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안아주면 불안이 사라질 거야.
나는 '나'라는 인간에 대하여 대체로 불안함이 많았다. 자신이 불안해서인지, 남을 봐도 불안해 보였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나 자신도, 남들도 편하게 바라보고 싶었지만 그게 마음처럼 쉽지가 않았다.
어느 누구도 완전하며 예견된 삶만을 살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매번 내 인력 밖의 사소한 것들로 인해 자주 긴장하고 삐끗하고 휘둘렸다.
가끔은 되려 불안을 숨기려 할수록 더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질 때도 있었다. 평소에 괜찮은 척, 평온한 척을 하고 있다가도 예기치 않은 어떤 상황이나 반응들에 급격히 방어를 하기 위해 나도 모르게 공격적인 말들을 내뱉곤 했다. 그 결과, 본의 아니게 내 말에 상처받는 사람들도 생겼다. 그게 가장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였을 때에는 끝없는 자괴감에 휩싸이기도 했다.
어느 순간부터 불안이라는 녀석을 억지로 떨쳐내려 할 때마다, 되려 불안이 나를 지배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불안 자체를 즐기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애써 부정하지는 말자고 스스로 다짐했다.
그저 이 불안이라는 감정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으니, 오히려 나 자신을 인정하게 됐다.
불안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고, 인간이 불안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불안하다고 해서 결코 불행한 것은 아니라고.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어느 순간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긴장도 덜 하고, 사람들과의 편하고 진솔한 소통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이제는 더 나아가 나보다 더 불안해하고 있는 이들에게 괜찮다고 말해 줄 수 있는 여유도 제법 생겼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는 말이 새삼 크게 다가왔다.
그동안 불안에 대한 나의 극심한 부정이 오히려 불안의 불씨를 더 키운 걸지도 모른다.
이제는 불안을 부정하는 일보다, 나 자신을 긍정하는 일에 더 힘쓰기로 했다.
다시 한번 스스로 되뇌어 본다.
불안해도 괜찮다. 그게 불행은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