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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Feb 01. 2022

2월 1일 안세현의 하루

전역 후 첫 설날

설날이었지만 세현은 특별히 할 일이 없는 날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고향에 내려갈 수도 없었다. 세현은 어릴 적부터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서 친척 어른들을 만나는 것을 그리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지난달에 군대에서 전역을 한 세현은 오랜만에 명절 분위기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었다. 그러나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모이지 못 한지도 이미 오래였기 때문에 올해도 그냥 안부 인사만 드리는 선에서 마무리하기로 한 것이다. 세현은 참으로 아쉬웠다. 

세현은 오늘 무엇을 할까 하루 종일 고민했다. 명절이니 집에서 지내라는 엄마의 말이 있었지만 세현은 엄마 아빠와 어제 잠깐 뵙고 다시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부모의 잔소리는 또 듣기 싫어서였다. 이제 전역을 했으니 무엇을 해야 한다니 뭐니 등 이제 전역한 세현에게는 아직 생각하기도 싫은 일들을 부모님이 말을 하니 골치가 아팠다.

전역을 하자마자 자취방을 구하는 것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세현은 이제 누군가와 함께 사는 것 자체가 싫었다. 자신만의 공간을 원했던 세현은 전역 전 휴가 동안도 자취방을 알아봤고 이제 전역하자마자 모은 돈과 약간의 부모님 도움으로 꿈을 이루었다. 어차피 다음 달이면 복학을 해야 해서 학교 근처로 자취방을 얻었다. 

세현은 20학번이었다. 하기 싫었던 공부를 끝내고 원하는 대학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괜찮은 대학교에 가서 이제 자신만의 대학 생활을 즐기고 싶어 했던 평범한 20살 청년이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고 세현은 학교 생활을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오랜 고민 끝에 군대를 다녀오면 코로나가 끝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는 바로 휴학을 신청했고 가장 빠른 입대 날짜를 알아봤다.

그리고 세현은 전역을 했지만 여전히 밖은 엉망이었다. 그나마 이제 대면 수업이 늘어간다고 하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지만 계속되는 바이러스 변이 때문에 어떻게 될지도 몰랐다. 

세현은 전역 후 자취방 밖을 거의 나오지 않았다. 가끔 필요한 물건을 사러 나갈 뿐, 나갈 일이 없었다. 그나마 있는 친구들은 아직 군대에 있었고 새로운 친구는 만나지도 못 했다. 배달앱을 통해 주문한 음식을 가져오는 배달원과 잠시 인사를 나누는 게 요새 세현이 나누는 대화의 대부분이었다. 그 외에는 가끔 부모님과 통화하는 정도였다.

세현은 자취방에 누워 있으면서 지금 자신이 여전히 말년 병장 같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밥 먹고 누워있고 TV 보고… 그나마 하고 싶던 게임을 원 없이 할 수 있다는 것과 더 이상 자신을 귀찮게 하는 사람이 전혀 없다는 것이 다른 점이었다. 어떤 날은 커튼을 하루 종일 치지도 않고 낮인지 밤인지 알 수도 없는 상태로 하루 종일 있던 적도 있었다.

오늘 설날 역시 마찬가지였다. 특별히 할 일이 없어 하루 종일 게임을 하고 게임을 하다 지치면 잠을 잤다. 잠자다 심심하면 넷플릭스 탐험을 했다. 재밌는 것도 없어서 정말 탐색만 하다가 다시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전역 전에는 이렇게 살면 좋을 것 같았는데 막상 지내보니 별로인 것 같다고 세현은 생각했다. 연휴가 지나면 근처 헬스장이라도 등록해서 몸도 좀 풀고 바깥공기도 마셔야겠다고 결심했다. 이 생각을 지금만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세현은 다시 인터넷을 하기로 한다. 커뮤니티에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신세를 한탄하는 글이 보인다. 전역했는데 친구가 없어서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글도 있었고 온라인 강의만 하는데 수능 인강도 아니고 내가 이걸 왜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글도 보였다. 어떤 사람은 대학이고 뭐고 이 기회에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지낸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세현은 공감이 가기도 하고 자신들이 불쌍하기도 해서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풍족한 설날을 기다렸는데… 여전히 세현은 군대에 있는 것 같았다.

나오면 이 저주가 끝나 있을 줄 알았는데 이 망할 저주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세현은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다시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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