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아이를 키우며, 나를 키워간 시간
사랑은 말로 시작되고, 기다림으로 완성된다.
너를 품었을 때,
나는 누군가의 ‘엄마’가 되는 게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라 생각했어.
하지만 막상 너를 마주하니
그건 단순한 역할이 아니라
새로운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더라.
하루에도 수십 번 웃고,
또 수십 번 후회하고,
조금 전엔 다정했다가
다음 순간엔 화를 내고.
엄마라는 이름은 참 복잡한 마음의 모양을 닮았어.
너를 키우는 일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고,
때로는 외로운 일이었어.
하지만 그 안에는
세상 어떤 배움보다 깊은 깨달음이 숨어 있었지.
너의 눈빛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너의 한마디에 하루의 온도가 바뀌었어.
그렇게 나는 너를 통해
나 자신을 다시 배우고 있었던 거야.
예전엔 몰랐던 감정들이 생겼어.
‘미안함’이란 단어가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는 걸,
‘기다림’이란 게 단지 멈춤이 아니라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걸.
너를 키운 건 분명 나였는데,
되돌아보면 너는 내 마음을 키워준 사람이었어.
너의 하루 속에서
엄마라는 존재가 조금씩 자라나고 있었던 거지.
그래서 이 책은,
너에게 쓰는 편지이자
나 자신에게 보내는 기록이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때로는 흔들려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기 위한 이야기들.
아이를 키우며, 나를 키워간 시간.
그 시간 속에서 나는,
조금 늦게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랑은 주는 게 아니라, 함께 자라는 일이다.
너를 사랑하는 일은
처음엔 쉬운 줄 알았어.
작은 손을 잡고, 이름을 불러주고,
잠든 얼굴을 바라보면
세상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것 같았거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어.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연습이라는 걸.
매일의 피로 속에서도 웃음을 배우고,
말보다 기다림이 더 큰 마음이라는 걸.
엄마가 된다는 건
누군가를 완벽하게 돌보는 일이 아니라
‘불완전한 사랑’을 매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일이더라.
때로는 미안함 속에서,
때로는 포기하지 않으려는 마음속에서
사랑은 자라고 있었어.
너는 자꾸 자라는데
나는 아직 서툴러서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았단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를 책망했지.
“이렇게 부족한 내가 좋은 엄마일 수 있을까?” 하고.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어.
너의 웃음이, 나의 불안을 덮어주고 있었단 걸.
네가 내게 안겨오던 그 순간마다
나는 다시 용기를 배우고 있었단 걸.
사랑은 주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서 배우는 일이었어.
너를 통해 나는 마음을 닦았고,
너를 보며 나의 결핍을 이해했어.
그렇게 조금씩, 아주 천천히
엄마라는 이름 속에서 나 자신이 자라나고 있었지.
이제는 안다.
사랑이란 완벽하게 아는 마음이 아니라
끝없이 배우는 마음이라는 걸.
그리고 그 배움이,
나를 ‘엄마’로 만들어주었단 걸.
사랑이 자라는 동안,
나도 사람으로, 엄마로 자라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