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그것을 삼재라 부르기로 했다 _ 삼재가 끝난 그 이후의 이야기
『 삼재 : 인간이 9년 주기로 맞이하는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시기를 일컫는 단어. 9년이 지나가는 시점부터 3년간 별의별 재난을 겪게 된다고 하며 이를 삼재팔난이라고 별도로 부른다. 』
그 한숨의 깊이는 너무도 깊었고, 내뱉어 내기까지 충분히 오랜 시간을 들여야만 했다.
이제는 정말로 겨울이 길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3월의 눈을 보게 되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눈발이 한껏 흩날리는 거리를 걸으며 지나온 겨울과 함께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입안을 굴러다니다 이제는 곧 소멸할 것 같은 크기가 되어버린 민트캔디는
차가운 겨울숨에 나의 얼굴에 있는 모든 구멍이란 구멍을 죄다 뚫어버리는 기분이었다.
얼굴이 얼얼했다.
민트향을 가득 머금은 숨이 코끝을 타고 나오며 두 구멍을 얼얼하게 만들었다.
입안 가득 머금은 숨은 금세 따뜻했다가 차가워지기를 반복했다.
그렇게라도 차리지 못한 정신을 다시금 반듯이 세워보고 싶었다.
겨울은 유난히도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추위를 이겨내는 방법은 당최 나에게 아무 소용도 없었다.
밋밋한 겨울의 숨을 들이마시는 일이 여간 죽을맛이 아닐수가 없었고,
그럴때마다 나는 겨울숨에 약간의 msg처럼 민트캔디를 두알씩 입에 물고 들이쉬고 꾸역꾸역 내뱉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민트캔디의 독한 향으로라도 애써 겨울의숨을 숨겨서라도 난, 살고싶었다.
끝난 삼재를 뒤로했음에도 불구하고,
껍데기만 덩그러니 현재를 살아가는 나에게 겨울은 더욱이 지옥이었으니까.
없이 사는 이들의 가난을 더욱이 극대화하여 보여주는 계절 또한 겨울이었으며,
연말이라는 한 해의 마무리를 위한 여러 사람들의 모임에서 얼마나 도태되어 있는지를,
이 사회로부터, 이 세상으로부터 나는 과연 얼마나 외로운 사람인지를 자꾸만 각인시키는.
그러하기에 아무리 입고 꽁꽁 싸맨다 한들 마음의 추위는 가시지를 않는 그 겨울이 나에겐 지옥과 같았다.
그 지옥 같은 겨울을 알맹이 없는 껍데기로 살기를 몇날 며칠,
이제는 들이마시는 숨에 기도가 좀체 확장되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애써 삼켜보던 민트캔디도 더이상 소용없었다.
소화되지 못한 겨울의 숨은 나의 가느다란 기도를 겨우 지나고도,
명치끝에 덜컹 걸쳐 앉아버려,
하루가 모자를 만큼 시리고 답답하게 만들었다.
어른이라는 명목으로,
모두 그리고 나는 자주 당연하다는 듯이 숨죽여 울음을 삼켜야만 했다.
마음으로 운다는 것.
속으로만 애써 끓여야 한다는 것.
너무도 많은 숨을 삼켜버린 탓이었을까.
따뜻했던 마음에는 짙은 겨울의 숨이 삼켜졌고, 수많은 이슬이 송글송글 맺혔다.
그 이슬은 반복적 고이길, 출구는 찾아볼수없는 사방이 막혀버린 마음의 바다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바다의 깊이를 과연 누가 알아줄 수 있을까?
아니, 알아달라 하는 것은 오만함일까.
껍데기뿐이 오지 못한 나는 작은 바람에도 흔들리며 주문처럼 말한다.
- : 나를 잘 아는 것도 나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도 나뿐일지 모른다고
모두가 나에게 영원을 약속했으며,
때론 많은 이들이 수많은 다짐 속에 나를 포함할 것을 요청했으나 그것들은 그것들조차도.
아니, 그들은 역시나 모두가 스스로를 가장 사랑하는 길을 우선시하는 선택을 했다.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며 존중해야만 한다.
그리고 아직 찾아오지 못한 여전히 재난 속에 살고 있는
알맹이의 나는 바람에 흔들리는 껍데기뿐인 나에게 메아리로 전한다.
너 또한 존중한다 말하는 그들처럼 살라며,
너 역시 스스로를 가장 사랑하는 길을 우선시하라며.
그들을 난 더 이상 믿지 않겠다고, 나만을 사랑하겠다고.
껍데기뿐인 나는 알맹이의 나에게 대답했다.
여전히 알맹이로 지나간 삼재의 재난속을 살아가는, 껍데기만으로 현재를 충실히 살아보겠다 외치던 과거와 현재를 살았던 그리고 살아가는 반틈짜리
나, 그리고 나 자신
Me and myself
[ 삼재팔난 ː Me and myself_2장 ]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