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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Feb 27. 2022

2월 27일 박동균의 하루

일요일 밤 직장인의 슬픔

어느새 일요일의 오후 5시가 되었다. 

만약 오늘이 출근을 하는 날이라면 퇴근까지 1시간 남은 시간. 고로 1시간이 지나면 평일의 저녁이나 다름없는 일요일 밤이 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이제 나의 주말은 끝나간다. 주말이 끝나가는 것이 좋았던 적은 당연히 한 번도 없지만 오늘따라 더욱 싫었다. 심지어 이번 주는 월요일만 출근하면 바로 화요일에 또 공휴일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 물론 삼일절의 의미를 생각하면 이렇게만 보통의 휴일처럼 취급하면 안 되는 것을 알지만….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정말 일요일이 가는 것이 싫었다. 일주일 중 하루를 쉬기 때문에 오히려 당장 월요일에 끝내야 하는 업무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었다. 머릿속으로 내일 해야 할 일을 순서를 정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려는 나의 뇌가 너무 싫었다. 주말엔 일 생각 좀 하지 말자고…. 그렇다고 내가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직장인이라서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일요일 밤이 되면 자동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을 생각했다. 그래야 내일 까먹지 않고 업무를 할 수 있고 회사에서 안 혼나니깐…. 일종의 생존 본능이라고나 할까?

아니다. 일 생각 그만 하자. 오늘은 일요일이다. 아직 오후 5시야. 아직 주말을 즐길 시간은 충분하단 말이지. 어떻게 하면 보람차게 남은 하루를 보낼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자. 우선 오늘 한 일을 생각해봤다. 흠… 잠밖에 잔 것이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을 한 것 빼고는 말이다. 그래서 더 허무했던 것 같다. 낮잠을 자면 시간이 훅훅 지나가버리니깐. 그래, 남은 시간은 좀 효율적으로 지내자.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남은 시간에 뭘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조금 있으면 저녁을 먹어야 했고 저녁을 먹고 좀 정리하다 보면 이제 완전한 밤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할 게 있나? 씻고 자야지. 

이렇게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나니 어느새 5시 30분이 되었다. 오늘도 꽤나 허망하게 주말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특별히 뭐를 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휴식을 취하는 것이 주말이지. 

나의 계획(?)대로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주변을 정리하고 나니 어느새 8시가 넘었다. 그래도 생각보다는 빨리 끝났다. 나는 넷플릭스에 들어가서 예전에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시청했다. 재미는 없었지만 그래도 틀어놓고 내용이 복잡하지 않아 딴짓하기에는 좋은 드라마였다. 딴짓이라고 하면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그냥 잉여롭게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잠깐 그러고 있던 것 같은데 시간을 확인하니 어느새 11시가 되었다. 이제 정말 주말은 끝이었다. 내일 일찍 퇴근하려면 조금 일찍 출근을 해야 했기에 이제 정말 잠을 청해야 했다. 

우리들의 주말은 왜 이리 빨리 가는 것일까? 물론 실제로 이틀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정말로 짧은 것이 맞다. 금요일 밤이 가장 즐겁고 토요일은 조금 여유롭고 일요일은 아쉽게 시간이 흐른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의 주말은 소비되고 있다. 주말을 꽉꽉 채워서 일정을 짜는 사람도 있고 나도 가끔 그럴 때가 있지만 오히려 나는 그게 더 피곤했다. 시간은 오히려 더 빨리 가기도 했고 힘든 일정을 마치고 나면 이제야 쉬고 싶은데 다시 월요일이라 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출근해야 한다. 그렇다고 나처럼 잉여롭게만 주말을 보내면 그저 허무하기만 하다.

요새 뉴스에서 주 4일제를 이야기하는데 그러면 3일 쉬면 행복해질까? 잘 모르겠다. 예전에는 토요일에도 근무를 했고 정말 주말이라는 게 거의 없이 산 적도 있다고 하니 지금 이틀이라도 쉬는 것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정말 3일을 쉴 수 있다면 조금은 더욱 여유롭게 나의 또 다른 삶을 준비할 것 같다. 이틀보다야 괜찮지 않은가?

하지만 어떻게 되었든 간에 일요일 밤은 똑같이 우울할 것이다. 연속으로 5일을 일하든 4일을 일하든 목적지를 알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과 대중교통을 같이 타고 다시 이름만 어느 정도 알거나 친한 동료들이 있는 회사에서 8시간~9시간, 혹은 그 이상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출퇴근이라는 시간으로 적어도 2시간은 소비하게 되고 정작 집에 들어오면 나의 시간은 거의 남아있지 않는다. 남은 밤 시간대에 뭐라도 하려고 하면 늦잠을 자게 되고 결국 다음 날 영향을 주게 된다. 그렇게 4일을 더 버텨야 한다.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도 대안은 없는 그 삶을 우리는 매주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월요일이 더욱 우울한 것이 아닐까 한다. 도망치고 싶지만 도망갈 수 없이 다시 돌아오는 현실과도 같은 게 월요일이다. 

매주 일요일 밤에는 월요일의 의미와 회사에서의 삶을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 아니라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이 삶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 내가 실제로는 하기 싫은 일 때문에 혼나고 내가 하기 싫지만 어떻게든 해내서 칭찬을 받고 내가 하는 일에 비해 적은 연봉을 받으며 다시 그 돈으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부족하지 않은 정도로 다시 세상을 살고 있는 내 현실 말이다. 그래도 출근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누군가에게는 부러운 일일 수도 있지만….

일요일 밤이 되면 나는 항상 로또를 맞췄다. 원래는 토요일에 맞춰야 하지만 하루라도 조금 더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당첨 번호를 비교했다. 혹시나 이것이 나의 반복되는 현실의 도피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너무 당연하게도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번호는 맞지 않았다. 나는 다시 돌아온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피할 수도, 피할 용기도 없는 그 현실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내가 사업을 하는 입장이면 달라질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 두 가지 케이스 모두 내 주변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한 친구는 이제 그 일이 누구보다 더 싫어졌다고 했고 사업을 하는 친구는 월요병에는 시달리지 않았지만 월급날병에 시달렸다. 그는 월급날, 직원들 월급을 못 줄까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돈이 필요 없는 세상이 된다면 조금은 행복해질까? 일을 안 해도 돈걱정 없이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쓸데없이 해봤다. 일요일 밤이 되니 쓸데없는 공상만 많아지는 것 같다. 이제 오후 11시 50분. 내가 아무리 저항을 하고 싫어하고 다른 생각을 해봐도 월요일은 약속된 그 시간에 다시 오고 있었다. 

정말 오늘은 일요일이 끝나는 것이 정말 싫다. 너무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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