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방석천 Sep 23. 2021

뇌에 대한 나의 관심

거울 속 세상, 두뇌 속 세상

중학교 때였을까?  읽었던 만화 이야기 구도가 잊혀지지 않는다. 일종의 마경인데, 주인공이 벽에 걸린 거울로 뛰어들어 마경 세상 속으로 드나들 수 있는 설정이었다. 어려운 상황이 되면 거울 속으로 들어가 사라진다. 한번 들어가면 누군가 마경 테두리를 종이처럼 도려내어 두루마리로 둘둘 말아 갖고 다닐 수 있었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나오는 설정이었다. 거울을 물끄러미 들여다 보노라면 거기에 또 다른 세상이 있는 듯 느껴진다. 그런 호기심 때문인지, 만화 내용은 잊었으나 마경의 설정은 아직도 기억에 남아 가끔씩 그 속으로 들어가 보는 상상을 하였다.


요즈음 과학의 발전은, 초점이 인간의 뇌를 향하고 있다. 머나먼 별들에서 시작된 인류의 호기심이 드디어 궁극적인 인간 자신의 마음, 즉 뇌를 정조준하고 있다. 요즈음 뇌신경의 연구는 해부학적 차원을 넘어서 기억의 과정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고 있다. 쾌락과 고통, 행과 불행, 괴로움과 즐거움, 우울과 고양 감정들이 특정 호르몬들의 작용이라는 것이 이미 잘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뇌에 관한 연구는 좀 특별한 면이 있다. 바로 우리의 생각, 반응, 감정 등 밀접하게 우리 자신과 연결된 연구라는 것이다. 기존의 과학적 발견들이 우리 일상과는 동떨어진 느낌을 주었음에 반해 뇌과학의 새로운 발견들은, 우리 경험을 통해, 공감을 느낄 수가 있다. 학교에서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주의집중을 해야 하고, 또 복습(또는 연습) 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선생님의 경험을 전해주시는 것이라 생각하였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배웠다. 그러면서 우리 자신도 많은 경험을 통해 이를 확인하여 왔다. 기억 과정의 규명으로 2000년 노벨상이 에릭 칸델 교수 등에게 수상되었다. 예를 들어보자. 기억하는 것은 신경 간의 새로운 연결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새로 만난 친구의 얼굴을 기억하는 것은 단순히 말하면 얼굴 모습 신경과 이름 신경이 연결되는 것이다. 이 연결 부분을 ‘시냅스‘라고 부른다. 시냅스는 생체 조직이다. 생체 조직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긴 시간이 걸린다. 주의집중이 바로 이 생체 생성신호가 된다. 그러므로 기억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긴 주의집중 시간이 유지되어야 한다. 또 이 연결이 오래동안 기억(또는 유지)으로 남기 위해서는 새 연결 조직의 고착화 과정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복습(연습)에 의해 흐려지던 기억이 다시 강해지고 또렷해진다. 즉 기억의 메카니즘이 주의집중과 연습을 요구하며 배움의 요체가 되는 이유이다.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바로 경험으로 확인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예이다.


이제 과학은 뇌에 관한 새로운 사실들을 알려줄 뿐만 아니라, 일상과 동떨어진 것이 아닌 바로 우리 일상활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해 주고 있다. 그러면 차츰 밝허지고 있는 뇌신경의 구조와 기능들이 배움이나 탐구, 창조 활동 등에 관해 어떤 새로운 사실들을 알려주고 있을까? 우리의 자의식 ’나‘에 대해서는 어떤 새로운 설명을 해줄 수 있을까?


예부터 자아를 이해하려는 마음의 공부는 산으로 들어가 혼자서 헤매다가 경험을 통해 잘 아는 사람 또는 선지자를 만나 물어물어 가는 식이었다면, 뇌신경의 기능을 이해하는 것은 뇌의 지도를 보며 산길을 가는 것으로 비유할 수 있지 않을까? 기억 메카니즘의 과학적 규명같은 확실한 지식 하나는 상상할 수 없는 효과를 갖는다. 갈릴레이의 관성 실험이라는 작은 눈덩이를 산마루에서 굴려 내리듯이.


지금 우리는 드디어 새로운 뇌의 세상,  그러나 불투명한 마경이 아니라 명경(明鏡) 속으로 들어가 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게 아닐까?


(*) 물론 평생 동안 유지되는 충격적 사건의 기억도 있으나 일반적인 기억의 경우는 기억을 다시 떠올리는 고착화 과정이 없으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사라진다.

이전 01화 (프롤로그) 나도 별의 순간을, 와이낫?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