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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팅달 Dec 10. 2022

대학병원에서 마지막 재활치료를 하고 있습니다만...

2주간의 엄마의 힘든 적응기

기다리고 고대하던 A대학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지난 1월에 퇴원을 한 뒤, 10개월 만에 다시 재입원을 하게 된 것이다.

이 대학병원에는 뇌 전문 재활의학과 교수님이 딱 한 분(엄마의 담당교수) 뿐이고,

또 입원환자를 많이 받지 않고,

3월과 8월에 코로나 급습으로 병동 자체를 폐쇄했었던 일이 있었다고 하니,

당연히 오래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왜 굳이 대학병원에서 재활을 하려고 갔냐고? 물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건강보험에서는 뇌병변과 관련된 장애인의 재활치료가

만 2년 동안만 건강보험이 적용이 된다.

곧 있으면 엄마가 2년이 되시기 때문에...

나는 마지막으로 엄마에게 좋은 재활치료를 받게 해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기다리고 고대해서...

지난11월. 10개월만에 이곳에 드디어 입원을 할 수 있었다.


년 초의 4주간 재활은 엄마에게 엄청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큰 변화가 생기리라 엄청 기대를 했다.     


그런데.!!

이렇게 힘들게 들어온 대학병원이었건만!!

엄마의 상태가 매우 많이 안 좋아지셨다.

(제가 그동안 브런치를 못쓴 이유입니다)     




평소 일상 대화가 가능했고, 농담도 주고받았었는데.

갑자기 설사를 일주일간 하시고, 온몸에 전기가 통하듯이 쑤셔대서

도저히 운동을 하실 수 없는.

운동 스케줄을 빼 달라고 하실 정도였다.      

또 식사하실 때 입이 잘 다물어지지 않아 줄줄 흘리셨고

제일 속상한 것은 눈에 맥이 하나도 없이, 눈뜨기가 힘들었다는 것이다.      


엄마가 이렇게 변한 것은

간병인 여사님은 약이 아닐까 의심하셨다.

내가 생각해도 달라진 건 처방약!!

물론 요양병원의 약을 대학병원에서 똑같이 쓸 일은 없지만  

그래도, 약의 종류가 많아지고 달라진 것은 틀림없었다.


그래서 여사님에게 아침 회진 때 교수님에게 약이 문제인 것 같다고

계속 말을 하라 했는데 변하는 건 거의 없었고,

담당의사인 레지던트는 기다려보자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


또 괜히 피만 매일 뽑고

CT, MRI, 엑스레이만 찍어대니 엄마의 체력이 남아나지 않는 게 당연했다.       

엄마의 몸이 악순환으로 전환됐다.

염증 수치가 9배가 올랐고, 열도 났고, 다 나았던 엉덩이 욕창 자리가 파이기 시작했다.      


이런 미친!!

이게 말이 돼!!!     


재활해서 더 좋아지려고, 멀쩡하게 웃으면서 들어온 엄마가...

오히려 면역력이 약해져서 염증이 생기고, 욕창이 생기고, 눈도 못 뜨고....

화가 난다!!!!     




어제는 너무 화가 나서,

코로나 때문에 올라오지도 못하게 했던 병동으로 올라갔다.

담당 레지던트 이름이 뭐냐?

당장 불러달라고 했더니 간호사 역시 너무 불친절하게 기다리라고 대답했다.

엄마가 입원해서 먹었던 약 리스트를 전부 뽑아달라고 해서

대기실에 앉아서 약들을 검색했다.     


그리고...

왜 엄마가 설사를 하고 아프셨는지....

약 리스트를 분석한 결과 답이 나왔다.     


약 리스트를 보고 내 눈이 뒤집어졌다!

간호사한테 당장 레지던트 부르라고 했더니. 간호사가 짜증을 낸다.


엄마에게 가장 필수적인 진통제를 4일간 주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진통제를 줬던 날도 지금까지 드셨던 양의 1/3만 줬던 것이다!

이러니 진통제로 겨우 버티고 있던 엄마의 컨디션이

당연히 나빠지는 건 시간문제였다.

왜 이렇게 변비약을 많이 준거야!!!

그러니 설사를 했지!!     


“지금 저한테 짜증 내신 겁니까?”

“아뇨. 저는 짜증 낸 게 아닌데요. 보호자분,”

“왜 제 감정은 짜증 내시는 걸로 느낄까요?? 보호자로서 담당의사를 만나겠다는 게 이상해요?”

“말씀드렸죠? 의사 선생님이 지금 바쁘시다고요. 아까 문자 남겼어요. 기다리세요.”

“세 시간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으니 더 이상은 못 기다리겠네요. (A4를 전달하며) 환자상태에 대한 제 질문지예요. 여기에 대한 답변을 전화로 해달라고 해주세요.”     


왜 진통제를 사용하지 않았는지와

수면제가 너무 독하니 다른 처방을 해달라는 요구 조건,

피검사. 신장암의 크기를 보기 위한 CT 검사 결과, 뇌병변 상태에 대한 MRI 결과를 알려달라는 내용의

질문지를 간호사에게 건넸다.

그런데 간호사가 미간을 찡그리면서

자기는 여기에 답변을 할 수가 없다는 거다.


