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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Sep 23. 2022

9월 23일 박태영의 하루

생일 축하

오늘은 태영의 생일이었다. 태영은 아침부터 생일 축하 인사를 받고 있었다. 태영이 워낙 친구가 많기도 했지만 1년 간 태영이 열심히 대부분의 친구 생일을 챙긴 덕분이었다. 태영은 친구들의 생일이 되면 축하 인사와 함께 기프티콘을 꼭 보냈다. 태영은 친구뿐만 아니라 회사 사람, 업무 상 중요한 사람들에게도 연락을 돌렸다. 

태영은 매일 아침 주변 사람들의 생일을 체크했다. 적당히 인사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간단한 축하 인사를 전했고 자주 보긴 하지만 큰 선물을 주고받을 정도가 아닌 사람들에게는 커피 기프티콘을 돌렸다. 태영은 친밀도에 따라 선물을 다르게 정했는데 정말 중요한 사람에게는 꽤 고가의 물건을 보내 주거나 상품권을 전달했다. 태영이 그렇게 1년 동안 쓰는 선물 비용만 해도 상당했다. 태영은 자신이 보인 성의가 우정이나 인간관계 혹은 사업적으로 크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에 이렇게 행동했다. 완전히 순수한 의미의 축하 인사는 결코 아니었다. 


태영은 오늘 하루 종일 자신에게 온 생일 축하 인사를 체크했다. 인사를 한 사람, 선물을 준 사람 등을 계속해서 확인하느라 핸드폰 화면을 계속 건드렸다. 태영은 자신이 기존에 준 성의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고가의 선물까지 준 사람들에게 별다른 답변이 없으면 굉장히 아쉬워했다.

태영은 자신이 참여한 참여한 단톡방에서도 자신의 생일을 축하해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섭섭해했다. 평소에 단톡방에서 누군가가 생일이면 태영이 가장 먼저 축하해줬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도 그 사람이 생일이라는 것을 알고 따라서 축하 메시지를 보내줬다. 태영은 오늘 누군가가 자신의 생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축하해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늦은 저녁까지 아무도 그런 행동을 보이지 않는 것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기분이 상한 태영은 앞으로 단톡방에서 축하 인사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 다짐했다. 

오늘 태영이 받은 축하 메시지의 수로 보면 수십 건에 달할 정도로 많았지만 1년 간 태영이 보낸 것에 비해서는 적은 편이었다. 밤 10시까지 축하 메시지를 기다리던 태영은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내지 않은 사람들의 리스트를 정리했다. 태영이 그렇다고 해서 리스트에 오른 사람들을 손절할 사람은 아니었다.  그저 태영은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려고만 했다. 

밤 10시 30분, 태영은 자신의 SNS에 생일이라는 것을 알리는 글을 올렸다. 아주 늦게나마 남은 사람들에게 축하 인사를 받고 싶은 태영의 술수였다. SNS 팔로워가 많은 태영이라 게시글을 올리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축하 댓글을 올려줬다. 태영에게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도 있었고 개인 메신저로 늦게 연락해서 미안하다며 축하 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있었다. 태영은 이들의 축하 인사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밤 11시 50분. 이제 태영에게 새로 오는 메시지는 없었다. 태영은 이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태영은 자신에게 도착한 기프티콘을 확인하며 누가 얼마짜리 선물을 줬는지도 정리했다. 이후에 생일 선물을 전달할 때 참고하기 위해서였다. 태영은 내일 또 누가 생일인지도 체크했다. 내일은 태영의 직장 동료 한 명의 생일이 있었다. 태영과는 멀리 떨어진 부서 사람으로 한 두 번 정도 이야기한 것이 전부인 사람이었다. 하지만 태영은 이 사람에게도 축하 인사를 보낼 예정이다. 태영에게 생일 축하 인사는 사회생활의 아주 기본이 되는 행동이었다. 어색하다는 이유로 축하 인사를 보내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오늘 하루 태영은 정작 자신의 생일은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친구나 연인과 맛있는 밥을 먹은 것도 아니었고 부모님과 전화통화를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태영은 자신의 인간관계 관리에 대한 결과만이 중요했다. 태영은 이렇게만 자신의 생일을 보내는 것이 조금 씁쓸하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편하지는 않았다. 태영은 어차피 자신의 생일이야 매년 찾아오는 것이고 지금은 자신의 인간관계를 위한 수단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늘 하루 태영은 세상 누구보다 더 많은 축하를 받은 사람이었지만 진실된 축하는 거의 받지 못 한 사람 중 하나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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