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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맘쓴이 Oct 21. 2022

믿음에 대한 믿음.

믿음에 관하여

사람을 믿는 일만큼 부질없고 자칫 조금만 비껴가도 떨어지는 외줄 타기처럼 허망한 것이 또 있을까.

하지만 우리는 사람에 속으면서 또 사람을 믿고, 또 배신당하고, 그러면서도 결국 다시 사람을 찾는다.

애초에 진실보다는 믿음만 있을 뿐, 그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도, 궁금하지도 않은 사람들처럼 말이다.

어쩌면 누군가를 믿는 일보다 믿음 그 자체를 믿어버리는 일이 중요해진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결국 나는 또 믿어버렸다.

어느 누군가를, 어느 누군가의 진심일지 아닐지 모를 마음을. 도저히 믿지 않으면 안 되겠는 그 마음을.

마음속 상처가 언제 아무는지 확인도 하지 못한 채 누군가를 믿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조급하게 서둘렀던 마음은 결국엔 보기 좋게 탈이 났다.

한동안은 힘들 거라는 걸 안다. 사람에 체한 마음은 쉽게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믿음'이라는 말처럼 무조건적인 단어도 없다. 믿어버리면 끝이다. 믿음에는 장사가 없다.

사람도, 종교도, 신념도, 그리고 나 자신마저도.

결국 우리는 다시 믿기 위해 망각이라는 장치를  달고 사는 존재인 것이다.

믿고 싶지 않아도 살아가기 위해서는 믿을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믿음이란 배신과 좌절의 백신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절대적이고 단순한 만큼 한순간에 무너지기도 쉬운 이 믿음의 극단적인 양면을 인정하기로 했다. 단단하면서도 깨지면 산산조각이 날 그 유리구슬 같은 믿음을 내 삶의 동력으로 삼기로 한 것이다.

어차피 끊임없이 믿어야 할 운명이라면 그냥 받아들이자. 깨져도 괜찮고, 다쳐도 좋으니 믿는 순간만이라도 행복하게 지내자.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고, 상처받았다는 마음도 조금은 덜 수 있었다.

원망도 미움도 잠시 잠깐일 뿐, 그 감정들을 이겨버리는 건 결국 또 믿음이라는 걸 알았다.


가끔은 바보 같고 때때로 허무한 끝을 보더라도 믿지 않는 사람보다는 믿는 사람이 되기로 했다.

믿음이라는 말의 무게에 짓눌려 도망치지 말고, 오히려 가볍게 믿어버리기로 한 것이다.

그래야만 또다시 시작할 수 있고, 정말 내가 바라는 진정한 믿음의 실체를 확인할 기회도 생길 수 있지 않을까.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우리는 이 말을 지키지 않으려 해도 지킬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게 아닐까?

다시 말하자면,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이 아니라 몇 번이나 더 상처를 받아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는 것이다.

상처받는 것이 두려워 숨기보다는 그 순간의 '행복'을 위해서라도 기꺼이 상처받을 준비를 하는 것.

그러면서 어른이 되는 과정을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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