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맘쓴이 Oct 19. 2022

그 시절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친구라는 이름


글을 쓰려고 카페에 왔지만, 도저히 떠오르는 게 없어 책을 한창 읽던 중이었다.

그런데 모르는 아주머니께서 슬쩍 다가오시더니, 뒤에 있는 분을 가리키며 10년 만에 미국에서 친구가 왔다면서 다 같이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셨다.


잠깐의 당황을 뒤로하고 흔쾌히 긍정의 답을 한 뒤, 카페를 배경으로 나름 여러 각도와 버전(?)으로 열심히 찍어드렸다. 최근에 누군가를 찍어준 경험 중, 나도 모르게 제일 최선을 다한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분들의 표정이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인간의 얼굴에 1그램의 가식도, 슬픔도 없을 수 있음을 증명하는 듯한 그들의 순수한 표정은 진심을 담아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렇게 누군가의 순도 100%의 행복한 순간을 카메라로 담으려니, 괜히 긴장되면서도 덩달아 나까지 뭉클해지는 기분이었다.


핸드폰을 건네받으면서 내게 연신 고맙다고 말씀하시는데,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한 기분이 들었다. 어린아이처럼 해맑게 웃는 그분들의 표정을 보고 나니, 잠시였지만 나까지 행복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혼 후 미국으로 간 초등학교 동창도 떠올랐다. 안 그래도 며칠 뒤에 한국에 온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더 감회가 새로웠고 새삼 빨리 그 친구가 보고 싶어졌다.

몇 년이건 어디에 있건, 시간과 거리가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숙제 같은 관계가 아니라, 자주 볼 순 없어도 각자의 자리에서 건강히 잘 지내고 있는 것만으로 안심이 되고 위로가 되는 사람들.

묵묵히 잘 살아내고 있는 그들을 보면서 덕분에 나까지 인생을 팽개치지 않게 만드는 사람들.

인간은 결국 혼자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진심 어린 말 한마디, 활짝 웃는 얼굴에 부쩍 힘이 나는 사람들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또 하루를 버틸 수 있는 게 아닐까.


집에 가는 길 자줏빛 노을과 함께 문득 궁금증이 떠올랐다.

아주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우리도 주름 진 얼굴 사이로 저렇게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그리고 사진 속 그분들은

지금쯤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계실까?

이전 19화 의식하지 않으려는 것도 의식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