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함께 달리기

달리기 이야기

by 재이

엄마와 달리기를 했다. 사실 달린 시간보다 걷는 시간이 더 많았지만 엄마와 함께 정말로 '달렸으니까' 엄마와 함께 달린 것이다.


길지 않은 달리기 시간 동안 엄마보다 앞서 달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게 달리면 엄마가 힘들테니까 말이다. 내가 앞서서 빨리 달리면 괜히 내 페이스를 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 그저 조금 뒤에서 달리는 것이 좋겠다고, 그래서 약간 빨라지는 것 같으면 일부러 뒤쳐지면서 엄마와 반 보 거리를 두고 따라 달렸다. 1분 달리기에 평소보다 느린 속도로 달렸으니까 정말 전혀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다른 사람을 위해 속도를 늦추어 달리는 일이 어떤 느낌인지 처음 경험한 것 같다. 나는 보통 그런 스타일은 아니니까 말이다.


오늘 달리기를 하면서 엄마와 달렸던 것을 생각하다가, 페이스메이커에 대해서, 일부러 속도를 늦추어 맞춰 달리는 일에 대해서, 뭐 이런 저런 생각들을 했다. 그런 생각들이 떠올랐다. 한참 산을 다닐때 늘 무리의 가장 뒤에서 따라오던 선배의 배려도 생각이 났고.


그리고 새삼 엄마에 대해 생각했다. 사람이 다른 사람을 지지해주는 방식은 모두 다 다르겠고 또 힘을 받는 방식도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나를 반 보 앞서가며 추진력을 주기도 하고, 누군가는 나를 반 보 뒤에서 지켜주면서 힘을 주기도 하고, 그런 것 같은데 나는 늘 나보다 반 보 앞선 사람들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스타일이었던 것 같다.


허나 엄마는 늘 후자였던 것 같다. 늘 나보다 반 보 뒤에 있었던 것이다. 내가 공부를 할 때도, 논문을 쓸때도, 내가 치료하는 지금 이 중에도, 내가 결혼 문제를 고민할 때도, 아무튼 뭘 하든지 엄마는 다른 기준이나 생각에 따라 나를 독촉하거나 몰아세우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말 어떤 의미에서도 나보다 반 보 앞서서 힘을 내라고 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아직까지는 내 인생의 대부분의 경우에 엄마는 늘 반 보 뒤에서 밀어주는 사람이었음을 새삼 알았다. 뒤에서 길을 잃지 않게 빛을 비추어 주는 정도로 나를 지탱해 주면서, 내가 힘들어 하면 '50초 달렸다!'라고 뒤에서 밀어 주면서.


정말 한번도 해보지 못한 생각이었다. 왜 한번도 해보지 못했을까 싶다. 왜인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이 관계를 멀찍이서 재구성해본 적은 없었던 것이다. 이정도로 관계를 보려면 어느 정도는 조금 먼 거리에서 봐야 하는데 한번도 나는 그렇게 이 관계를 들여다보지 않았던 거다.


그런 달리기였다. 엄마의 반보 뒤에서 달린 날. 엄마와 나를 멀리서 바라본 날. 여름밤 냄새가 가득했던 날. 엄마와 함께 달린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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