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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석천 Oct 04. 2021

뇌과학 관점의 자녀교육 이중성(R)

기 살리기 교육

 불과 2-30년 전까지만 해도 많은 과학자들은 뇌신경을 고정 불변적인 것으로 생각하여 우리 지능이나 개성을 변하지 않는 것으로 보았다. 그러나 기억의 메카니즘이 과학적으로 규명되며 이는 완전히 틀린 생각이었음이 밝혀지게 되었다. 뇌신경은 끊임없이 활발하게 새 연결을 만들고 또 쓰지 않는 연결은 소멸하는 조직이라는 것이 실험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기억 메카니즘의 규명으로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에릭 칸델은 이러한 신경의 활발한 작용을 상징적으로,


"이 연구실을 들어올 때와 나갈 때의 당신은 다른 사람입니다.“

라며 그의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 밝힌 바 있다.     


요즈음 새로 활발하게 발견되고 있는 뇌과학적 정보들은 우리 전통적 사고방식과 교육을 여러 측면에서 다시 돌이켜 보게 한다. 그중에서도 자라나는 세대의 교육을 뇌과학적 측면에서 살펴보는 것은 필요한 일일 것이다. 우리의 교육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그것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국가 백년대계라는 교육 제도를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빠짐없이 개혁한다며 바꾼다. 아마 국민들이 개선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교육 제도나 입시 제도가 개선되었다고 느끼는 국민은 별로 많지 않다. 아마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뇌신경의 뇌과학적 정보는 우리에게 뇌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좀더 분명하게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뇌과학적 입장에서 볼 때, 우리 자녀교육의 이중성, 모순성은 두드러진다. 얼마전 일간지에 실린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수필 칼럼을 읽은 기억이 난다. 잔잔하면서도 적라라하게 우리 자녀교육의 실상과 나아갈 방향을 지적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안하무인으로 뛰어도 기 살린다며 내버려두는 부모들을 보는 게 오히려 우리의 일상이다.” 

“아이들을 제 앞가림할 줄 알고, 남에게 폐 끼치지 않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회구성원이 되게끔 하는 데 중점을 두어 키웠으면 좋겠다.” 

[매경 091219 칼럼, 전영애 교수]      


“기가 막힌다“는 말이 있다. 기가 막히면 죽는다는 이 체질화된 생각, 부모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이 칼럼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우리는 기의 문화속에 살고 있으면서도 기를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부터도 그렇다. 어떻게 하면 부모들이 원하는 아이들의 기를 살리는 교육을 할 수 있을까?     


기가 어떻게 통하는지를 실감한 적이 있다. 2년 전 2주간 명상 수련회에 참가하였다. 특별한 명상은 아니고 단순히 의식을 하나로(호흡, 화두, 만트라등) 모으며 생각을 줄여나가는 명상이다. 수련이 시작되고 어느 정도 명상이 자리가 잡히는 때였다. 약 1시간 이상 지속되는 명상 시간을 하루에 3-4회 가지는 집중 명상을 하는 이틀째였던 것 같다. 오후 세션에서 손과 팔, 가슴이 기분 좋게 따뜻해지며 가슴에 누르면 늘 불편하고 몸이 안 좋으면 숨 쉬는데도 불편한 곳이 있었는데 신기하게 깜쪽같이 사라져버렸다. 이렇게 기의 효과를 느껴본 것은 처음이었다.   

  

마음이 차분해져 호흡과 맥박까지도 느려지고 부드러워진 상태에서 기는 순기가 된다. 즉 막힘없이 통하게 된다. 이는 우리가 큰 힘을 쓸 때의 기와 다른 것이다. 말하자면 몸의 신호가 잘 통하는 것이다. 기를 잘 살리기 위해서는 기의 흐름, 즉 우리 몸의 신호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과학적 입장에서 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한 번 살펴본다.     


우리 몸을 조절하는 신경 조절 신호는 일종의 폭격기와 같아 주변의 신경들이 다 영향을 받는다. “멈춰”하고 억제 신경전달 물질을 손의 운동신경에 보내면 손만이 아니라 호흡까지도 멈춰지는 식으로 주변의 다른 신경까지 억제 신호를 받게 된다. 뇌에서는 하나의 신경이 수많은 다른 신경들과 연결되어 있다. 하나의 뇌신경은 몸의 여러 부분 신경들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호흡은 일종의 자율 신경임에도, 손으로 보낸 억제 신호가  호흡까지도, 억제하게 된다. 이러한 억제 신호는 위기 비상 시에는 개체의 안전을 위해 필수적이나, 불필요할 때도 이 억제 신호가 자꾸 작동하게 되면 몸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 반면에 신경에 도파민같은 증강 신호가 들어오면 주의력이 향상되고, 행복감을 느끼게 하며 혈액 순환이 잘 되게 한다. 그러므로 이런 부정적 호르몬의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는 주변과의 관계가 긍정적일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주변, 특히 가족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칼럼에서 지적하듯이 주변에 폐를 끼치면 자연히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반작용이 부정적이 된다. 그러면 뇌는 이러한 부정적 반응에 대해 방어적이 되고 스트레스 호르몬을 방출한다. 시도때도 없이 듣게 되는 다른 이의 지적이나 불평, 욕설, 험담 등이 이를 유발하는 것이다. 


“이제 그만 해”

“멈춰”

“또 늦었어?”     


이렇게 되면 자신의 뇌가 스트레스 호르몬에 수시로 노출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노출될 때마다 몸 전체가 스트레스 호르몬의 폭격을 받는다. 총 한 방 쏘고 비행기 폭격 받듯 되로 주고 말로 받는 효과를 나타낼 수밖에 없다. 타인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이 습관화되면 자신의 주변 환경 자체가 부정적이 되어 버린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건강조차 유지하기가 힘들게 된다. 그러므로 아이의 능력이 발휘되고 건강하기 위해서는 아이의 주변 관계와 환경이 긍정적이 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기 살리기 교육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므로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예의 교육을 시키는 것은 장래 아이의 환경을 긍정적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절대 필요한 교육이다. 예의 교육은 아이의 기를 죽이는 교육이 아니라 살리는 교육이다. 부정적 호르몬의 폭격에 노출되지 않고 아이에게 긍정적 호르몬의 단비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아이의 예의 교육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우리 두뇌의 신호 전달 과정을 이해할 때 자명하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기죽는다고 예의 교육을 시키지 않는 것은 아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박탈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이의 기를 살리기 위해 예의 교육까지도 마다하는 부모가 싫다는 아이의 저녁 자유시간을 온통 과외로 묶어놓는다. 완전히 아이의 기를 죽이고 진을 빼버려 아이가 자발적 학습을 터득하는데 필요한 많은 시간과 기회를 박탈해 버린다. 배움은 억지로 되지 않는다. 자발적인 것이다. 뇌과학적으로 볼 때 아이가 스스로 배우고 싶다는, 배워야겠다는 동기가 우러나오지 않고서는 진정한 배움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는 새로 발견된 기억의 메카니즘이 말해주고 있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자발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충분한 자유시간, 혼자 만의 시간을 주자. 이이들이 자신을 배우는 시간이다. 자신의 기를 펴고, 흥미를 배우고, 원하는 것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을 주자. 앞으로 100년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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