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보다 삶이 두려운 이들에게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p.138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으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로부터 무엇을 기대하는가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마다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태도에서 찾아야 했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인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우연히 노트에 적어놓은 죽음의 수용소의 구절을 다시 읽게 되었다.
분명 마음에 와닿은 구절이었기에 노트에 따로 적어뒀을 텐데, 처음 보는 문장처럼 기분이 이상했다. 아직도 나는 그저 말과 명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올바른 행동과 태도로 살고 있지 못하다는 기분이 들어서였다. 항상 말은 쉬웠다. 그리고 그럴싸한 말들로 끊임없이 자기 합리화를 하며 살았다.
선택은 책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요즘의 우리는 더더욱 책임을 지는 일을 기피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선택도 미루고 있는 게 우리의 모습이다.
인생에 실패는 없고 과정만 있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막상 나의 실패에는 매번 과정이라는 긍정적인 단어가 바로 따라붙지 못했다. 좌절하고, 우울해하고 세상을 원망했다.
그래서 다시 움츠러들고, 선택하기를 포기하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기를 반복했다.
내가 세상에 기대하는 만큼 실망하는 일도 잦았다. 기대하며 사는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기대만큼 따라주지 않았을 때 무조건 세상을 원망하는 태도도 어리석은 것이다. 돌이켜 보면 예상과는 달리 행운과 행복이 따르는 일도 수없이 많았을 텐데 말이다.
인간은 당연히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는 없다. 오히려 대부분의 시간을 견디거나 버티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하지만 애초에 내 뜻대로만 사는 일이 가능했더라면, 희망을 꿈꾸는 일 자체도 무의미해졌을 것이 분명하다.
죽음보다 더 무서운 것은 삶을 두려워하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이 세상에 던져진 이상 거창한 것을 꿈꾸기보다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을 살아간 사람들처럼 주어진 환경 속에서 개개인의 소망을 잃지 않으면서 각자의 책임을 다하는 것만이 가장 인간적인 삶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