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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쓴이 Oct 01. 2022

걷는 사람

뚜벅뚜벅 인생 걸어가기.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 걸으면 기분이 나아지고, 기분이 그저 그럴 때 걸으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걸으면 세상 모든 장면이 조금은 더 각별해진다. 등교하는 학생들, 신호등에 있는 녹색어머니회의 학부모들, 출근하는 직장인들, 길거리 쓰레기를 주우며 봉사하는 어르신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세상에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사람은 없구나. 란 생각이 든다.


그것이 꼭 무엇을 해서라기보다, 무엇이라도 하고자 하는 그들의 마음가짐이 귀하다는 것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을 손 놓지 않고, 머리보다 몸부터 움직이는 그 부지런함이 새삼 존경스럽다.


이미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예전에 아이유의 인터뷰에서 우울할 때 극복하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자신은 그 기분에 속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 최대한 몸을 바삐 움직인다.라고 대답했던 게 생각난다.

나는 게으른 편이지만, 같은 이유에서 조금이라도 움직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으면 생각이 많아지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면 한없이 우울해지기 때문이다.

생각 없이 살아도 안 되지만, 생각에만 갇혀 사는 건 더더욱 안 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행동하다 보면 성과가 있다. 이런 뻔한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물론 그것도 맞는 말일 수 있지만, 저 말은 반대로 자신이 노력한 것에 상응하는 결과치를 얻지 못한 사람들은 상심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생각하는 모든 노력과 행동의 결괏값은 결국 ‘나’라는 사람이라는 거다. 우리는 내가 무언가를 이뤄내고, 무언가를 만들어냈을 때만 우리의 가치를 논한다. 조건이 있는 가치는 생명력이 없다. 그렇게 해서 생긴 자존감은 흔들리기 십상이다.

내가 무언가를 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한 사람이 과연 실패한 사람일까? 아니면 실패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사람이 실패한 사람일까? 사실 둘 다 실패한 사람은 아니다. 각자의 선택일 뿐, 하지만 더 후회가 남는 사람은 분명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성공을 예상치 못한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결과에 집착하다 보니, 오히려 성공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희망을 품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과정을 즐기고, 그 속에서 단단해지는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라는 거다.


나는 글과 글쓰기를 사랑하지만, 성공한 작가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글을 사랑하는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 사라지지 않을 것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겠으면, 일단 나가자. 나가서 걷다 보면 저절로 떠오르는 것들이 생길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것이어도 좋다.

조금은 퍽퍽하고 시시할지도 모를 자신의 인생에 

자신만의 BGM을 깔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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