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뇌종양 판정을 받은 주인공이 하루씩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떤 것이 됐든 하루에 하나씩 사라져야 한다는 내용의 일본 영화다.
첫날엔 전화기, 다음날은 영화, 시계,
그리고 고양이까지.
그런데 문제는 세상에 있는 그 존재만이 아니라 그것에 담긴 주인공의 추억과 기억,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도 함께 사라지는 것이었다.
결국 주인공은 자신의 추억과 사랑을 희생하면서까지 하루라도 더 살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물건을 없애는 일을 그만하기로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굳이 없어도 된다 느끼던 것들도, 결코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어쩌면 뻔한 내용의 영화였지만, 다가오는 감동만큼은 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살다 보면 우리는 그 뻔한 것들(사실은 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로 인해 자주 마음이 슬퍼지고 미어지기 때문이다.
어쩌면 너무도 당연하다 생각하는 마음 때문에 물건보다도 더 소홀하게 되는 게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 모든 것에 의미가 생기고, 소중해지는 것임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사는 것 같다. 사랑하는 사람과 연락을 할 수 없는 전화기가 무슨 의미가 있으며, 사랑하는 사람과 보낼 수 없는 시간 앞에 시계는 또 얼마나 무의미한가.
우리는 자주 잊기 때문에 그만큼 의식적으로라도 자주 떠올려야만 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행복의 절대적인 기준이 돈이 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 옆에 소중한 사람들이 없다면 아무리 돈이 많다 한들, 진정으로 행복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돈으로 어느 정도 행복한 시늉을 할 순 있어도, 맘속 깊은 내면까지 결코 돈으로 채울 수는 없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충만한 사랑과 행복을 느끼지 못함은 끝없는 공허함과 싸우는 일이다. 끝내는 그 공허함과 자신이 하나가 되어 스스로 외롭다는 사실조차 잊게 된다.
사랑이 아닌 것에 의미를 부여할 만큼 중요하고 대단한 가치가 세상에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다. 한번 사는 소중한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든 따뜻한 영화였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현실의 우리 모두가 사랑하고, 사랑받는 삶을 살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