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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쓴이 Oct 07. 2022

또 한 번 가을.

가을의 유일한 특권; 외로움


저녁 노을_

날씨 탓하면서 대놓고 외로워할 수 있는 계절. 가을이 왔다. 여자는 봄을 타고 남자는 가을을 탄다는데, 오히려 그런 말들이 진짜 봄이나 가을이 오면 뭐라도 타야 할 것 같은 의무감마저 들게 한다.


사실 계절은 핑계일 뿐,

우리는 항상 외롭지 않은가 말이다.

그래도 저런 말들에 기대어 조금은 덜 짠하게, 덜 숨기며 외로움을 만끽할 수 있는 이 가을이 참 좋다.


요즘은 티 없이 깨끗하고 맑은 하늘과, 청량한 구름을 멍하니 바라보는 시간이 좋다. 그렇게 계속 보다 보면 찌들어있는 내 몸과 마음도 아주 조금은 정화되는 기분이 드는 이유에서 일지 모르겠다.


누군가의 사소한 몸짓, 말투, 표정에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지는 가을의 등장은 설레기도 하고, 벌써부터 왠지 모를 쓸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항상 이맘때쯤의 우리는 자주 들뜨고, 자주 아프다. 그만큼 가을은 말만 들어도 피곤하고 성가실 이 감정들의 기복을 기꺼이 감수하는 유일한 계절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외로울 틈도 없이 분주하게 살아가는 누군가에게는 이 외로운 감정조차 한낱 쓸데없는 사치라  느껴질 수도 있다. 외로움도 특권이 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게 새삼 또 슬프지만, 그래도 분명 우리에겐 문득 외로운 날들이 있다.

세상에 쓸데없는 감정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럴 때일수록 이러한 감정들을 억지로 외면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우리는 사라지는 감정의 뒷모습을 배웅해 줄줄 알아야 한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외로움이란 고질병을 두고   있는 가장 비겁한 처방을 나는 이번 가을에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올 가을, 우리 마음껏 외로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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