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과학적 가치관
예거 실험, 청소년 정신건강: 최근( 2015년)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에 관한 중요한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텍사스 대학 (오스틴) 예거 교수는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중3 나이또레 학생들 600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였다. 청소년들 대부분이 자기 개성은 고정된 것이라고 믿는 것에 착안한 실험이었다. 실험은 학생들을 대상그룹과 컨트롤 그룹(비교를 위한 연구주제 불적용 기준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연구 결과는 컨트롤 그룹은 9개월 후 학생들이 계속된 치료에도 불구하고 우울증 증세가 39% 증가(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는 컨트롤 그룹 청소년들이 현재의 치료 환경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즈음에는 10명 중 8-9명이 심각한 우울증 상태에서 졸업한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연구 대상그룹 학생들에게는 뇌신경 연결의 가변성, 즉 뇌(신경)의 가소성에 대한 정보를 주었다(용어설명; 시냅스 가소성). “뇌는 가소성을 가지고 있다. 뇌에 지속적인 정보를 주면 해당 뇌 영역의 기능과 역할이 바뀐다. 즉 우리 개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고 변한다.”는 과학적 정보를 단순히 읽게만 하고 관찰한 결과 정보를 읽은 학생들은 9개월 후에 우울증 증세를 전혀(평균적으로) 보이지 않았다. 두 그룹의 차이는 단지 '뇌도 개성도 변한다.'는 정보를 보았는가? 아닌가? 뿐이었다. 우리 뇌는 항상 변하며 쉽게 변하며 우리 자신의 개성도 변한다는 것을 학생들이 단순히 인식하기만 해도 정상적으로 성장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연구 결과였다. 개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순간, 개선을 위한 학습을 시작하며 향상심을 품게 되는 결과라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의 방황: 청소년들이 방황하고 있다. 기존의 가치관들은 붕괴되고, 급변하는 사회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청소년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뿌리로 돌아가라고 한다. 이는 다양한 개개의 현상들보다는 근본이 되는 핵심 원리를 붙잡으라는 말일 것이다. 우리는 지금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다. 과학의 특성은 언제나 어디서나 성립하는 만유의 보편성이다. 이러한 보편 과학적 뿌리에서 갈 길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치관의 혼돈에서 방황하는 우리에게 과학은 지금 어떤 등댓불을 비쳐주고 있을까?
기억 과정의 규명과 정신세계 이해의 새로운 단계: 지난 수세기에 걸쳐 엄청난 발전을 이룩한 과학은 우주에서 생명에 이르기까지를 보편적 통일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21세기에 들어서며 과학은 기억의 메카니즘을 밝히므로서 우리 의식을 새롭게 이해하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과학은 삶의 지혜들을 과학적 관점에서 풀어낼 수 있을까?
기억 과정과 기억의 루프 모델; 기억 과정은 뇌작동의 기반이다. 그리고 기억은 우리 의식의 근간이 되고 있다. 우리가 새로운 경험을 하면, 뇌에는 관련 신경들의 새로운 시냅스 연결들이 만들어지며 기억으로 남는다. 또 이 연결망을 자주 사용하면 새로운 시냅스가 만들어지거나 강화되고 오래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된다. 이러한 시냅스 연결의 변화를 '시냅스 가소성(synapse plasticity)'이라고 한다.(용어설명; 시냅스 가소성) 시간이 지난 후, 이 연결망의 어느 한 신경에 자극 신호가 오면 이 신호가 연결망에 흐르게 되고 뇌는 관련 기억들을 동원(회상)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신경 전기 신호의 흐름은 엑손(용어설명; 신경구조)을 따라 한쪽 방향으로만 흐르는 일방통행이다. 이는 이미 1890년 카할에 의해 밝혀졌다. 우리가 기억한 것을 회상할 수 있다는 것은 즉 정보를 우리 뇌에 넣었다가 빼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를 넣을 때 경로와 빼낼 때 경로가, 일방통행이기 때문에, 서로 달라야 한다. 그러므로 회상할 때에는 정보의 입력 경로와 다른 경로를 이용해야 하고 필연적으로 입력 경로와 출력 경로가 하나의 루프를 구성해야 한다. 루프처럼 닫힌 연결 구조를 가지고 있어야 기억으로서 역할을 한다. 기억의 ‘루프 모델’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 우리가 새로운 것을 배울 때는 기억시키기에 바쁘다. 즉 입력시키기에 바쁜 과정이고 출력 경로가 충분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출력 경로가 충분히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입력한 것을 빼내는 회상 또는 연습 과정을 거치야 한다. 이렇게 복습할 때, 정보를 빼내는 새로운 출력 시냅스 망이 잘 만들어진다. 학습할 때 복습(연습)이 중요한 이유이다. 기억(또는 학습)과 회상(또는 연습, 복습) 과정은 둘다 새 시냅스 조직을, 즉 새 단백질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고 뇌로서는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 그러나 연습 과정은 기억하기 위해 그리고 기억 내용을 장기적으로 회상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연습은 출력망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기억을 강화하여 빠르게 정보가 통하게 한다. 말하자면 기억 정보의 고속화라고 할 수 있다. 정보를 입력시키는 기억과정과 다시 기억해내는 회상과정은 우리가 정보를 흡수하여 사용하는 학습(learning)의 기본 과정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이 기억의 연습 과정에 대한 중요성이 소홀히 되는 경향이 있다. 연습의 중요성이 구체적으로 교육되지 않아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왕성한 배움의 시기인 청소년들에게 배움에 대한 좀 더 과학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질문들에 답을 해줄 수 있나? 그러면 우리 두뇌의 뇌과학적 이해는 어떤 질문들에 답해줄 수 있나? 우리가 새로운 것을 배우려면 왜 정신 집중을 해야하는지, 왜 동기 유발이 되어야 학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는지, 어떻게 칭찬이 고래를 춤추게 하는지, 왜 필요는 창조의 어머니인지, 왜 습관 고치기가 힘든지, 부정적 습관은 왜 우리를 피폐하게 만드는지, 아이가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왜 자유시간이 필요한지 등을 뇌신경 모델은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인간의 두뇌는 창의를 위해 만들어진 우주 최고의 창조물이다. 창의 또는 창조 과정은, 서서히 달구어지다가 어느 순간에 불이 당기며 폭발 탄생하는 별의 과정과 아주 유사하다. 우리 마음 속 별의 탄생 순간을 잡기 위해 이 책의 글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동기 부여와 희망을: 뇌의 무한한 잠재력을 이해할 때, 우리는 자신의 뇌가 잘 작동케하려는 동기 부여와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뇌구조와 기능의 이해는 두뇌의 작동법을 자연스럽게 제시한다. 글머리의 최근 예거 교수 실험 결과는 과학적 지식이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보여준다. 과학적 사실을 이해할 때, 향상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여 자동차의 기어 바꾸듯이 뇌를 운전한다면 훨씬 더 쾌적하고 보람찬 인생 드라이빙이 되지 않을까? 이 책이 두뇌 드라이빙 원리와 기술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 에이미 커디; 프레즌스 p391]
(**) 2000년 E. 칸델 신경생리학으로 노벨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