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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r 03. 2022

3월 3일 박승빈의 하루

3개월의 끝

승빈은 오늘 하루 마음이 무거웠다. 오늘은 3개월 전 회사에 들어온 정수가 퇴사를 하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정수는 승빈의 팀원이었고 승빈이 처음으로 내보낸 직원이 되었다. 승빈은 팀장이 된 이후 팀원들을 잘 이끌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부족한 사람이 있어도 그들을 채워주려고 했고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어떻게든 회사의 구성원으로 잘 성장할 수 있게 하려고 했다. 그것이 팀장으로 지난 2년 간 승빈이 팀원들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였다. 

그러나 정수가 오면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이런저런 경력이 있던 정수는 사실 승빈의 마음에 차는 사람은 아니었다. 면접 자리에서 정수가 회사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기에 승빈은 정수를 뽑지 않고 싶어 했다. 그러나 같이 면접을 본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대표는 정수가 경력직치고는 부족함이 많지만 그래도 정수의 경력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라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팀장인 승빈의 의견보다 대표의 한마디가 더 중요했던 이 회사에서 결국 정수는 승빈의 팀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승빈은 정수가 여전히 내키지 않았지만 편견 없이 그를 바라보기로 하였다. 자신이 정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승빈은 대표의 말처럼 정수에게도 가능성이 보일 것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그렇게 입사 일주일이 지났다.

회사는 작은 규모였기 때문에 신규 입사자는 빠르게 업무에 투입되어야 했다. 영업직으로 들어온 정수는 입사 일주일이 지나고부터 자신의 사수를 따라 미팅을 다니며 회사의 영업 방식과 회사의 업무를 익히기 시작했다. 승빈은 정수가 이 시기를 잘 버텨서 팀의 소중한 일원이 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였다. 

정수가 입사한 지 보름 정도가 되었을 때, 승빈은 정수를 따로 불러 그의 영업 방식을 테스트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정수에게 가상의 미팅 자리라 생각하고 한번 회사를 소개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수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승빈은 완벽하지 않아도 좋으니 지난 보름간 배운 것을 토대로 한번 설명해달라고 말했다. 승빈도 정수에게 완벽한 모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정수가 회사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정수는 제대로 말을 하지 못했다. 승빈은 긴장해서 그런 것이라 생각해 정수에게 긴장을 풀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수는 여전히 말을 제대로 이어 가지를 못 했다. 승빈은 정수가 영업만 5년 넘게 했는데 이렇게 버벅거리는 모습을 보인다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 생각하고 정수에게 3일이라는 시간을 더 줬다. 승빈은 이번에는 시간을 줬으니 조금 더 잘해보고 모르는 것 있으면 자신이나 다른 동료들에게 물어보라고 정수에게 말했다.

그렇게 3일이 지났지만 승빈은 워낙 바빠서 정수의 업무를 체크할 수가 없었다. 승빈은 정수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다음날 다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그다음 날, 정수는 갑자기 몸이 아프다며 회사를 하루 못 나오겠다고 승빈에게 연락했다. 승빈은 정수에게 건강 잘 챙기고 하루 푹 쉬라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서로 엇갈리면서 다시 일주일이 지났다.

정수가 입사한 지 거의 한 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승빈은 정수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것 같아 미안했다. 그래서 정수에게 커피를 사주면서 정수가 회사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지를 살폈다. 승빈이 보기에 정수는 아직까지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승빈은 정수에게 회사가 체계가 안 잡혀서 따라가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테니 모르는 것이 있으면 자신이나 주변에 어떻게든 물어봐달라고 했다. 사실 승빈은 정수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다른 팀원들도 정수가 그런 것을 물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승빈은 정수의 성향도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를 진심으로 돕고 싶어 했다. 승빈은 커피숍에서 정수의 고민과 질문을 들으며 그에게 성심성의껏 답변해줬다. 이제 승빈은 처음 정수를 봤을 때처럼 그에게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게 되었다. 아직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대표의 말대로 잘 키우면 분명히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무실로 돌아간 승빈은 정수에게 지난주 내줬던 숙제를 검사하겠다고 말했다. 정수는 1시간만 시간을 달라고 했고 승빈은 허락했다. 1시간이 지난 후, 회의실에서 정수는 회사에 대해 소개하며 자신만의 영업을 승빈에게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승빈이 듣기에 정수가 말하는 회사에 대한 정보는 틀린 것이 많았다. 아예 다른 회사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 어떠한 것도 설득되지 않았다.

