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죄책감이 알려준 것들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시간이 머물러 있었다

by 김현아

나는 오랫동안 죄책감 속에서 살았다.

그를 더 자주 만나지 못한 것,

그의 마음을 먼저 읽지 못한 것,

그가 “괜찮아요”라고 말할 때 그 말의 진짜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모든 게 내 탓 같았다.


장례를 함께 치렀던 친구가 어느 날 내게 말했다.

“누나는 이미 충분히 좋은 사람이었어요.

그 형이 늘 자랑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오랜 시간 움켜쥐고 있던 무언가를 놓았다.

누구의 탓도 아니었다.

삶이란, 때로는 너무 복잡해서

한 사람의 손으로는 막을 수 없는 일들이 있다는 걸

이제야 인정할 수 있었다.


죄책감은 나를 무너뜨렸지만, 동시에 나를 바꿔놓았다.

나는 조금 더 섬세한 사람이 되었고,

조금 더 조용한 위로를 건네는 사람이 되었다.


그를 잃고 나서야,

나는 진짜 ‘함께 산다’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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