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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나 Oct 30. 2022

노래에 이토록 진심인 나라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2020년 3월, 코로나가 막 전 세계를 뒤덮었을 때, 사람들은 저마다의 공간에 격리되어 있으면서 극강의 불안과 고립감에 시달려야 했다. 우리가 아침에 눈을 뜨면 확진자 수를 체크하고, 정오 무렵에는 계속해서 갱신되는 중대본의 코로나 방역수칙을 보며, 잠자리에 들기 전에 코로나로 인해 사망한 사람들의 숫자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맺던 그 시기, 덴마크 공영방송인 DR(Danish Broadcasting Corporation) 채널에서는 매번 같은 시간대에 덴마크 사람들이 함께 모여 노래하는 모습을 촬영해 내보냈다. 덴마크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 방송을 시청했다. 전 세계적 재난으로 인해 뿔뿔이 흩어져 고립되어 가던 사람들을 연결하고 유대감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이 나라 사람들이 채택한 방법은 놀랍게도 함께 노래하는 것이었다. 


발단은, 필립 페이버(Phillip Faber)라는 국립 소녀 합창단 지휘자이자 작곡가가 자신의 집 안에서 피아노를 치며 두 곡의 노래를 부르는 홈메이드 영상을 페이스북으로 중개하는 영상이었다. 이것은 곧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애정을 받으며 곧장 공영방송의 정규 프로그램으로 배정되어 매주 금요일 저녁 사람들을 ‘노래하러' 모여들게 만들었다. 한 곡은 제작진을 비롯한 전문가들이 선곡을 하고, 나머지 한 곡은 시민들에게서 함께 부르고 싶은 노래를 직접 신청받았다. 예를 들어 운송회사의 트럭 배송기사들이 듣고 싶어 하는 곡을 요청하면, 그것을 받아 노래 대회에서 우승한 한 소녀가 자신의 집 거실에서 그 노래를 직접 부르는 장면 (뒤에는 오빠가 기타를, 여동생이 리코더를 불고 있는 모습이 아주 정감 있다)을 촬영해 송출하는 식이었다.


덴마크 사람들은 이번 팬데믹과 같은 전 지구적 위기의 순간 전 국민을 보듬고, 다시 한데 묶는 방법으로 여타의 대안을 고려하지 않아도 될 만큼 풍부한 노랫말과 멜로디를 갖고 있다.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문화적 유산으로서의 노래책이 전 국민이 마음을 모아야 할 때 함께 노래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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