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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Feb 03. 2022

2월 3일 이우석의 하루

연휴 다음날

연휴가 끝나고 출근하는 길은 너무 싫다.

연휴 동안 먹은 밥 때문에 무거운 것인지 회사를 가기 싫어 몸이 안 움직여지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일어나기 싫은 날이었다.


그래도 겨우 몸을 일으켜 샤워를 하고 회사로 출근했다. 너무 추운 날씨라 재택이라고 했으면 하는 날이었다.


출근하고 컴퓨터를 켜 연휴 사이에 온 메일을 체크했다. 아침부터 업무의 시작을 알리는 메일이 몇 개 들어왔다. 제휴사의 메일도 보였다. 메일을 읽어보며 어떻게 답변을 할지 무엇을 먼저 처리를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캘린더를 봤다.

아차, 오늘은 아침부터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옆 팀의 팀장이 연휴가 끝나면 지금 하는 업무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고 한 것이 이제야 기억났다.

즉시 회의실로 이동해 옆 팀 팀장과 인사를 나눴다. 연휴 동안 뭘 했느니 하는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인사를 나누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팀장은 우리 팀에 업무 분담을 요청하고 있었다. 나는 우리 팀도 바빠서 일을 처리하기 어렵다고 말했지만 옆 팀 팀장은 이런저런 핑계를 말하며 업무 협조를 구했다. 항상 생각하지만 자기 손해 보는 일은 절대 안 하는 사람 같았다. 내가 부탁을 들어주면 그날만 고맙다고 하는 부류였다. 정작 내가 필요할 때는 자기가 바쁘다며 거절하는 사람이다. 내가 왜 이 팀을 도와줘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싸우기는 싫어서 그냥 일을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옆 팀 팀장은 고맙다고 말했다. 항상 이런 식이지. 이 인간은...


자리로 돌아와 핸드폰을 봤다. 망할. 이제 우리 팀 회의를 할 시간이었다. 다시 회의실로 돌아가 팀원들과 잠시 대화를 하고 업무 내용을 공유받았다. 팀원들의 오늘 할 업무를 다 확인한 나는 팀원들에게 미안하다고 하며 옆 팀 업무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팀원들은 한숨을 쉬며 크고 작게 불만을 표했다. 나는 그들을 진정시키고 달랬다. 하지만 성대리는 여전히 불만인 것 같았다.

회의가 끝난 후, 나는 성대리와 커피를 마시며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성대리의 불만을 들어줬지만 성대리는 여전히 나의 태도에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겨우 겨우 성대리를 달래고 최근 성대리가 한 업무의 성과를 칭찬했다. 성대리는 잠시 미소를 보였다.


다시 자리로 돌아온 나는 이제 업무를 하려고 했다. 그러자 또 다른 팀의 팀장이 나를 찾아와 할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명절 사이 생긴 이슈에 대해 나의 조언을 구하고 싶다고 했다. 아.. 정말 힘들다. 왜 이런 일로 나까지 찾아오는 건데.


이야기를 끝내자 어느덧 점심시간이다. 나는 점심을 건너뛰려고 했지만 너무나 배고파서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팀원들과 밥을 먹으러 갔다.

밥을 먹고 오니 오후엔 또 회의가 있었다. 이번엔 실장님이 주최하는 회의였다. 원래는 매주 수요일에 하는데 이번엔 연휴 때문에 오늘 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뭘 할 이야기가 있다고 또 모이는 거야...

실장님은 회사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표님 지시로 나도 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프로젝트 회의를 이따가 이사님 주최로 한다고 한다. 아니 이 망할 회사는 회의를 몇 개를 하는 거야...

실장님과 이사님 회의까지 끝나니 나는 녹초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이사님이 나를 불러 담배나 피우자고 했다. 날도 추운데 옥상으로 가자고 하셔서 그곳에서 이사님과 대화를 나눴다. 이사님은 나한테 기대를 많이 걸고 있다는 등 여러 말을 했지만 귀에 들리지도 않았다. 그냥 책상에 앉게 좀 해줘...


자리로 돌아왔지만 아까 들은 프로젝트에 대해 팀원들과 이야기를 또 나눠야 했다. 결국 또 회의실....


회의를 마치니 당이 떨어진다. 탕비실에서 초코바 2개를 가져와 한 입에 넣었다. 지금이라도 집에 가고 싶어....


자리에 앉았는데 인사팀에서 연락이 왔다. 이번엔 면접이란다. 아 면접.. 또 까먹고 있었다. 다음 주 아니었나? 나는 놀라 일정을 다시 봤는데 오늘이 맞았다. 부랴부랴 이력서를 보고 어떤 사람인지 대충 숙지한 후 면접장으로 향했다.


면접을 마치고 인사팀과 대화를 나눴다. 나에게 면접자가 어떻냐고 물었지만 내가 보기엔 별로였다. 나는 내 의견을 솔직하게 말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퇴근 시간이 가까워졌다. 이 시간이 되니 이제야 나를 찾는 사람이 없어졌다. 오랜만에 내 자리에서 모니터를 봤다. 아침에 봤던 메일... 오늘은 답을 해야 하는데... 나는 부랴부랴 메일을 쓰기 시작했다. 내 하루는 이제야 시작되고 있었다. 하루 참 더럽게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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