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를 시작할 때 확인해 봐야 할 것

상대방이 나를 얼마큼 좋아하는지 궁금한가요?

by 기록하는 슬기

이번 주 주말, 내 최측근 중 한 명인 H가 결혼을 한다. 이 소식은 곧, 내 주변에 몇 명 남지 않은 솔로 친구가 한 명 더 줄어들 예정이라는 소식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부터 친했던 친구들이나 사회에서 만났던 친구들 대부분이 오랜 시간 동안 한 사람과 연애를 하고 20살 후반쯤 결혼을 했던 케이스가 많다. 그래서인지 나는 내 또래에 비해 솔로인 친구가 몇 명 없다.


하지만 나는 이상하리만큼 예전부터 연애나 결혼에 있어서는 '언젠가 내가 준비가 되면 내가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강한 근자감이 있다. 그래서 내 주변에서 결혼을 하든 말든, 연애를 하든 말든 별로 관심이 없었다. 다른 커플들을 보고 부러움을 느꼈다거나 혹은 '신부가 아깝다, 신랑이 아깝다'라는 말도 거의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 결혼하는 H와 H의 예비 남편분을 만나고 난 후에는 이제까지 여러 커플을 만나고 느껴왔던 감정과는 사뭇 달랐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처음으로, 진심으로, 그들이 부러웠다. 그들의 결혼 자체가 부러웠다기보다 그들이 함께 있는 그 모습 자체가 부러웠다.


내가 늘 이야기하는 이상적인 커플의 모습 같았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는 하트가 쏟아져 나왔다. 그런데 또 그들은 서로를 존중해줬고 또 함께 있는 모습이 편안해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맞춰주거나 희생하는 만남이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삶과 일상을 지켜줄 수 있는 만남 같았다.






며칠 전이었다. 다른 친구 S는 내게 이번 주 주말 스케줄이 어떻게 되냐며 연락이 왔다. 그녀에게 나는 H의 결혼 소식을 전하며 결혼식에 잠시 다녀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H와 S는 나 때문에 서로 이름만 알 뿐, 모르는 사이다.) 그러자 S는 내게 H가 벌써 결혼을 하냐며 깜짝 놀랐다. 이어서 나는 S에게 한 달 전에 H 커플을 만난 이야기를 해주며 좋은 사람끼리 정말 잘 만난 것 같다고, H 커플과 같은 결혼이라면 나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내 이야기를 들은 S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말문을 열었다.

"나 사실 한 달 전부터 만나는 사람 생겼거든? 너도 알 거야. 저번에 나한테 관심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그 사람인데.. 음. 이 사람이 지금 나한테 말로든 행동이든 정말 정성스럽게 잘해줘. 이 남자가 지금 나를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 아직 만난 지 얼마 안 됐지만 그 사람은 은근히 결혼 이야기도 꺼내고 그래. 그런데 문제는 이러다가 마음이 쉽게 식는 사람들이 많잖아.. 그리고 내가 예전에 만났던 사람도 초반에는 어떻게 했는지 너도 잘 알잖아?! 그래서 나는 또 이 사람도 나에 대한 마음이 쉽게 변할 사람이 아닌지 걱정돼. 도대체 어떻게 해야 H처럼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걸까?"



교과서 같은 답이지만, 기다리는 사람을 만나려면 기다리는 사람이 스스로 먼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제 막 연애를 시작했음에도 마냥 설렐 수 없는 S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는 그런 S에게 말했다.

"너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연애를 시작할 때 '상대방이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정말 중요한 문제 같아. 너도 과거의 내 연애사 다 알잖아. 나도 예전에는 상대방에 대한 내 감정을 인식하고 돌보기 이전에 '상대방이 나를 얼마큼 좋아하는지' 그게 더 최우선이었어.


근데 남자든 여자든 다 사람인데, 마음이며 행동이며 어떻게 다 예전이랑 똑같을 수 있겠어. 우리도 변하듯이 상대도 변하잖아. 갑자기 급격히 180도 변하는 애들은 말할 가치도 없고. 그래서 나도 예전에는 연애가 막 시작될 때 설레는 만큼 그 이상으로 불안했던 것 같아. 생각해보면 내 마음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상대방 마음이 앞으로 될지는 더 모르니까.. 늘 불안했던 거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보고 여러 인간관계를 거치면서 내가 배운 게 하나 있어. 만약에 어떤 사람이랑 연애를 시작할 때, 상대방이 나를 얼마큼 좋아하는지, 상대방의 마음이 진심인지 아닌지 알고 싶을 때는 그 사람과 나를 분리하고 그 사람의 '삶'을 봐. 그 사람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말이야. 이를테면 어떤 노력을 했었고, 어떤 실패를 했었고, 그때는 어떻게 대처를 했고, 그런 것들 있잖아.


그 사람이 자기 '삶'을 대하는 태도랄까. 나는 그걸 봐. 자기 삶을 적극적으로 이끌어가고, 삶을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면 동시에 '사랑'에도 그런 것 같아. 결국 사랑도 우리 삶의 중요한 부분이기에 삶 자체를 대하는 태도와 닮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 그래서 몇 년 전부터 나는 누군가가 내 마음에 들어오려고 할 때 '상대방이 갖고 있는 나에 대한 마음, 사랑'에 대해 물음표를 가지기보다는 '상대방이 갖고 있는 자신의 삶에 대한 마음, 대하는 태도'에 대해 먼저 물음표를 가지고 본 것 같아."


내 말은 들은 S는 그 사람이 지금까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몰랐다는 걸 이제 알았다고, 앞으로 그분과 조금 더 깊은 대화를 많이 나눠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물론 삶과 사랑을 동일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신의 삶이 소중한 줄 아는 사람들은 타인의 삶을, 사랑을 함부로 대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

H를 포함해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고, 곁에 두고 싶은 사람들을 보면 그렇다.

자기 인생이 소중하기에 타인의 인생도 존중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고

자신의 삶을 사랑하기에 타인의 삶도 아껴줄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부분인 사랑 또한 건강하게 지킬 수 있고 책임질 수 있는 사람들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좋고, 또 그런 사람들을 닮아가고 싶다.

그리고 그런 사람과 서로 또 같이 각자의 삶, 우리의 삶을 지키고 아껴주며 오랜 시간 함께하고 싶다.








오늘도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여러분들의 공감과 응원은 글 쓰는 저에게 가장 큰 원동력이자 가장 큰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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