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무한성
요술램프 지니; “요술램프 지니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무엇을 할까?”
어렸을 때 누구라도 아라비안나이트의 요술램프 ‘지니’의 상상을 즐겼을 것이다. 수많은 꿈과 상상의 덕으로 우리는 지금 지니 이상의 수많은 거인들의 도움을 받고 있는지 모른다.
인생의 의미, 나의 의미; 우리는 요즈음 인생의 의미를 자주 묻는다. 르네상스를 거치고 과학이 뿌리를 내리며 오랫동안 우리가 삶의 목적 또는 의미로 삼아 오던 신이나, 국가나, 민족이나 가족과 같은 외적인 목적이나 의미는 어느 덧 희미해져가고 있다. 이렇게 복잡 다양한 세상에 어떻게 일률적으로 삶의 의미를 말할 수 있겠는가? 이제 나의 의미, 내재적일 수 밖에 없는 ‘의미’가 필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우리 자신이 만들어가야 하는 의미이고 목적이다.
진화하는 인생의 다양한 의미; 개구리 물갈퀴는 헤엄을 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일까? 그러나 생명의 진화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진화한 것은 아니다. 적자생존에 의해 자연히 물갈퀴를 가진 놈들이 환경에 잘 적응해 살아남았을 뿐이다. 단지 큰 물갈퀴를 가진 개구리가 좀 더 생존할 수 있었을 뿐이다. 우리 생명도 어떤 외적으로 정해진 목적이나 의미를 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지금 다차원의 다양성 시대에 살고 있으며 외적 획일적 의미에 목매어 살던 시대는 사라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자신이 욕망하고 부여하는 의미가 진정으로 우리를 창공으로 날게 하는 자유의 시대에 살고 있다.
새로운 과학적 가이드라인을; 그러면 지금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삶의 의미나 목적을 어떻게 잡아야 후회되지 않는 삶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내가 갖고 태어난 잠재력을 한껏 발휘할 수 있을까? 필자는 뇌과학이 이루어낸 발견들은 우리 자신을 새롭게 보는 계기와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뇌과학적으로 우리는 어떻게 우리 삶을 생각할 수 있을까?
고급 벤츠라면; 우선 간단한 예를 보자. 내가 벤츠 경품권을 받았다고 하자. 고성능 명품 벤츠가 생겼다. 이 벤츠를 어떻게 할 것인가? 벤츠를 아낀다고 창고에 모셔 두었다가 녹슬어 버린다면 이는 벤츠 대접이 아니다. 아우토반이 없으면 고속도로라도 가서 달려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때로는 아우토반에도 나가서 성능껏 달리며 녹슬지 않게 고장나지 않게 오래오래 잘 사용하는 것이 벤츠에 알맞은 대접일 것이다.
무한 기억용량, 즉 무한한 잠재력의 존재;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 현대 뇌과학은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뇌과학이 많이 발전하여 과학자들은 우리 뇌신경 구조와 기능에 대해 많은 것을 파악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우리 뇌는 무한한 기억 저장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우리 뇌의 기억 메커니즘과 신경 구조를 알면 누구나 쉽게 수긍할 수 있는 사실이다. 무한한 기억용량을 갖고 있다는 말은 바로 우리 뇌가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컴퓨터의 기억 용량은 컴퓨터가 할 수 있는 능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용량이 거의 컴퓨터의 능력을 말해준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뇌의 무한한 잠재력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자.
대뇌는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창조; 벤츠는 도로를 달리고 우리 뇌는 신경간 신호전달을 하는 존재이다. 신호전달은 두 신경간의 연결이 있어야 한다. 이 연결점을 ‘시냅스‘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시냅스를 만드는 것이 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시냅스는 경험, 학습 또는 창조적 작업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러므로 학습(배움)과 창조가 대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학습이 기존의 정보를 습득하며 연결하는 작업이라면 창조는 새 연결을 스스로 만들어 정보를 창조하는 작업이다.
뇌신경 연결 구조는 언어체계와 유사; 성인의 뇌신경 연결체계는 언어의 체계와 유사하다. 아기는 말을 배우기 이전에도 많은 정보를 기억한다. 그러나 2-3세 이전의 기억은 다 사라진다. 이를 ‘유아 건망증’이라고 부른다. 필자는 유아건망증의 이유는 유아들이 말을 배우기 시작하며 뇌신경 연결을 언어체계로 완전히 새롭게 바꾸기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영아 시절의 (바탕화면 체계의) 기억은 사용하지 않아 시냅스 가소성에 의해 소멸되어 버린다. 이는 2-4세에서 대량으로 일어나는 아기들의 뇌신경 가지치기 즉 시냅스 소멸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림 참조)
아기는 젖을 먹으며, 엄마를 본다. 이때 엄마의 눈, 코, 입 등 이목구비가 ‘얼굴’과 연계되어 기억된다. 이제 말을 배우기 시작하면 ‘엄마 얼굴’은 다시 ‘엄마‘라는 단어와 연결된다. ’엄마‘는 다시 ‘나‘와 연결되며 ’가족‘이 된다. 단어 또는 이름을 바탕으로 컴퓨터의 파일들처럼 분류되어 있다. 그러므로 파일들이 주소를 가지듯 우리 기억도 주소를 가지게 되어 쉽게 그리고 의식적으로 찾아갈(회상할) 수 있는 체계이다. 반면에 영아의 기억은 의식적으로 회상하기가 어렵고 쓰지 않게 되어 소멸되어 버린다. 그러므로 우리 신경의 연결체계는 언어체계를 따르게 되어 있다. 물론 뇌신경의 연결 네트워크는 언어로 표시되지 않는 정보들을 포함하고 있으나 기본 체계 구조는 언어체계를 따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창조는 새 신경연결 만들기; 이렇게 뇌신경의 연결이 이루어지며 새로운 것을 배우고 기억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연결 과정은 없던 새 연결을 뇌가 자발적으로 만드는 창조의 과정이기도 하다. 스티브 잡스는 창조를 ‘두 점의 연결’이라고 하였다.
뇌의 무한성에서 출발함은 전혀 무리가 없다; 기억이 두 신경의 연결(또는 연계)임을 생각할 때, 우리 뇌는 무한한 용량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무한이라고 말할 수 있다. 뇌에는 약 천억 개의 신경이 있고 각 신경은 수천 개의 시냅스 자리를 가지고 있어 전체 시냅스 자리는 약 수백조 개가 된다. 그러므로 두 신경 연결 방법의 숫자는 수백조의 수백조이다. 이를 숫자로 말하는 것은 이미 무의미하다. 실질적으로 무한이다. 그러므로 우리 뇌의 무한한 잠재력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은 전혀 무리가 없다고 볼 수 있다.
자,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이번에는 우리가 아라비안나이트의 거인 ‘지니’ 요술램프를 경품으로 받았다고 하자. 우리 두뇌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지니 이상의 경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나에게 이 무한 잠재력의 정신과 육체가 주어졌다. 그러면 이 무한한 잠재력의 거인을 가지고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뇌과학은 어떤 무한 잠재력의 ‘지니’ 사용설명서를 제공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