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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때로는 멈춰도 괜찮아

by 김현아

너는 언제 가장 불안하니?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

남들은 바쁘게 나아가는데

나만 멈춰 있는 것 같을 때 아닐까.


엄마도 그래.

가끔은 세상이 너무 빨리 돌아가서

숨이 막힐 때가 있어.

그럴 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져.

무언가를 해야만 가치 있는 사람 같고,

잠시 멈춰 있는 순간이

뒤처지는 기분이 들기도 해.


하지만 엄마는 이제 알게 되었어.

멈춘다는 건 실패가 아니라 회복이란 걸.

달리기만 하면 숨이 차고,

계속 달리다 보면 방향을 잃어버리기도 하잖아.

때로는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는 게

다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더라.


엄마는 한동안

아무것도 하기 싫은 시간을 겪었단다.

세상에 나 혼자 남은 것 같았고,

모든 게 내 탓 같았던 시절이 있었어.

그때는 내가 멈춘 줄 알았는데,

지금 돌아보니 그 시간은

마음을 쉬게 하는 ‘숨’이었어.


그 ‘쉼’ 덕분에

나는 다시 걷는 법을 배웠어.

빨리 가지 않아도 괜찮았고,

길을 잃은 것 같아도 결국엔 돌아오더라.

멈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거야.


너도 그런 날이 있을 거야.

아무 이유 없이 하기 싫은 날,

모든 게 귀찮은 날,

다시 시작할 힘이 나지 않는 날.

그럴 땐 억지로 일어나려 하지 않아도 돼.

가만히 있어도 괜찮아.

그건 네가 게으른 게 아니라

마음이 조금 쉬고 싶은 신호일뿐이야.


세상은 멈추지 말라고 말하지만,

삶은 멈출 줄 아는 사람에게

진짜 방향을 가르쳐준단다.

네가 잠시 걸음을 멈출 때,

그 틈 사이로 햇살이 들어오고

마음이 다시 따뜻해질 거야.


그러니까 조급해하지 말고,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엄마가 옆에서 기다릴게.

다시 걸을 힘이 날 때까지.


너는 멈춰도 괜찮아.
멈춘 자리에서도, 넌 여전히 자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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