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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작가 Mar 02. 2022

3월 2일 강일우의 하루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

나는 요즘 사람들처럼 유튜브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남들은 넷플릭스니 티빙이니 다른 플랫폼도 같이 본다고 하지만 나는 오직 유튜브만 보고 있다. 플랫폼에 돈을 쓰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서 유튜브 광고도 꼬박꼬박 보면서 영상을 시청한다. 요새는 지나치게 광고가 많아져서 조금 짜증 나지만 그래도 매달 돈이 나가는 것보다는 이게 훨씬 낫다. TV를 볼 때도 프로그램 앞뒤로 광고가 붙는데 이 정도 보는 게 뭐가 그리 불편한지 모르겠다. 

나는 원래 유튜브를 거의 안 보던 사람이었다. 남들보다 유튜브를 늦게 보기 시작한 편이었다. 사실 인터넷 방송이니 뭐니 그런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튜브도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컸다. 하지만 조금씩 유튜브에 익숙해지면서 내가 좋아하는 영상들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그 이후로는 집에 있는 TV를 트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맨날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틀어놓고 살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유튜브를 더 잘 보기 위해 태블릿도 샀고 TV로도 유튜브를 연결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집에서는 항상 TV로 유튜브 영상만 틀었다. 기존에 보던 IPTV도 이제 끊었다. 꼭 볼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었다. 매달 돈이 나가는 것도 싫었다. 

나는 게임을 원래 좋아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남이 하는 것을 보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게임 영상은 보지도 않았다. 정말 호기심에 어떤 것인가 하고 본 적이 있지만 게임에 대한 이해도 잘 되지 않고 조금 거친 말투가 오가는 식의 콘텐츠는 정말 내 취향이 아니었다. 먹방 역시 마찬가지였다. 남이 먹는 걸 보는 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길을 가다가 식당에서 남이 먹는 걸 보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먹방은 왜 보는지 도무지 내 상식 선에서는 납득할 수 없었다. 같이 대화를 하는 느낌이라고는 하는데 밖에서 친구들이랑 밥 먹을 때 친구가 밥 먹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여하튼 내가 좀 삐딱한 구석이 있기는 하지만 이런 것을 보는 것은 그리 이해가 되지는 않았다. 내 취향이 아닌 것이지.

게임과 먹방 말고도 내가 절대 보지 않는 영상들은 더 있었다. 국뽕이나 정치적인 콘텐츠는 일절 보지 않았다. 옳고 그름을 떠나 내 정신을 그저 어지럽게 만들 뿐이었고 솔직히 사람의 마음을 선동하는 영상들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뷰티는 정말 내가 볼 이유가 없었고 반려동물 콘텐츠도 원래 동물을 그리 좋아하지 않아 즐겨보지 않았다. 다만 보고 있으면 귀엽다는 생각은 조금 들었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친구들은 도대체 내가 어떤 영상을 보냐고 핀잔을 준다. 그런데 생각보다 유튜브에는 다양한 장르들이 있고 나는 그런 영상들을 주로 보고 있을 뿐이다. 취향의 차이일 뿐, 내 취향에 맞는 영상도 많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여행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다. 고등학교 방학 때, 부모님께 혼나기는 했지만 모은 용돈을 가지고 혼자 남해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대학교 때도 1년 간 모은 돈을 다 털어 40일간 유럽여행을 갔고 그 이후로도 시간이 나면 여행을 가는 것을 좋아했다. 국내외 어디든 가리지 않았다. 그저 내가 있는 곳을 떠나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이 좋았다. 

여행 유튜버들은 그런 나의 욕구를 대리 만족해줬다. 물론 내가 아니기에 나라면 가지 않았을 곳이라던지 나는 조금 더 보고 싶은 장소가 있는데 그런데는 가지 않고 다른 곳만 돌아다닌다던지 하는 경우가 있어 아쉬울 때가 있었지만 여행 채널은 워낙 많아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나라 이름을 검색하면 어디든 나는 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라 그런지 여행 유튜버들의 캐릭터들도 거의 다 마음에 들었다. 이런 영상을 보면서 처음으로 후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전히 돈이 아까워 한 번도 후원한 적은 없었다. 

꼭 여행 유튜버 채널만 본 것은 아니다. 유튜브에는 여행을 소재로 한 여행 프로그램이나 다큐들도 올라와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전문적인 영상을 보고 싶을 때는 그런 영상을 검색해 하루 종일 배경음악처럼 틀어놨다. 배경음악 하니 생각나는 건데 요새는 여행지를 그냥 걷는 콘텐츠도 가끔 보고 있다. 영상은 정말 특별할 것이 없다. 누군가 카메라를 들고 리스본의 거리를 걷는 콘텐츠다. 배경음악도 없고 멘트조차 없다. 그저 자동차가 지나가는 소리, 현지인들이 떠드는 소리, 바람 소리, 비 오는 소리 등이 들릴 뿐이다. 정말 볼 가치가 없는 것 같지만 보고 있으면 여행지를 내가 걷는 기분이 들어 주말에는 가끔 하루 종일 틀어놓곤 한다. 영상도 꽤 긴 것이 많다. 

