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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r 05. 2022

3월 5일 이준민의 하루

꿈 이야기 1

나는 잠을 자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잠을 자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내가 잠자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단순히 피곤해서는 아니다. 꿈을 꾸는 행위. 그리고 꿈 내용들이 너무너무 궁금해서 오늘은 어떤 꿈을 꿀까 기대하며 잠에 들곤 한다. 물론 내 기대와는 다르게 재미있는 꿈을 못 꿀 때가 많았고 어떤 꿈을 꿨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 경우도 있었다. 꿈을 제대로 기억하고 통제하고 싶어서 루시드 드림에 대해서도 알아봤지만 제대로 되지는 않았다. 재미있는 꿈을 꿔도 일어나고 세수를 하면 금방 머릿속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꿈을 꾸는 것 자체가 좋아 밤이 되어 잠을 잘 수 있는 순간이 오기를 하루 종일 기대한다. 

오늘의 꿈은 오랜만에 기억이 났다. 내용이 듬성듬성 생각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생각이 나는 꿈이었다. 기억이 특별히 난 이유는 오늘의 꿈 내용이 매우 기이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호숫가에 서있었다. 정확히 서있던 게 나인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나의 시점에서 전개되었다. 

호숫가 가운데에는 작은 집이 있었는데 나는 그곳에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주위를 둘 어보니 호숫가 가운데로 갈 수 있는 이동 수단이 없었다. 아무도 없는 곳이었고 호수는 매우 크고 집은 멀리 있어 헤엄쳐서 갈 수도 없었다. 이게 현실이었으면 그 집에 가지 않으려고 했겠지만 꿈속의 나는 그곳에 매우 가고 싶어 했다. 집을 유심히 바라봤는데 가만 보니 거기에는 어떤 여자가 자꾸 나에게 손짓을 하고 있었다. 약간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그때 내 앞에 어떤 아저씨가 나타났다. 분명 아까는 아무도 없었는데 갑자기 사람이 보이니 나는 놀라서 넘어지고 말았다. 그때 아저씨가 갑자기 내 손을 잡더니 저 집으로 가면 안 된다고 말렸다. 꿈이었지만 나도 저 집에 지금 내가 가면 잘못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가 안 가겠다고 아저씨에게 말하자 아저씨는 갑자기 나를 어딘가로 데려갔다. 

공간은 갑자기 기차로 바뀌었다. 나를 데려간 아저씨는 지금 저 집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지기 위해 이동 중이라고 말했다. 기차는 요즘 기차가 아니라 옛날 형태의 기차였다. 기차에 탄 손님들은 모두 턱시도를 입고 있었고 신문을 보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19세기, 20세기 초의 유럽 분위기가 나는 기차였다. 아저씨에게 이곳이 어딘지를 물어보려고 했는데 아저씨는 내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저 난 그 공간 안에 남겨지게 된 것이었다. 

이게 뭐하는 것인가 싶을 때 갑자기 바지 주머니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기는 실제로 내가 사용하는 핸드폰이었다. 그래서 나는 이게 현실처럼 느껴졌다. 전화를 받으니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는 계속 전화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 물었지만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나는 장난전화인가 싶어서 전화를 끊으려고 했는데 그때, 갑자기 어떤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안 와?”


순간 소름이 끼쳤다. 어떤 여자가 사늘한 목소리로 말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직감적으로 호숫가의 여자가 나를 찾는다고 생각했다. 서둘러 전화를 끊고 나는 목적지를 알 수 없는 기차에서 내려 다른 곳으로 도망치기로 했다. 그래서 내가 있는 칸을 떠나 나가려고 하는 순간 문이 열리며 또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이번에 나는 공원 벤치에 앉아있었다. 다시 주위를 둘러보니 이번에는 어떠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저 멀리서 어떤 사람이 다리를 질질 끌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긴장했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의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여자였다. 그녀는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너무 무서웠다. 그때, 나는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깼지만 몸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나는 내가 가위에 눌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릴 때부터 아주 가끔 너무 피곤하면 가위에 눌리곤 했는데 지금이 딱 이랬다. 계속해서 무서운 감정이 들었기에 나는 필사적으로 눈을 뜨지 않으려고 하면서 몸을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겨우 겨우 몸을 움직여 나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냈다. 물을 마시고 다시 방으로 가려고 하는데 아까 그 여자가 보였다, 여자는 여전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몸부림치려고 노력했다. 분명 나는 방금까지 서있었는데 다시 보니 여전히 침대에 누워 가위에 눌린 상태였다. 나는 몸을 움직이려고 했고 분명 몸을 움직였다고 생각했지만 계속 제자리였다. 나는 한참을 가위에 눌린 상태로 있었다. 


눈을 뜨니 나는 또 다른 장소에 와있었다. 꿈은 아직 끝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어디까지가 꿈인지도 이젠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그곳은 집이었다. 그리고 아까 나를 계속해서 쫓아오던 여자가 다시 내 눈앞에 있었다. 나는 그녀가 귀신일 것이라 생각하고 그녀를 피하려고 했다. 그때, 그 여자는 내 팔을 잡으면서 정신 차리라고 했다. 자세히 그녀의 모습을 보니 무서운 귀신의 모습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지금 우리가 있는 곳이 호숫가이고 이곳에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떤 남자가 나를 납치하려고 해서 겨우 겨우 자신이 이곳으로 데려온 곳이라고 했다. 나는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나에게 이곳을 나가려면 두 가지 문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내 눈앞에는 갑자기 문이 보였다. 오른쪽 문과 왼쪽 문. 나는 왼쪽 문을 선택했고 그녀는 문을 열었다. 문을 여니 그곳에는 엄청난 수의 쥐가 있었다. 나는 내가 잘못 선택한 것 같다며 오른쪽 문을 열자고 했지만 그녀는 이곳이 맞다며 나를 쥐가 있는 곳으로 밀었다. 그녀와 함께 쥐를 피하며 길을 걸었지만 쥐가 너무 많아 소름 끼쳤다. 쥐를 만지는 느낌은 너무 리얼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가위에 눌렸다. 가위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몸부림을 쳤지만 여전히 가위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겨우 겨우 정신을 차리고 드디어 눈에서 뜨는 데 성공한 나는 이 기이한 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몸에서 약간 식은땀이 흘렀다. 꿈의 내용은 엉망진창이었고 무서운 꿈인지 개꿈인지 길몽인지 흉몽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인터넷에서 꿈 내용을 쪼개서 검색했지만 다 하나마나한 소리들만 있었다. 그나마 쥐가 나오는 키워드로 검색하니 그리 좋은 꿈 내용은 아니었다. 내가 봐도 좋은 형태의 꿈은 아니었다. 뒤죽박죽인 꿈이었지만 기억에는 또렷하게 남았다. 그래도 좋은 꿈은 아닌 것 같으니 오늘 하루는 조심하려고 노력했다. 꿈을 꾸는 것은 좋지만 이런 기이하고 소름 끼치는 꿈은 꾸고 싶지 않다. 찝찝하기만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오늘 하루는 조용하게 넘어갔다. 특별한 불행도 행운도 찾아오지 않는 것을 봐서는 그냥 개꿈이었던 것 같다. 이 망할 꿈의 기억을 지우고 싶기에 어서 오늘은 일찍 자고 싶어졌다. 다른 기분 좋은 꿈을 꿔서 찝찝한 꿈의 기억을 없애고 싶다. 오늘도 나는 기분 좋은 꿈을 꾸기를 바라며 잠자리에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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