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에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 다들 보셨는지. 익히 아시겠지만 검거 실적 부족으로 해체 위기에 놓인 마약반이 국제 마약 유통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내용의 영화다. 너무 유명한 이 대사는 경찰서에서 마주친 최 반장이 승진 기념으로 연 쇠고기 회식에서 나왔다.
후배인 강력반 최반장이 선배인 마약반 고반장보다 먼저 승진한 기념으로 여는 회식. 자존심이 상할 법하지만 마약반 형사들은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냐는 듯 고기를 먹어치운다. 특히 마형사는 겉만 불에 그을린 생고기를 연신 집어먹는다. 육회를 시켜 먹으라는 동료의 볼멘소리에 "타다끼 새끼야 타다끼"라고 강변하면서.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와 생각했다. 왜 마형사는 육회를 시키지 않았던 걸까(3만 원짜리 일품 진로도 시켰으면서 말이다). 처음에는 너희들의 고기를 전부 먹어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그다음엔, 아마 반쯤 구운 고기가 점점 마음에 들었던 게 아닐까. 타다끼를 얘기한 걸 보면 말이다.
타다끼가 왜 어때서!
굳이 겉만 익힌 살을 탐하는 취향
사실 겉면만 익힌 고기 요리는 동서양에 모두 있다. 블루레어 스테이크와 로스트비프가 그렇다. 만일 마형사가 "타다끼 새끼야 타다끼" 대신 "블루레어 새끼야 블루레어" 라거나 "로스트비프 새끼야 로스트비프"라고 해도 사실 다 통한다는 얘기(만일 극한직업 후속 편이 나온다면, 반드시 마형사에게 구충제를 챙겨주길 바란다).
고백하자면 나도 마형사와 비슷한 취향이 좀 겹친다. 다 겹치는 건 아니다. 참치 타다끼는 좋아하지만 쇠고기 타다끼는 먹지 않는다. 블루레어 스테이크나 로스트비프 역시 마찬가지. 겉만 익혀 먹는 건 고기보다는 생선에서 매력을 느낀다. 그렇다고 생선을 좋아하냐? 잘 생각해 보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미안하다). 익히지 않은 생선 살에서는 은은한 감칠맛, 그리고 쫄깃한 식감이 느껴지만 동시에 비릿하다. 성인이 된 지 한참이 지나서도 여전히 나는 그 맛이 낯설다.
볏짚으로 구워야 진정한 타다끼
타다끼는 다르다. 날 생선의 은은한 감칠맛과 구운 생선의 고소함이 한 번에 느껴진다. 그것도 비릿함 하나 없이. 보통의 식당에서는 토치나 프라이팬으로 겉면을 그을리지만, 볏짚을 태워 겉을 구워내는 가게들도 요즘 들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도 그럴 게 이걸 먹으면 다른 타다끼는 성에 안 차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섭씨 700도씨의 고온에서 단시간에 구워내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날것의 촉촉함이 그대로 살아있다. 여기에 볏짚의 불 향이라니. 만드는 이는 애초에 손해를 볼 리 없고, 먹는 이 또한 한 입에 세 가지 맛을 볼 수 있으니 누가 봐도 서로 남는 장사다. 또 안 올 재간이 없다.
물론 이런 취향이 얼마나 타인에게 공감이 될지는 모르겠다. "에이, 이럴 거면 그냥 육회를 시켜 먹지"라고 말하는 마형사의 동료들처럼 내 취향은 다 구운 것도, 날 것도 아닌 것 그 사이에 있으니까. 그런 이와 대작할 날이 언젠가 생긴다면 이렇게 말해주리라. 한 번에 두 가지 맛! 그것이야말로 음식의 혁명이자 미래가 될 것이라고. 짬짜면 탕짜면이 그렇듯이. 어쩌면 인류의 진보란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