승빈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방금까지 정수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믿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정수의 태도. 정수는 자신이 무엇을 틀린 것인지 모르고 있었다. 승빈은 속으로 깊게 한숨을 쉬었다. 승빈은 정수를 크게 혼냈다. 틀린 것도 틀린 것이지만 정수의 태도와 마인드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풀이 죽은 정수는 ‘네’라고 대답할 뿐이었다. 하지만 승빈은 정수를 포기하기가 싫었다. 승빈은 그 자리에서 정수가 무엇을 틀렸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하나하나 짚어줬다. 승빈은 그렇게 해서라도 정수를 회사의 필요한 인재로 키우고 싶었다. 정수는 열심히 하겠다고 승빈에게 말했다. 승빈은 정수의 가능성이 꼭 발현되기를 바랐다.

다시 한 달이 흘렀다. 입사 후, 두 달 가까이 되었지만 정수는 제대로 된 업무 하나를 맡지 못했다. 팀원들은 정수에 대해 잘 믿지 못하는 눈치였고 노골적으로 정수를 꾸짖는 사람도 있었다. 승빈은 정수를 빼고 다른 팀원들을 불러 정수를 대하는 태도에 대해 지적했고 아직 회사에 적응 중인 사람이니 잘 보살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승빈의 마음도 무거웠다. 팀원 중에는 정수보다 경력이 적은데도 불구하고 퍼포먼스를 내는 사람도 있었고 한 달이 되기도 전에 다들 큰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직접 부딪히며 업무를 배우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수처럼 두 달이 되어가도록 업무에 적응 못 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런 상황이었기에 누군가는 정수에게 큰 불만을 가질 수도 있었다. 승빈은 그것을 알았기에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컸다. 그렇다고 정수를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장 여유로운 것은 정수였다. 정수의 태도에서는 미안함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승빈은 그게 아쉬워 정수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도했다. 정수는 고치겠다고 말은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승빈은 2달째부터 정수를 업무에 투입시켰다. 이제는 정말 업무를 해야 하는 순간이 왔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수는 실수가 너무 많았다. 실수를 한지도 몰랐고 거짓말도 능숙했다. 팀원들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승빈의 마음은 계속 타들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대표는 승빈을 불렀다. 대표는 정수의 업무에 대해 최근 안 좋은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승빈은 자신이 어떻게든 퍼포먼스를 끌어올리겠다고 대표에게 말했다. 그러나 대표는 “어차피 수습이니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요. 좀 별로다 싶으면 기간이 지나기 전에 승빈 님이 결단해야죠. 이제 곧 3개월이잖아요. 업무 평가도 하고 있잖아요?”. 승빈은 속으로 좀 화가 났다. 대표가 직접 뽑자고 해놓고 이제는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내보일 수는 없었다. 승빈은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사실 객관적으로 정수를 내보낼 명분은 없었다. 평가 지표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무엇보다 이제 업무를 들어가는 사람한테 어떤 잣대를 들이미는 것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다만 대표가 말한, 3개월. 회사의 안 좋은 모습이었지만 수습 기간을 이용해야 했고 대표는 그 방법을 넌지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승빈이 알아서 명분을 만들어 내보내라는 것이었다. 승빈은 아무리 직원이라도 회사가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고생하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면 무언가 결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기는 했다.

너무 고민이 되던 승빈은 친구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친구들은 그런 사람 내보내라고 찬성하기도 했고 그래도 요즘 같은 때 그러면 회사에도 손해라며 잘 데리고 있으라고 조언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중 어떤 친구는 승빈에게 “그냥 네가 마음이 불편해서 내보내려고 하는 거 아니야? 다른 사람 핑계를 대고 있지만 승빈이 네가 데리고 있기 싫어서 그런 것 때문에 고민이 되는 거겠지. 네가 잘 인내하고 데리고 있는다고 하면 누가 뭐라고 하겠어?”라고 승빈의 마음을 찌르는 말을 하기도 했다. 승빈은 사실 친구의 말이 너무 맞는 말 같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승빈은 주말 내내 고민했다. 그리고 자신의 원래 원칙을 지키기로 했다. 정수를 어떻게든 끌고 갈 것이고 승빈이 마지막까지 책임지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해보지도 않고 마음이 불편해서 사람을 내보내는 것은 승빈의 생각과 맞지 않았다. 그렇게 승빈은 출근해서 대표에게 이 사실에 대해 보고했고 대표는 승빈의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떠 앉으려는 승빈이 많이 힘들 테니 각오는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리로 돌아온 승빈은 정수를 데리고 카페로 갔다. 그를 핀잔 주려는 것이 아니라 더 잘해보자고 용기를 주기 위해서였다. 승빈은 그런 마음으로 정수에게 말을 하려고 했는데 정수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 


