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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Feb 25. 2022

2월 25일 서해준의 하루

코로나 확진

어제부터 몸이 좋지 않았다. 

어제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심하게 칼칼했다. 침을 삼키기 조금 어려웠고 잔기침을 했다. 몸은 살짝 으슬으슬했다. 직감적으로 몸에 큰 이상이 생겼음을 깨달았다. 혹시나 싶어서 열을 재보니 정상 체온이었다. 그나마 안심하고 있는데 조금씩 기침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최근 2년 동안 감기에 걸린 적이 없는데 갑자기 감기라니….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평소에 비염이 있었기 때문에 비염이 살짝 심해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금 기다려보기로 했다.

출근을 준비하면서 계속 몸의 상태를 의식하려고 했다. 하지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며칠 전 사둔 자가진단키트를 꺼내 내 몸 상태를 체크하기로 했다. 이 면봉 같은 걸로 코를 쑤시는 기분은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그리 좋지는 않았다. 별일 아니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키트의 결과를 기다리며 나는 세수를 하러 갔다. 세수를 하고 로션을 바르고 있을 때쯤 15분이 지난 것을 깨달은 나는 자가진단 검사 결과를 확인했다. 아뿔싸…. 양성으로 나왔다. 

나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회사에 전화해 PCR 검사를 받고 재택근무를 하겠다고 말했다. 회사에서는 최근 확진자가 많아진 터라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별로 놀라지도 않고 검사 결과 나오면 공유해달라고만 할 뿐이었다. 나는 검사 키트를 안전하게 밀봉하고 근처 보건소로 갔다.

보건소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나는 맨 뒤로 이동해 내 차례를 기다렸다. PCR 검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였다. 모두 근처에 확진자가 나와 검사를 받은 것이었고 그때마다 음성이었다. 그래서 코로나라고 하는 것은 나에게서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엔 그렇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 검사를 하는 것 자체는 코를 찌를 때의 약간의 불편함을 빼곤 괜찮은데 추운 겨울에 밖에서 계속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 조금 귀찮고 짜증 났다. 이러다 감기를 걸리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짓을 2년 넘게 하며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나는 차분히 내 차례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은 생각보다는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내 차례는 빠르게 왔다. 약간의 불편함을 있었지만 무사히 내 검사도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결과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어제는 하루 종일 집에서 일을 하며 검사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중증은 없다고 하고 나 역신 백신을 계속 맞아왔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와 직접 연관 있는 사람 중에 코로나에 걸린 사람은 없었기 때문에 살짝 불안한 감정이 들었다. 

밤이 되자 기침이 심해졌다. 이제 정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것 같았다. 나는 인터넷을 검색하며 코로나 확진자가 어떤 행동을 해야 하고 어떤 것을 유의해야 하고 어떤 조치를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병원 치료에 대한 걱정도 있었는데 이것은 생각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기침이 너무 심했기에 언제 샀는지도 모르는 집에 있는 약을 찾아 먹었다. 그리고 조금 따뜻하게 입고 잠을 청했다. 

이제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났다. 검사 결과를 알아보기 위해 계속해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지만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보통 이 시간쯤에는 나오던데? 싶은 시간이었지만 최근 확진자가 많아서 그런지 결과는 늦게 나왔다. 회사 상사는 결과가 나왔냐고 나에게 계속 물어봤지만 나는 아직 대답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내 예상보다 조금 늦은 시간에 문자가 왔다. 


확진을 알리는 문자였다.


막상 문자로 확인되자 별 느낌이 없었다. 몸은 여전히 안 좋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감기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회사에 어서 알리고 일주일 간 자가 격리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우선 집에는 먹을 것이 꽤 있었기 때문에 먹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만약 필요한 것이 있으면 모바일에서 주문하면 바로 다음 날에 오는 세상이니 역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문제가 된다면 병원이었다. 하지만 역시 해결할 수 있었다. 어제 검색해보니 확진자를 위한 비대면 진료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비대면 진료라는 게 알고 보니 전화 진료나 화상 진료 등을 하는 것이었다. 앱으로 할 수 있고 원하는 병원을 선택하면 차례가 되면 연락이 오는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처방전 역시 발급 가능하고 이를 앱에서 근처 약국으로 보내서 약까지 우리 집 앞으로 갖다 주는 서비스였다. 긴가민가하면서 서비스를 우선 이용해봤다. 요새 확진자가 많아 원하는 진료를 받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지만 막상 진료에 들어가니 굉장히 편했고 의외로 많은 것을 의사가 물어봐줬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자 나를 위한 약도 집 앞에 도착해 있었다. 굉장히 편했다. 이제 정말 밖에 한 발자국도 안나 고도 살 수 있는 세상인 것 같다.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오후가 되었다. 회사에서는 연차를 사용하게 했기 때문에 일도 하지 않아도 되었다.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았기 때문에 재택근무를 해도 될 것 같았지만 그렇게 하라고 회사에서 말하니 우선 군말 없이 따르기로 했다. 덕분에 할 것이 없었다. 약도 먹으니 기침도 멎었고 몸은 꽤나 가벼워졌다. 어쩌면 벌써 다 회복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후에는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을 보며 지냈다. 아무도 없는 오후 시간에 혼자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게 생각보다 꽤나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커피를 마시고 싶어 배달을 시켰다. 최소 주문금액과 배달비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해야 했지만 그렇다고 밖에 나갈 수는 없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지출했다. 중간중간 배달 음식도 시켜먹어야 할 텐데 아무래도 이번 달 생활비는 꽤나 많이 나오게 될 것 같다. 

그때,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내 확진 소식을 들은 친구가 내 몸을 걱정하며 생활지원비를 받는 정책이 있으니 이에 대해 알아보라고 정보를 전달해준 것이었다. 나는 친구의 우정에 감사하며 나중에 밥이나 한 끼 사겠다고 말했다. 친구가 보내준 정보를 살폈다. 일단 해야 하는 것들이 좀 있었고 지금 당장 어쩔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중에 다시 체크하기로 하고 정보를 핸드폰에 저장했다. 

밤이 되자 다시 몸이 으슬으슬해졌다. 온도를 재보니 약간의 미열이 있었다. 기침도 다시 심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회복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오히려 어제보다 약간 더 심해진 것 같았다. 나는 집에 남은 밥을 우선 먹고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을 먹었다. 기침은 심했고 가슴 부분이 답답하고 통증이 느껴졌다. 이제 감기 수준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위험한 병이긴 한 것 같다. 

모처럼의 휴식이라 조금 더 여유를 즐기고 싶었지만 일단 몸의 상태가 안 좋아졌기 때문에 나는 일찍 잠들기로 했다. 침대에 누워 어제부터 오늘까지 폭풍처럼 흘러간 하루를 되돌아봤다. 오늘 하루는 버틸만했지만 일주일 정도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니 약간 답답해졌다. 내일은 무엇을 하고 지낼까? 그래도 내일은 몸이 더 괜찮아졌으면 좋겠다. 그렇게 생각하며 나는 격리 1일 차의 밤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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