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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나 Oct 30. 2022

그룬투비 없는 덴마크는 상상할 수 없네

노래하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룬투비(N.F.S.Grundtvig,1783-1872)를 빼놓고 덴마크의 어제와 오늘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그는 덴마크 출신의 철학자 키에르키고르(Søren Kierkegaard)를 이은 19세기 덴마크 지성의 핵심인물로 꼽힌다. 그룬투비라는 인물을 한국인에게 설명하려면, 역사 속 어떤 인물을 소환해야 할까. 나는 아무래도 이탈리아의 유명한 예술가 미켈란젤로가 먼저 떠오른다. 건축가, 조각가, 화가, 그리고 시인으로 왕성 한 활동을 하며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시대를 풍미했던 그처럼, 그룬투비는 놀랍도록 다양한 일을 동시에 벌였던 '다능인'으로 덴마크의 정신적 토양을 풍부하게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사진출처 : 위키백과

그를 단 하나의 직업으로는 도무지 설명하기가 어렵다. 신학자, 루터교 목회자, 시인, 민족운동가, 개혁가, 역사가, 민속학자, 정치가, 저술가, 교육자, 교육학자, 철학자... 게다가 그는 무려 평생에 걸쳐 1,600개의 노래를 만들 만큼 다작하는 작가이기도 했다. 


1983년, 그룬투비 탄생 200주년을 기념한 생일파티에서 덴마크의 화가 Herman Stilling은 그의 초상으로 포스터를 만들었다. 그의 포스터에는 태어난 연도를 뜻하는 숫자 '1783'만이 쓰여 있었다. 왜 그가 사망한 해인 1872는 적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가 한 대답, "왜냐면 그는 죽지 않았으니 까". 노래책의 작사가란에 적힌 수많은 그룬투비라는 이름을 보며, 이 화가의 재치 있는 말이 결코 농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죽었지만, 죽지 않은 인물인 것이다. 


그가 만든 수많은 노래는 전 세대를 아울러 지금도 활발히 불려지고 있다. 교회에서, 학교에서, 지역축제에서, 결혼식에서, 세례식에서, 생일파티에서, 그리고 장례식에서... 


"With a song the day is well begun and half complete" 

"노래로 여는 하루는 순조롭고 절반은 이미 완성된 셈이다." 


그룬투비는, 어쩌면 쓸모없는 행위라고 치부될 수 있는 노래하는 행위를 학교의 중심으로 끌어왔다. 그것이야 말로 그가 말하는 '삶을 위한 학교 (School for life)'라는 개념을 잘 구현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는 사회와는 완전히 다른 토대를 학교 안에 마련하고자 했다. 인간이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 꼭 필요한 소속감, 인류애, 생에 대한 기쁨, 열린 정신이 인간의 내면에 든든히 서 있는 기둥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 교육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 자신이 어릴 적 경험했던 교육을 '죽음의 학교(School for death)'라고 명명했다. 그는 학교라는 곳의 의미를 무한 확장하고 수정했다. 그에게서 '개혁가'로서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 끝에 '폴 케호이 스콜레'라는 누구나 갈 수 있는 '시민학교'에 대한 아이디어를 실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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