“저 3개월 끝나면 그만두겠습니다. 팀장님”


승빈은 크게 놀라 들고 있던 커피를 내려놨다. 


“무슨 말이에요? 그만둘 거라는 건가요?”


승빈이 말을 하자 정수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네. 여기 다녔는데 저랑 맞지 않고. 다른 사람들한테도 피해를 끼친다고 전에 팀장님이 그러셔서요.”


“아니, 제가 그렇게까지 말씀을 드린 적은 없고요. 일단 저는 정수님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오늘 잘해보자고 이야기하려고 한 것이었어요.”


“저도 귀가 있어서, 팀장님이 제 욕하고 다닌다는 것 알고 있고요. 그래도 팀장님 원망하는 건 아니에요. 욕할 수도 있죠. 제가 일을 못한다고 하시니. 계속 챙겨주시려는 건 제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승빈은 갑자기 이상한 말을 하는 정수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뒷담화라니? 승빈은 이런 이야기를 한적도 없고 할 성격도 아니었다. 앞에 있던 커피를 벌컥 들이켜고 순간 나올 뻔한 욱하는 감정을 겨우 억누르고 승빈이 정수에게 말했다. 


“욕을 했다고요? 일단 저는 그런 적이 없고요. 제가 팀원들한테 정수님 잘 이끌자고 한 적은 있어도 제가 욕을 한적은 없어요. 평생 그렇게 살지도 않았고요.”


“우리 팀원 말고 다른 팀 사람들한테 들었습니다. 뭐 지금 그게 중요한 것 같네요. 안 그러셨다면 제가 잘못 들은 거겠죠. 기분 나쁘게 했다면 사과드립니다.”


승빈의 얼굴은 계속 빨개지고 있었다. 정수는 그런 승빈을 슬쩍 보더니 앞에 있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여하튼 3개월 되기 전에 그냥 나가려고요. 아무래도 저를 자르고 싶어 하셨을 것 같은데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제가 먼저 나갈 거니까요.”


승빈은 이제껏 소심하던 정수의 모습과는 다르게 막힘없이 그리고 생각의 여과 없이 바로바로 말하는 정수의 모습이 낯설었다. 배신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갑자기 주말 사이에 태도가 바뀐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난 주말 동안 고민했던 자신의 행동이 의미가 없어진 것도 화가 났다.


“일단 알겠습니다. 그래도 저는 정수님이 잘하실 거라 생각했어요. 부족한 게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나.. 나가신다고 하니 아쉽네요.”


“그거 아세요? 여기 체계가 너무 없어요. 그런 상황에서 그걸 적응 못 한다고 부적응자니 무능력자니라고 생각하는 이 회사가 전 너무 어이없었어요. 처음 한 달은 잘 버텨보려고 했는데 저를 챙겨주는 사람은 없고 혼내기만 하더라고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잘 버티는데 너는 왜 그런 말 하느냐라고 하실 수도 있죠. 그런데 제 생각에는 진짜 잘하는 사람들은 아마 얼마 못 버텼을 것 같고  그냥 순응한 사람만 여기 남아있는 것 같아요. 팀장님이 회사 잘 되었으면 생각하신다면 이런 것도 좀 보실 줄 알면 좋겠네요.”


승빈은 다시 할 말을 잃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승빈 자신이 정수를 안 좋게 본 것은 회사의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무능하게 봤던 것이 아니었을까? 이렇게 생각하던 승빈은 다시 정신을 차렸다. 승빈은 다른 건 그렇다 쳐도 정수가 업무적 실수를 한 모습이나 거짓말을 하는 것, 그리고 이렇게 남을 모함하는 것이 용납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정수님이 문제가 되었던 것이 사라지지는 않아요. 다 따지면 하나하나 탓하는 것이 되니 여기서는 그 말은 안 할게요. 그래서….”


