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티

by 지구

아이스티에 대해 아무런 생각이 없다
있으면 먹고
없으면 아무 생각 안 난다

​회사를 다니며 점심을 종종 거른다
그럴 때 손님께 대접하지 않은(예전에 대접했던)
남은 재고 아이스티를 마신다

​타 직원들은 아메리카노 혹은 믹스커피를 주로 마신다
카페인이 필요한 것이겠지
카페인이 필수가 아닌 나는 그들에게 감사하다

​점심시간이 되면 나는 슬쩍 작업실에서 빠져나와 종이컵에 아이스티 분말 한포를 까서 넣는다
물을 조금만 넣고 얼음을 가득 담는다
살살 저어가며 얼음이 녹을 때 즈음 한 모금 마신다
이후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입안으로 얼음을 넣고 와득 와득 씹는다

​입안에서 얼음 파편이 튀며 몇 초 뒤 얼음 파편이 아무 맛 나지 않은 차갑기만 한 물이 되어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그 뒷 배경인 귓속에선 그날 그날에 따른 다른 음악들이 흐른다

​흐리멍텅한 내 눈은 핸드폰을 바라보거나 거울 혹은 바닥을 향해있다
이것이 뭐 하는 시간인고 생각을 한다
어느새 이러한 시간이 나에겐 쉬는 시간이 되었다

​얼음이 살짝 녹아도 아이스티는 여전히 찐하다
어언 몇 개월 사이 나와 아이스티는 꽤나 친해졌다
남들이 더 이상 찾지 않아 남아버린 재고와 친구가 됐다

​아이스티를 머금은 얼음은 살짝 녹아 어느새 과자처럼 조금만 힘을 줘도 부서지는 강도가 되어있다

조그마한 얼음의 수명은 그 정도로 짧다

​정들어버린 이 순간에 만약을 상상해 본다

분위기 좋고 요즘 말하는 느좋 카페에서 얼음이 든 아이스티를 먹는다면 어떨까

나는 분명 반의반도 못 마실 거다

​여기서 만나 친해져서 다행이다

아무 그림 없이 얼음의 온도가 슬며시 전달되는 종이컵에 담겨 있어서 다행이다

그렇기에 더 매력적인가


우리 함께 조금만 더 차가운 냉수에 아이스티 분말을 얼음을 무미건조한 종이컵을 녹이자

​아주 조금만 더
시간을 녹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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