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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Dec 24. 2022

12월 24일 송지훈의 하루

Christmas Time Is Here

지훈은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방안의 조명을 최소한으로 켜두었다. 특별히 만날 사람도, 챙겨야 하는 사람도 없는 지훈은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크리스마스를 위해 준비한 음식과 지훈이 가장 좋아하는 와인까지. 혼자라서 쓸쓸할 수도 있는 크리스마스였지만 그는 전혀 우울하거나 아쉽지 않았다. 그는 단지 올해도 평화롭게 연말을 맞이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크리스마스를 즐길 준비를 마친 지훈은 오늘을 위한 음악을 틀었다. 오늘 그가 선곡한 것은 “A Charlie Brown Christmas” 앨범이었다. 

지훈은 어린 시절에 다른 어린이들과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그는 한국, 일본,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애니메이션을 시청했다. 그는 때로는 자막이나 더빙이 없는 애니메이션도 봤었다. 당시 지훈은 외국어를 몰랐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하는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행동과 상황을 보고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지훈의 부모님은 아무 뜻도 모르면서 웃고 있는 지훈을 보고 혹시 자신들의 아이가 천재가 아닐까라고 착각까지 했었다.

지훈이 주로 보던 채널은 주한미군방송이었다. 다양한 미국 애니메이션을 보며 지훈은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중에서 그가 가장 좋아하던 애니메이션이 바로 “찰리 브라운”이었다. 지훈은 찰리 브라운, 루시, 라이너스, 마시, 샐리, 그리고 스누피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지훈은 그들의 이야기를 완벽히 알아듣지 못했지만 지훈은 즐겁게 애니메이션을 시청했다. 뜻이 통하고 말고는 어린 지훈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지훈은 “찰리 브라운”을 좋아했다. “찰리 브라운”의 진짜 애니메이션 이름이 “피너츠”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무렵에도  “피너츠”의 캐릭터들을 사랑했다. 핸드폰 케이스나 잡다한 장신구, 인테리어 용품을 고를 때도 지훈은 “피너츠”의 캐릭터가 있는지를 먼저 확인할 정도였다. 

어른이 된 지훈은 모니터 화면에 “피너츠” 애니메이션을 틀어놨다. 일을 하던 공부를 하던 게임을 하던 그의 책상 위에 있는 듀얼 모니터 중 왼쪽 모니터는 항상 “피너츠”의 몫이었다. 너무 많이 봐서 이제 다음 장면과 대사를 외울 정도가 되었지만 지훈은 여전히 “피너츠”를 즐겨봤다. 

그런 지훈이 가장 좋아하는 음악도 “피너츠”의 음악이었다. 그중 “A Charlie Brown Christmas”는 지훈이 가장 사랑하는 크리스마스 앨범이었다.  “A Charlie Brown Christmas”은 1960년대 “피너츠”의 크리스마스 에피소드에 수록된 OST로 해당 에피소드는 지훈이 가장 좋아하는 “피너츠”의 이야기 중 하나였다. 특히  “A Charlie Brown Christmas” 앨범은 크리스마스 캐롤이자 재즈 앨범으로서의 가치가 높은 음악이었다. 지훈은 15살 때부터 35살이 된 지금까지 20년 동안 매년 크리스마스가 되면  “A Charlie Brown Christmas”을 틀었다. 지훈에게는 다른 크리스마스 캐롤은 의미가 없었다. 그는  “A Charlie Brown Christmas”의 음악을 들었을 때 비로소 크리스마스임을 느낄 수 있었다. 

오늘도 지훈은  “A Charlie Brown Christmas”의 음악을 틀어 조용히 음악을 감상했다. 지훈의 앞에는 맛 좋게 차린 식사가 있었지만 지훈은 음악이 주는 분위기에 취해 음식을 거의 손대지 않았다. 지훈은 반드시 앨범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들어야 했다. 수백 번 들었던 앨범이지만 지훈에게는 언제나 신곡처럼 신선하고 설렘이 가득한 음악이었다. 

지훈은 의자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한 해 동안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내년에는 무엇을 할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사색했다. 그에게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순간이었다. 수많은 고민을 하던 지훈은 잠시 눈을 감고 애니메이션 속의 캐릭터가 되어 찰리 브라운과 놀고 있는 상상을 했다. 1960년대에 녹음된 약간은 거친 소리와 피아노 선율, 그리고 당시 아이들의 목소리가 지훈의 집을 포근한 크리스마스 파티장으로 만들었다.  지훈은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방금까지 엄청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다가 지금은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되어 노는 상상을 하다니….”


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헛웃음을 지었다. 수많은 고민이 있는 순간이자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 크리스마스는 지훈에게 그런 시간이었다. 지훈은 음악을 마저 들으며 자신만의 크리스마스를 끝까지 즐겼다. 


https://www.youtube.com/watch?v=4PzetPqepX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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