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15. 키오스크를 쓸 때 알아야 할 것
모든 가게는 작은 공장이다. 효율적으로 일하려면 모든 공정이 매끄럽게 진행돼야 한다. 그만큼 변화에 민감하다. 뭘 하나 바꾸려면 좀 귀찮은 게 아니다. 비용도 문제다. 하지만 그게 생산성 증대에 결정적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지출이 아니라 투자로 볼 수도 있다. 맞다. 키오스크 얘기다.
키오스크는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스탠드 타입과 테이블 타입이다. 스탠드 타입은 보통 매장 입구에 한 대를 설치해 놓는다. 고객이 결제를 완료하면 주문 번호가 적힌 고객 보관용 결제 영수증과 주방 주문서가 같이 나온다. 주방 주문서를 직원에게 전달하면 조리가 시작되는 시스템이다.
스탠드 타입은 입장 고객 전원이 키오스크 한 대를 돌려 써야 하므로 처리 속도가 느리고 주 통로가 대기 인원으로 막히는 단점이 있다. 기기를 외부에 둘 경우 고객의 조작 실수로 인한 망실, 습기, 열기, 혹한 등에 취약해진다. 스탠드 타입은 주방 주문서를 직접 직원에게 전달해야만 하기 때문에 대개 카운터석이 주방을 둘러싼 구조의 매장에서 쓴다. 서울 시내에 있는 라멘집들 상당수가 스탠드형 키오스크를 쓰고 있다.
테이블 키오스크는 작은 태블릿 PC를 메뉴판처럼 쓰는 방식이다. 고객이 테이블에 착석한 상태에서 주문과 결제를 한다. 결제가 끝나면 카운터 단말기에서 주방 주문서가 출력된다. 빠르고 정확하지만 설치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든다. 키오스크에 소형 카드 단말기를 탑재할 때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게 만만치 않다. 물론 매장 환경에 따라 주문만 가능한 옵션으로 설치할 수도 있다. 허나 대부분의 업무 지체가 결제 과정에서 생기기 때문에 주문만 받을 목적으로 키오스크 설치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이게 끝이 아니다. 테이블 키오스크를 가동하려면 전력이 필요하다. 테이블마다 전기 배선을 연결할지 충전용 배터리를 사용할지 결정해야 한다. 당연히 배선 공사가 훨씬 비싸다. 게다가 가게 테이블을 전부 들어 엎어야 한다. 좌석이 고정되기 때문에 많은 인원이 찾아올 경우 테이블을 붙이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키오스크 업체에서는 배터리 탑재보다는 공사를 원하는 눈치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배선 설치를 권유한다. 어쨌거나 이 분야에서는 업체 측이 우리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으니 이야기를 듣다 보면 흔들릴 수 있다. 나는 같은 키오스크 회사의 동일 제품을 쓰고 있는 (비슷한 규모의) 매장을 직접 수소문해 사장님께 의견을 구했다. 그분의 결론은 ‘배터리 방식으로도 멀쩡히 잘 쓰고 있다’였다. 그 덕에 50만 원의 추가 설치비와 여러 기회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반드시 설치가 필요한 매장도 있을 것이다).
아, 여기에 변수가 하나 더 있다. 인터넷이다. 테이블이 열 개라면 카운터 단말기까지 포함해 총 11개의 결제 회선이 생긴다. 대부분의 매장에서는 맥 아이피 경로가 열 개 미만인 인터넷 공유기를 쓰기 때문에 회선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이걸 최소 스무 개로 늘려줘야 한다. 카페나 브런치 메뉴를 파는 매장이라면 고객들의 와이파이 수요가 많으므로 더 많은 수의 경로를 열어 놔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트래픽 증가로 결제 시스템이 먹통이 될 수 있다). 당연히 지금보다 더 사양이 좋은 공유기로 교체해야 한다. 공유기 사용비는 통신사 단말기 약정 개념으로 달마다 빠진다. 우리는 3만 원 대 통신 요금제를 5만 원 대로 올려야 했다.
종합하면 우리 가게는 태블릿 PC 10대(대당 가격 65만 원), 부가세 65만 원에 카드 단말기 추가 탑재 9대(대당 10만 원)총 805만 원이 들었다. 여기에 매달 2만 원의 추가 통신비가 든다.
당연히 이걸 다 부담할 순 없다. 이 돈을 일시불로 냈다가는 반년은 굶어야 한다. 우리는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소상공인스마트상점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았다. 키오스크 설치비용의 최대 70%(최대 500만 원)을 지원해 준다. 우리는 455만 원을 지원받아 350만 원에 설치를 마쳤다.* 월 약정이 아니라 기기 매입을 기준으로 한 비용이다. 가격에 약간 멈칫하는 사장님들, 분명히 계시리라. 판단은 당신의 몫이다. 다만 이 기계들이 350만 원어치 밥값을 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참, 나는 키오스크 업체와는 아무 관련 없다. 그저 기계 문명의 혜택을 봤을 뿐이라는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겠다.
*소요 비용과 소상공인진흥공단 지원금액 모두 2022년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