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뭔지 모르는 나에게

잠시 좀 쉬고 싶어요. 근데 뭐부터 해야하나요?

by Amelie



퇴사 3개월이 지나버렸다. 훌쩍.


남편도 친구들도 다들 기왕 쉬기로 한 것 푹 쉬라고 했다.

그렇게나 열심히 일했으니 쉴 자격이 있다고…

나도 물론 동의하는 바로 실천을 해보기로 했다.


먼저 늦잠을 자기로 했다.

그러니 나의 체력은 느긋한 생활에 금방 적응되었다.

늦게 일어나 늦은 아침을 사부작사부작 준비를 한다.

혼자 하는 브런치 사실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회사 다닐 땐 맛있는 것을 동료들과 먹더라도 식사시간은 항상 자유로운 기분이 아니었다.

내가 먹고 싶다고 고른 메뉴를 먹고 있어도 내가 선택한 느낌이 아니었다.

하지만 백수의 아침은 무엇보다 자유롭다.

아침은 뭐니 뭐니 해도 간단한 게 좋다.

그렇게 원하던 자유로운 혼밥을 먹고 나면,

할 게 없어서 유튜브나 뉴스를 틀어 세상 돌아가는 걸 지켜본다.

그렇게 1-2시간이 훌쩍 지난다.

잠이 솔솔 오면 낮잠도 자곤 한다.

낮잠은 달콤하지만, 가끔 나를 축축 쳐지게 한다.


이렇게 별 것 없이 시간을 흐르게 두다 보니

도통 잘 쉬는 방법이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이게 쉬는 것이 맞던가?

몸은 물론 자유롭게 편한데,

생각은 여전히 회사 다닐 때만큼 복잡하다.

복작복작 지키지 못할 나만의 계획을 머릿속으로만

그리다 그러다가 말기를 반복한다.


친구한테 내 속사정을 털어 놓았다.

'쉬는게 어떻게 하는 거더라 ? ㅎㅎ'

'그냥 넷플릭스 키고 드라마 정주행하고 누워서 뒹굴뒹굴 하는 그런거.'


아,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행위는 나에게 일이랑 묘하게 교차해 있었던

하나의 일상 같은 것이라, 특별한 쉼을 주는 느낌은 아니었다.


결국, 나는 쉬는 방법을 챗gpt에게 물어보았다.

'챗gpt야, 어떻게 해야 제대로 쉬는 거야?'


그는 언제나 그랬든 내가 고민한 흔적이 민망하게

매우 빠르고 쉽게 대답을 쭉 리스트업을 해주는 녀석.


1. 아무것도 하지 않기 연습 : 조용한 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말고 5분만 있어보세요.

핸드폰도 하지 말고, 음악도 끄고, 오직 ‘존재만’하는 연습을 해보세요.


2. 호흡에 집중하기 : 편안히 앉거나 누워 눈을 감고 호흡을 느껴보세요.

나는 지금 숨 쉬고 있다는 인식만으로 긴장이 풀릴 수 있어요.

3. 무의도적 멍 때리기

4. 느린 루틴 만들기

5. 내 안의 무엇을 해야 한다는 생각 잠시 내려놓기... 등등

챗 gpt의 첫 번째 제시 대로 5분을 가만히 있어보기로 한다.

코가 간질간질, 핸드폰 시간을 나도 모르게 체크해 본다.

으악, 5분 가만있기 실패!

나 뭔가 이상해졌나? 머리에 문제가 생긴 걸까?

혹시 종종 쇼츠에서 봤던 성인 ADHD 증상이 아닐까?

그러다 이런 질문을 ai에게

잠시 의지한 행동이 스스로 짠해졌다.


최근 몇 년 간을 정신없이 바쁘게 달려왔다.

밤낮 없이 긴장의 연속들이었다.

촬영이 늦게 끝날까 노심초사하고

날씨 등 쉽게 변동되는 촬영 스케줄에

내 일상이 맞춰져있었다.

가까스로 다가온 촬영 휴차 때는 다음 촬영 스케줄 세팅에 따른

스탭들의 각종 모닝콜로 하루를 시작하고 시간이 지나야 했고

정산자료까지 마무리를 하면 또 하루가 금방 지나갔다.

그러다 정신 차리고 보면 어느 새 나는 봉고에 지방 촬영장으로 실려가고 있었다.

일과를 끝나고 숙소 모텔 방에서 기절하듯 취침해야했다.


