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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재팔난 ː Me and myself_1장 ]

우린 그것을 삼재라 부르기로 했다 _ 삼재가 끝난 그 이후의 이야기

by Soden
『 삼재 : 인간이 9년 주기로 맞이하는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를 일컫는 단어. 9년이 지나가는 시점부터 3년간 별의별 재난을 겪게 된다고 하며 이를 삼재팔난이라고 별도로 부른다. 』



분명 나의 삶이었다.




두 다리로 땅을 내디뎌 발돋움하고,

불안과 초조함에 제 멋대로 뛰어대는 심장을 안심시키려 꽉 움켜쥐는 일도,

실타래처럼 엉켜가는 상황들에 못이겨 지끈대는 두개골을 양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러야겠다 생각하는 일까지.


큰 동작부터 사소한 생각까지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에 권한을 스스로가 갖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 이 길 위에 서서 걸어가는 것또한 나였으며 모든 것이 나의 삶이라 여겼다.


하지만 내가 걸어온 길은 통제가능한 범주내에 있는 내 몸과 달리 모든 것에 대해 아무런 권한을 주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그러한 권한 따위는 애시당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관점에 대해 나만이 망각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다른 이들은 어찌 그리 인생의 순리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아가며 살아들 가는 것인지.


좀체 원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상황은 단 하나도 없었던 순간들을 수여차례 마주하길,

막을수 없는 모든이들의 시간 속에서 나만의 시간만큼은 멈추어야만 했다.



그런 내게 어른들은 늘 말했다.

불행을 일삼는 것들과의 관계는 필히 끝이있다고,

내가 지금 받은 상처들은 분명히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본디 어른이라 함은 본인의 이윤추구만을 위해 사는 사람들이라 남 일에는 그다지 사려깊게 생각지 않고 이야기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던 나였지만 저 말들만큼은 완벽에 가까울 만큼 믿고 싶었다.


나의 불행에 분명히 끝이 있기를 바랬으며, 구멍이 나버려 텅텅 비어버린 마음에도 시간이 차오를 수 있을 거라는 터무니없는 믿음을 갖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불행을 잘 대처한 이들에게만 적용되는,

상처가 난 곳에 다시금 새살이 돋게끔 성심성의껏 치료를 한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었었다.


삼재를 겪는 3년 내내 생각했었다.

이 3년만 지나면 나는 반드시 행복해질 수 있을것이라고.


허나 삼재가 끝난 지금의 나는 여전히도 먹먹한 마음을 움켜쥐고 들릴이 하나 없으며, 알릴 이 하나 없을 작은 소리로 나에게 이야기한다.


' 분명 나의 삶이 있었다 '





삼재는 끝이 났다.

그러나 나는 3년이란 시간 속에 나를 가두고 빈껍데기만이 서둘러 나와버렸고,

알맹이 없는 껍데기로 진심을 다하는 삶을 다시 살기를 바라는 그릇된 소망을 갖고 있었다.


어쩌면


그래서 그랬었는지도 모른다.

살짝이라도 모가난 돌에 찔리면 구멍 난 마음에 다시금 짜디짠 눈물로 덧대며 메우던 이유가.


그래서 그랬었나 보다.

몇 해가 지나도 당신만큼은 여전히 또렷한 이유가.

새벽녘까지 잠들지 못해 뒤척일졍 들리웁던 울음소리의 주인은 몇 번을 우리 집 담벼락에서 발돋움 해대었었는지,

35번째의 울음을 셀때쯤에야 당신의 말문이 터져 나왔을지.


그리고 그날이 내가 나를 영영 가둔 날이었다는 것마저도.




[ 삼재팔난 ː Me and myself_1장 ]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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