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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Feb 19. 2022

2월 19일 김다연의 하루

미라클 모닝 

올해 내가 목표한 것은 미라클 모닝을 습관화하는 것이었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미라클 모닝을 하는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새해 결심으로 하기에 너무나도 좋은 동기부여가 될 것 같아 나는 1월 1일부터 미라클 모닝 시작하게 되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나는 늦게 잠을 자고 출근을 위한 최소한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시간까지 잠을 잤다. 그러다 보니 하루가 너무나도 짧았다. 생각보다 늦게 일어나 부랴부랴 씻고 대충 화장하고 회사를 하거나 화장도 하지 못하고 출근하는 경우가 많았고 퇴근하고 나서는 기진맥진해져서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있다가 겨우 정신 차리고 남은 하루를 즐겼다. 그러다 하루가 가는 것이 너무나 아쉬워 최대한 늦게까지 있다가 잠을 청했다. 매일매일 이런 삶의 반복이었다. 운동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았다. 나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운동을 하지 못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결국 나 스스로를 방어하는, 변명에 불과했다. 시간이 없어서 무언가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없게 내가 움직이고 있으니 무언가를 못 하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 스스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퇴근하고 일찍 집에 들어와 운동을 해도 됐고 아침 일찍 일어나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계속 생각만 하고 있었다. 나 자신을 고쳐야지라고 생각만 할 뿐 아침에 잠을 더 자는 것을 즐겨했고 밤에는 아쉬움에 늦게 잤다. 결국 나는 내 하루를 바꾸지 않았다.

그래서 미라클 모닝을 하는 것을 시도해보기로 한 것이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라고 생각했다. 12월부터 일주일에 딱 한번 일찍 일어나는 시간을 가져봤다. 처음에는 새벽 6시에 알람을 맞췄다. 핸드폰에서 시끄럽게 알람이 울렸지만 나는 그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꿈속에서 불현듯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놀라서 시계를 보니 이미 7시 30분이었다. 그래도 평소보다는 일찍 일어난 편이지만 완벽히 실패였다. 

그다음 주, 나는 다시 새벽 6시에 알람을 맞췄다. 그래도 내가 조금 더 의식해서인지 나는 새벽 5시 50분쯤 잠에서 깼다. 10분 남은 상황….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냥 10분 더 자기로 하고 그대로 다시 침대에 누웠다. 어차피 10분 후면 알람이 울리는데 일어나겠지 뭐…. 이렇게 생각했다. 잠시 후, 알람 소리에 다시 잠에서 깼다. 시계를 보니 6시 20분이었다. 6시 알람을 나도 모르게 무시하고 20분까지 알람이 반복되는 동안 나는 계속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었다. 시끄러운 알람을 끄고 나는 목표보다는 20분 늦은 미라클 모닝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슨 일을 할지 아무런 계획은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책이라도 보자고 생각하고 책장에 꽂힌, 무려 2년 전에 구매했던 책을 봤다. 그러고 보니 책을 읽은 시간조차 만들지 않고 살았던 것 같다. 의자에 앉아 조용히 책을 봤다. 아직 잠이 덜 깨서 책 내용에 온전히 집중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조금 이른 아침의 공기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고요했다. 그리고 뭔가 신선했다.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미라클 모닝을 잘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음날도 알람을 6시로 맞췄다. 이번에는 6시에 맞춰서 일어날 수 있었다. 나는 바로 침대에서 일어나 집 안 청소를 했다. 보통 주말에만 겨우 시간 내서 하던 청소를 평일 아침에 해보기로 했다. 평일 내내 어질러져있는 집을 조금씩 정리하기로 했다. 그렇게 치울게 많지는 않았다. 시간을 보니 6시 30분이었다. 나는 잠시 집 앞 공원을 다녀오기로 했다. 이른 아침이라 생각했는데 공원에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산책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러닝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중에서도 아침에 러닝을 하는 사람의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아침에 정신 차리기도 좋고 아침 공기를 만끽하기에 러닝만큼 좋은 것은 없어 보였다. 

다음날, 나는 6시에 일어나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다시 다음 날, 6시에 일어나는 데 성공한 나는 스트레칭을 하고 러닝을 하러 갔다. 마땅한 운동복과 운동화가 없었지만 나는 대충 걸쳐 입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가볍게 뜀박질을 하기 시작했다. 마스크를 쓰고 운동을 해야 하니 적응이 잘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몸을 움직이니 기분이 좋았다. 나는 주위를 살피며 사람들이 많이 뛰어다니는 코스를 위주로 살짝 뛰었다. 오랜만에 몸을 제대로 움직이니 숨도 차고 체력도 받쳐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아침에 무언가를 했다는 느낌이 나를 더욱 기분 좋게 했다. 그리고 그날 회사일도 어쩐지 잘 되는 느낌이었다. 이제 내가 미라클 모닝을 하게 되면 해야 하는 일이 명확해진 것 같았다.

그렇게 12월 내내 미라클 모닝을 연습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 때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았고 몸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차츰 적응이 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러닝을 하기 위해 운동복을 알아봤다. 그리고 우리 동네에서 러닝 하기에 좋은 코스를 발견하려고 노력했다. 12월 마지막 주에는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봤고 의외로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22년 1월 1일이 되었다.