“네 뭐 제가 잘못한 것이겠죠. 그래서 서로 안 맞는다고 하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나가는 게 서로 좋으나 저도 다른 회사 알아봐야 해요. 사실 몇 개 이미 면접 본데도 있어요. 그 텀을 두기가 싫어서 그런데 3개월 되기 전날까지만 있겠습니다.”


승빈은 자신의 말을 딱 자르고 자기 할 말만 하는 정수에게 순간 화가 났지만 이내 진정하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것 잘 알겠고요. 지금 정수님이 말한 그대로 보고하면 정수님이 원하는 날짜까지 있을 수는 없으니 제가 적절히 둘러대서 대표님께 보고 드릴게요. 오늘 끝나는 날이 아니지만 그동안 고생하셨어요. 그래도 남은 업무들은 잘 지켜줬으면 해요. 그건 할 수 있죠?”


“제가 안 한 적이 있나요? 남은 일들은 마치고 가겠습니다. 필요한 거 있으면 요청 주시고요. 대표님이랑 이야기 마치시면 알려주세요. 그러면 퇴사 일정 조율하겠습니다.”


승빈이 보기에 정수의 태도는 정말 최악이었다. 이런 사람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정수를 처음 본 날의 싸한 느낌이 그대로 맞는 것 같아 승빈은 실소가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사무실로 돌아간 승빈은 대표에게 적절히 둘러대서 보고했다. 대표는 제 발로 나간다는 정수의 태도를 마음에 들어 했다. 승빈은 그런 대표의 모습이 정말 실망스러웠다. 그렇게 정수의 퇴사일은 정해졌고 승빈은 팀원들에게도 정수의 퇴사를 알렸다. 

그 이후로는 정수에게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정수의 실수는 여전했기 때문에 그에게 화를 대놓고 화를 내는 직원도 있었다. 승빈은 그런 직원을 따로 불러 괜히 문제 만들지 말자고 이야기했다. 며칠 후부터 회사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승빈이 정수를 해고했다는 소문이었다.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쑥덕쑥덕 거리 더니 승빈이 나타나면 화들짝 놀라 다른 곳을 쳐다보곤 했다. 승빈은 모른 척했지만 마음은 무척 괴로웠다. 점차 소문은 커졌고 사람들이 승빈을 바라보는 눈도 달라지고 있는 것 같았다. 승빈은 지난 며칠간 회사를 다니는 것이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웠다. 그 이후 승빈이 회사에 가지고 있는 마음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정수가 퇴사하는 오늘, 승빈의 마음은 무거웠다. 이렇게 끝나게 된 것이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았다. 같이 잘해보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3개월이 지난 지금 승빈은 회사에서 안 좋은 소문의 중심이 되었고 팀원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 한 사람이 되었다. 자신이 가져온 모든 원칙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나갈 준비를 마친 정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승빈에게 다가왔다.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팀장님.”


비위도 좋게 자신에게 악수를 청하는 정수의 모습을 보고 잠시 넋이 나가 있던 승빈은 곧 정신을 차리고 정수의 손을 잡았다.


“고생했어요. 나가실 거죠? 제가 배웅 나갈게요.”


승빈은 따라오겠다는 다른 사람들의 말리고 정수와 함께 1층으로 이동했다. 둘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리고 정수는 정문으로 나가면서 팀장에게 가벼운 목례를 하고 사라졌다. 승빈은 사라지는 정수의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지난 3개월은 승빈에게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의 연속이었다. 수많은 문제가 생겼고 승빈은 그 어려움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했다. 승빈이 직장 생활을 함에 있어서 이렇게 힘든 적도 없었다. 

한참을 밖을 바라보던 승빈은 천천히 정문으로 향했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바깥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직 날씨는 추운 기운이 있었지만 은연중 봄의 기운이 느껴졌다. 승빈은 그 봄의 기운을 살짝 만끽했다. 그렇게 하늘을 보던 승빈은 이내 그의 마음을 정하게 되었다. 


‘여길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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