내가 좋아하는 다른 장르는 다큐멘터리 채널이다. 원래부터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좋아했는데 유튜브에는 양질의 콘텐츠가 많았다. 이밖에도 지식콘텐츠도 좋아했다. 과학을 쉽게 설명하는 채널, 애니메이션 형태로 현상에 대해 설명하는 채널 등 개인이나 기업이 만든 영상 모두 좋아했다. 특히 개인이 만든 영상을 보면서 이 정도로 퀄티티가 높고 지식도 많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항상 진지한 영상만 보는 것은 아니었다. 예능 프로그램이라던지 개그맨 출신들이 하는 유튜브 채널도 즐겨보고 있다. 개그 코드가 항상 맞는 것은 아니지만 유튜브라는 매체의 특성상 TV보다 더 기발한 아이디어가 나올 때가 많아 재미있을 때가 많았다. 

이처럼 내가 좋아하는 장르만 봐도 하루를 보낼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영상들을 보고 있다. 그래서 남들은 내 유튜브 추천목록을 보고 재미없다고는 하지만 내 취향에만 맞으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예능 콘텐츠도 가끔 있다고! 



3월 2일.

오늘도 평소와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TV를 켜고 어제 보던 여행지 걷기 콘텐츠를 배경음악처럼 틀어놨다.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은 영상에 집중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출근 준비를 마치자 나는 TV를 끄고 지하철로 이동했다. 길을 걸을 때가 거의 유일하게 내가 시간이 있을 때 유튜브를 안 보는 때인 것 같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자연스럽게 핸드폰에서 유튜브를 틀었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꼽고 예능 프로그램을 봤다. 지하철을 타는 시간은 40분 남짓. 그동안 특별한 경우가 없다면 내가 핸드폰 화면에서 눈을 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도 걸을 때는 위험하기에 유튜브를 정지하기는 한다. 

회사에서 일을 할 때는 아쉽게도 영상을 보고 있을 시간은 없다. 그리 빡빡한 분위기의 회사는 아니라 유튜브를 틀어놓고 일하는 직원들도 있지만 나는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점심을 먹고 약간 시간이 나서 유튜브로 지식 채널 영상을 봤다. 길게 집중하지 않아도 되고 나름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라 책을 읽는 기분으로 봤다. 다시 오후 일과가 시작되면 유튜브를 볼 시간은 없어 핸드폰을 충전기에 꼽고 업무에만 집중했다.

퇴근길, 다시 지하철을 타고 오전에 보던 예능 콘텐츠를 다시 시청했다. 출퇴근 길에는 이렇게 웃을 수 있는 영상을 가급적 보려고 한다. 가끔 실실 웃고 있는 나를 누군가 쳐다보고 있는 것 같으면 표정을 감추고 진지한 표정을 짓고는 했다. 요새는 그래도 마스크를 써서 내 표정을 잘 읽을 수 없다는 게 조금 다행인 것 같다. 

집에 돌아오면 보통 샤워부터 한다. 그 이후 집에 있는 반찬을 꺼내놓고 TV로 유튜브 영상을 튼다. 지난 몇 년 간 거의 변하지 않는 패턴이었다. 오늘도 유튜브로 여행 영상들을 봤다. 오늘은 좀 안 보던 나라를 보고 싶어 아프리카 쪽 나라를 여행하는 영상들을 찾아봤다. 계속 보고 있다 보니 나 역시도 여행을 가고 싶은 기분이었다. 내가 여행 유튜버가 되었다면 더 즐겁고 재미있게 영상을 만들지 않았을까? 영상 편집도 할 줄 모르는 나는 오늘도 이런 실없는 상상을 해봤다. 예전에는 남들처럼 유튜버를 좀 쉽게 보긴 했는데 세월이 지나고 나니 그들도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고 성공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절대 그들의 노력을 쉽게 보지 않고 있다. 여하튼 이런 식으로 하루의 나머지는 여행 영상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며 지내고 있다. 

이제 잠에 들기 전, TV를 끄고 침대에 누워 구석에 있는 태블릿을 들고 다시 유튜브를 봤다. 이미 볼만큼 봤는데도 하루가 아쉬운 건지 유튜브에 중독된 건지 잠들기 직전까지 태블릿으로 영상을 보고 있다. 영상을 보고 있다가 나도 모르게 잠에 드는데 가끔 손에 들고 있는 태블릿에 맞아서 일어날 때도 있고 깔고 잘 때도 있다. 다행히 아직 망가지지는 않았다. 오늘은 그래도 어느 정도 정신이 있는 상태에서 태블릿 화면을 끄고 잠에 들었다. 내일도 아마 오늘과 같은 패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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