새로운 사람들과 많은 사람을 한 번에 만나 고충을 들어주고 문제를 해결해줘야하는

임무와 환경에 노출되어 내 모든 힘을 가동시켰다.


작품이 끝난 후,

겨우 획득한 일주일 정도의 휴가 때는

새로운 여행지를 기쁘게 떠났고 여행지에서는 1분 1초 시간이 아까웠다.

며칠 후면 또 급습할 노동에 대한 계획들을 회피하며

누구보다 바쁘게 잘 놀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 바쁨이라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내 정신은 아직 진정한

쉼을 잊어버리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진짜 쉬는 연습이 필요했다.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 그 두번째 미션
미션2. 쉬는 연습을 하자.


얼마 전 프랑스 작가 피에르 쌍소 등이 엮은 책 ‘게으름의 즐거움 ’이라는 에세이를 읽었다.

게으름이나 낮잠을 죄의식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에게 피에르 쌍소는 말한다.





#1.

"무를 위한 시간의 가치는 다른 것과 견줄 수도 없고 바꿀 수도 없다.그 가치는 선물 처럼 주어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시간을 버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얻는 것이다. 스스로를 얻는 것은 시간을 잡는 것이다.
..사람은 스스로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2.
"휴식 recreation’이라는 말 속에는 ‘창조 creation’ 라는 말이 들어있다.

창조의 그 순간에 아무 감정이 없어지는 사람들이 많다.

마치 그에 따르는 침묵에 방해를 받았다는 듯이."


#3.

"게으름은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둔다는 것이다.

그것은 슬기로움이나 너그러움의 한 형태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한가로이 거닐기, 남의 말 들어 주기, 꿈꾸기, 글쓰기처럼

사람들이 별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버려진 순간에 깃들여 있다."

-에세이 책 <게으름의 즐거움(Petis Placisirs de la paresse)> 중에서-


사회생활에 찌들어 무언가를 얻기 위해 항상 달려왔던 나를 잠시 뒤로 하고

이제는 잠시 내려 놓기로 한다.

내려놓음은 피에르에 말 처럼 '쉼'은 우리에게 새로운 문을 열어줄 수 있는

창조적이고 필수적이고 주도적인 행위인 것이다.





쉬는 게 어색한 사람이라면

이 마저도 당황하지 말고 나의 상태를 관찰하며 인정해 주자.

쉼은 누구에게나 여러 형태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이다.

스트레스 없이, 여유로운 태도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가며

실험하는 것도 하나의 쉬는 형태가 될 수 있겠다.

누구에게나 '쉼'의 정의는 다를 수 있을 것이다.

말 그래도 며칠은 나만의 루~즈한 '쉼' 루틴을 만들어보자.


1. 바쁜 하루 일과에 내가 좋아하는 정신적 '휴식'이라고 생각되는

하나 정도 끼어 넣어보자.

나의 ‘쉼’의 예시는 아래와 같다.

1) 프랑스 초급 유튜브로 ‘아주 천천히’ 공부하기

아직 나에게 로망이 있는 나라 프랑스, 프렌치는 아직 나에겐 무지의 세계이다.

프렌치라는 단어는 뭔가 무한한 상상력을 주는 것 같다.

설레임과 새로움으로 나를 자극하고 싶다.

그냥 이 언어와 문화를 배워보고 싶다는 태도로 행해지는

이 공부는 전혀 압박감을 느낄 필요도 없다.


2) 간단한 요리 1개 완성하기

아침이든 저녁이든 조금 간단하게라도 내가 한 요리를 해서 먹자.

먹는 것이 제일 잘 맞는 나와 내 남편은 식사 시간을 즐긴다.

다른 살림 실력은 많이 부족하지만, 다행히도 요리 하나는 좋아한다.

칼로 재료들을 자르고 함께 볶고 끓이고 양념을 추가하는 복합적인 행동들안에서

무한한 몰입과 생각의 비움을 매일 경험한다.


3) 하루에 한 번 혹은 두 번은 가만히 있고 나의 호흡에 집중하자.

눈을 감고 잠시 생각을 비운다. 처음엔 어색 하지만 자꾸 하다 보면

조금씩 익숙해져 가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아직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매일매일 놀이터에서 놀고 할머니가 까주는 귤을 먹으며

TV보는게 쉬는 게 좋았던 어린아이 같던 내 모습을 찾아보자.

'노는 게 제일 좋아 ~' 라고 흥얼 흥얼 거리며 가볍게 하루를 흘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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