월의 달력을 넘기며 디데이를 확인하며 다시 멘탈을 잡으려고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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