“그쪽이 아니고, 의사한테 묻는 질문집니다! 환자 상태가 너무 이상하니까!

당장 담당 레지던트 만나서 얘기를 듣겠다고 기다렸는데 안내려오잖아요!

보호자가 질문을 하는 게 당연한거 아니에요? 간호사님은 전달만 하시면 돼요!”     


내가 지금까지 참아왔던 분노를, 큰 소리를 내며 화를 내니까.

그제야 간호사가 의사에게 전화를 했다.      

후....

고분고분 예의있게,

너희들도 힘들테니 배려하는 마음으로 참았더니  

바보로 아나!

완전 열이 받았다.

진작에 전화를 할 것이지,

지금까지 왜 문자를 남겨서 사람을 기다리게 하냐고~

씩씩거리며 의사가 내려올 때까지 20분을 더 기다렸다.


데.

레지던트가 어딨냐고 전화를 했다.

5층 병동에 있다고 했더니, (짜증난다는 듯 한숨을 내리쉬곤) 자긴 외래에 있으니 전화로 하자고 했다.      

우와... 이런 불친절을 봤나...

분을 가라앉히고

나는 차분히 내가 궁금할 것을 차례대로 질문을 했다.

의사는 나를 개무시하듯 자기 말만 해댔대. 자기는 잘못이 없다는 투였다.

그리고 의료진을 믿으란다.

교수랑 상의해서 알려주겠단다며 기다리라고.


'여태껏 믿었는데, 엄마 상태가 더 안 좋아지니 널 만나겠다는 거 아니야! 말귀 못알아듣니?"


라는 말이 턱밑까지 올라왔다.

지난 1월엔 담당 레지던트가 먼저 전화를 해서 친절하게 엄마 상태를 알려줬고,

욕창치료도 직접 자신이 와서 해주면서 침대에서 재활운동도 시켜줬었다.

그런데 왜 12월 지금은 그때와는 전혀 딴판일까?

생각을 해봤다.      

음...


서 있는 운동을 하는 엄마와 함께


사실 지난 1월에

주치 병원도 아닌 이 대학병원으로 재활을 왔던 이유는,

담당교수가 사촌형부의 친구였기 때문이다.

엄마가 쓰러지시고 나서 바로 예약을 했지만, VRE가 해제되지 않아서 대기자 1번으로 1년을 기다렸다.

입원을 하자마자 담당교수님이 친절하게 인사하셨고.

자연적으로 담당 레지던트와 간호사들이 극진히 대우해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형부에게 또 부탁하기 미안해서

10개월을 기다린 뒤에 절차대로 입원을 했는데...

엄마를 이렇게 막 굴릴 수가 있나?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보호자한테 짜증을 내다니!!

도저히 화가 나서 참을 수 없었다.

2주를 이렇게 버렸는데 앞으로의 2주를 또 이렇게 버릴 수는 없었다.


혹시라도 대우가 달라질 수 있을까?

형부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지금의 사정을 미주알고주알 다 일러바쳤다.

오히려 형부는 미리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하셨단다.      


과연

어떻게 됐을까??     


이틀 동안 아침 회진도 돌지 않았던 교수님이

토요일 아침인 오늘... 갑자기 찾아오셨단다.

친구의 이모님인 줄 몰랐다고....

와우!

여사님은 그동안에 엄마가 악화된 일들을 교수님한테 다시 반복했단다.

그랬더니 교수님께서 따뜻한 눈빛으로  

딸이 하나뿐인데, 열 아들 안 부럽게 잘 키우셨다는 얘기를 친구에게 들었다며

뜬금없이 나를 칭찬했다고 한다.

엄마가 걱정되어서 오늘도 아침에 병원에 찾아갔더니

여사님이 교수님과 있었던 일을 신나서 얘기 하셨다.

그리고 앞으로 싸가지 없는 담당 레지던트의 행동과 간호사의 행동도 달라지지 않겠냐며

어찌 변했는지 알려주겠다고 말하셨다.

음....


    



아파서 억울하면, 집안에 의사 한 명은 있어야 한다! 고들 말한다.  

혈연, 지연, 학연이 이렇게 무섭다는 걸 말하고 있는 거다.

누구에게나 공평해야 할 의료서비스에 대한 안타까운 현실이 이렇다는 걸 말하는 거다.

그나마 지금이야

부모 찬스, 지인 찬스를 쓰면 국민건강보험으로 적용되는

동등한 의료 서비스에서 조금이나마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긴 하다.


그러나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 싶어 하는

지금의 이 정권이 법으로든 대통령령으로든 성공을 한다면...

우리 같은 일반 서민은 '명의'를 만나보지도 못할 것이다.

진짜 웃픈 일이다.



여하튼....

4주간의 빡센 재활로

엄마가 조금이라도 회복이 되실 것을 기대하고 들어왔건만

2주를 담당의사의 헛짓거리로 날려버렸다.

그 고통은 고스란히 엄마가 지셨지만...

남은 2주.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의료진은 절대 사과를 하지 않는다. 모두 환자탓으로 돌린다.)


제발 2주동안 원상태로 엄마가 좋아지시기만을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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