1월 1일이 평일이 아닌 공휴일이라는 점은 인간을 더욱 게으르게 만들 수 있었지만 나는 무리해서 새벽 5시에 일어났다. 30분 더 일찍 일어난 것뿐인데 몸은 더욱 말을 안 들었다. 하지만 겨우 정신을 차린 나는 간단하게 세수하고 이날을 위해 준비한 새 운동복과 운동화를 꺼냈다. 이 시간에 일어나니 그냥 밤에 일어난 것과 같았다. 무척 어두운 날이었고 그리고 너무나도 추웠다. 하지만 나는 빛이 있는 곳을 따라 뛰기 시작했다. 너무 어두워서 뛰었다기보다는 거의 빠른 걸음에 가까웠지만 제법 기분이 좋았다. 그날은 쉬는 날이었고 새해의 첫날이었기 때문에 나는 일출을 보려고 일부러 원래 계획보다 더 오래 밖에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되자 조금씩 날이 밝아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주 높은 산에 오른 것은 아니라서 일출을 정확히 볼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날이 밝아오는 것을 보며 나는 소원을 빌었다. 내가 원하는 것, 목표로 하는 것에 대해서 빌었다. 


그날 이후 나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새벽 5시에 일어났다. 눈이 많이 온 날은 빼고 거의 매일 새벽을 달리러 나갔다. 러닝을 하지 못 하는 날에는 집에서 유튜브를 보며 요가와 간단한 운동을 하며 새벽을 즐겼다. 아침 일찍 일어나기 위해 아무리 늦게 퇴근해도 잠은 최대한 11시에 자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사람이 6시간은 자야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주말도 빠지지 않았다. 주말에는 오히려 30분 더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졌다. 새벽 4시 30분 기상.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상하게 아주 쉽게 눈이 떠졌다. 평일에도 이 시간에 일어날까 고민했지만 그래도 하루 종일 근무하는 나를 위해 30분의 시간을 더 주기로 했다. 대신에 주말에는 30분 정도 낮잠을 잤다. 

이렇게 하니 하루가 무척 길어졌다. 아침을 즐기는 다양한 방법을 찾게 되었고 일을 할 때도 오히려 집중력이 생겼다. 커피를 너무 마시면 일찍 잠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아침에 딱 한 번 커피를 마셨다. 그래도 아침 커피는 포기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일찍 잠을 자야 했기 때문에 저녁 식사는 거의 하지 않았고 샐러드나 단백질 위주로 간략하게 챙겨 먹었다. 대신에 길어진 아침 덕분에 아침식사를 충분히 잘 챙겨 먹을 수 있었다. 그래도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가 야근이 많이 없다는 것에 감사한다. 보통 7시 정도에 퇴근을 할 수 있었고 회사와 집의 거리가 가까운 것도 나름의 축복이었다. 퇴근하고 잠들기까지 딱 4시간 정도가 남은 것이었는데 예전 같으면 이 시간이 아까워서 더 늦게 자고 했을 텐데 이젠 딱 그 4시간만 즐겁게 내 할 일을 하고 11시에 어김없이 잠드는 습관을 가졌다. 아마 나의 이 생활 습관에 제일 불만을 가진 것은 남자 친구였을 것이다. 하루는 우리 집에서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남자 친구에게 “너도 미라클 모닝하자, 아침 일찍 나랑 달리는 건 어때?”라고 말했지만 남자 친구는 자기는 불가능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만 했다. 그래도 그는 최근 생기가 넘치는 내 모습을 보니 좋다고 말했다. 


그렇게 오늘인 2월 18일까지 나는 계속해서 새벽 5시 정도에 일어나고 있다. 오늘은 아예 새벽 4시에 눈이 떠졌다. 무턱대고 일찍 일어나는 것도 그리 좋은 것 같지는 않았지만 이젠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 자체에 대한 몸의 거부감이 아예 없었다. 러닝을 하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라 나는 책을 읽으며 아침을 즐겼다. 요새는 나처럼 미라클 모닝을 하는 사람들을 찾아 모임까지 가입했다. 사실하는 것은 거의 없었다. 매일 아침 몇 시에 일어났는지를 공유하고 시간 괜찮은 사람끼리 정말 짧은 시간 동안 온라인 모임까지 하는 것이었다. 강제성이 전혀 없는 모임이라 이탈하는 사람도 많았고 새로운 얼굴도 많았다. 공유만 하고 온라인 모임은 죽어도 오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나도 시간이 되면 온라인 모임을 하며 잠시 내 생각을 공유했다. 나중에는 아침에 모여서 온라인 독서 모임을 하자는 제안이 있던데 아침 일찍부터 생각을 나누는 게 잘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흥미가 생겨 나중에 정말 한 번은 해보고 싶었다.

오늘은 토요일이라 사람들이 많이 참여하지는 않았다. 잠깐의 모임을 하고 나는 새벽 6시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아예 동네 뒷산까지 오르는 코스를 달려보기로 했다. 그리 높지도 않은 언덕에 가까운 곳이라 크게 부담이 되지는 않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달리고 달렸다. 1월 1일부터 사용하고 있는 운동앱에 내 오늘 운동 기록이 쌓이고 있었다.

살아있고, 살고 있음을 느끼고, 살아갈 이유를 찾는다. 내가 항상 아침에 달리면서 드는 기분이었다. 두근 거리는 심장 박동이 그대로 전달되고 추운 아침이 열이 오른 내 몸의 열기 덕분에 식혀질 때, 그리고 그로 인해 내 안의 생기가 넘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내가 오늘 살아갈 힘을 얻었다. 주말에 일찍 일어나면 그날 하루는 무척이나 길다. 핸드폰을 확인하니 이제 겨우 7시 20분이 되었다. 오늘 내가 받은 에너지로 살아갈 시간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것이었다. 숨을 고르며 나는 오늘 내가 해야 할 일들을 정리했다. 주말이지만 여전히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저 빈둥거리느라 허무하게 흘러가던 주말이 이젠 나에게 알찬 주말로 바뀌고 있었다. 할 수 있다면 앞으로 평생 일찍 일어나 하루를 길게 살아가는 습관을 가지고 싶다. 


오늘도 나는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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