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4. 기다림이 가르쳐준 것들

by 김현아

너는 무언가를 기다려본 적 있니?

결과를, 대답을, 혹은 누군가의 마음을.

기다림은 참 어려운 일이야.

보이지 않는 시간을 견디는 건

늘 조바심을 동반하거든.


엄마도 기다림이 서툴렀어.

결과를 빨리 알고 싶고,

확신을 일찍 잡고 싶었지.

불안이 싫어서 자꾸 예측하고,

기다리기보다 먼저 움직이려 했단다.


하지만 세상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시간이 필요해서만 완성되는 일들이 있더라.

사람의 마음도, 계절의 변화도,

다 제때를 기다려야 피어난다는 걸

조금 늦게 배웠어.


엄마가 대학 시절에 겪은 일이야.

친구들은 다 빠르게 꿈을 정하고

계획대로 나아가는데

나는 도무지 방향이 잡히지 않았단다.

하루하루 불안했어.

“나는 언제쯤 내 자리를 찾을까?”

그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지.


그래서 조급하게 여러 걸 시도했어.

사람을 만나고, 자격증 공부를 하고,

쉬는 날에도 마음은 늘 달리고 있었지.

그런데 이상하게,

하면 할수록 마음이 더 허전했어.

이유를 몰랐어.


그때 한 교수님이 조용히 말씀하셨어.

“꽃은 밀어 올린다고 피지 않아.

그저 햇살을 기다리면 되는 거야.”


그 말이 가슴을 울렸어.

내가 하려던 건 ‘성장’이 아니라 ‘서두름’이었구나.

기다림이란 아무것도 안 하는 게 아니라,

조용히 준비하는 시간이라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단다.


너도 살다 보면

기다려야만 하는 순간들이 있을 거야.

결과가 보이지 않아 답답할 때,

누군가의 마음이 멀게 느껴질 때,

그 시간들을 낭비라고 생각하지 마.


기다림의 시간은

보이지 않는 뿌리가 자라는 때야.

아무 일도 없는 것 같지만

그 안에서 마음은 단단해지고,

희미한 빛을 감당할 준비를 하는 중이란다.


엄마는 이제 알게 됐어.

기다림은 포기가 아니라, 믿음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너 자신을 믿고,

조용히 시간을 믿어보렴.

꽃은 햇살을 기다려 피어나듯,
너의 때도 그렇게 오게 될 거야.


keyword
이전 04화1-3. 비교하지 않아도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