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10km, 그리고 부상

by 재이

내게는 달리기 대원칙이 있다.


첫째는 절대 무리하지 않는 것.

둘째는 무릎이 아프면 나가지 않는 것.

셋째는 아주 조금이라도 몸이 안좋은 날에는 달리지 않는 것.


첫번째 대원칙에 따라 나는 늘 절대 무리하지 않았고, 그래서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여러 책을 통해 조언을 얻은 뒤 이제 가능할 성 싶었을 때 10km달리기에 도전했다. 그때는 달리기를 시작한 지 3개월이 지났을 때였다. 내 첫번째 도전은 성공적이라면 성공적이었는데, 10km를 모두 달리긴 했기 때문이다. 중간에 걷기도 섞은 10km였는데, 내가 아직 10km를 내리 달릴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10km를 완주했다.


그러나 10km의 마지막 부근에서 무릎과 정강이 어딘가가 아팠다. 무릎이 아픈게 먼저 느껴졌고 나는 평소 불편한 오른쪽 무릎 통증에 꽤나 예민해서 정강이 아픈건 별로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10km를 거의 다 끝낸게 아쉬워서 그만둘 수 없었다. 그래서, 분명 아직 10km 수준이 내게 무리였던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왕 시작한 것을 중도에 관둘 수는 없었기 때문에, 10km를 완수하고 싶은 욕심이 났기 때문에, 계속 달렸다. 이게 패착이었는지도 모른다. 고집이었을까.... 아무튼, 달리기를 하고 나서 무릎과 정강이가 약간 아파서 일주일이 약간 넘는 시간 동안 달리기를 쉬어야 했다.


이 쉬는 시간 동안 무릎과 정강이를 원상복구하기 위해 부상에 관해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했다. 찾아봤던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 다시 읽고 그에 따라 마사지를 했고 폼롤러를 사용해서 근육을 아주 꼼꼼히 풀었다.


고작 3개월 달린 초보 러너였는데도 말이지, 나는 '다시 달리지 못할까봐' 두려웠다. 이 쉬는 시간이 나의 달리기를 방해할까봐 두려웠다. 왜 많은 러너들이 부상에도 불구하고 무리해서 달리기 전선에 재빠르게 복귀하는지, 그래서 왜 부상을 더 악화시키는지 알았다. 내가 초보러너로서 느끼는 조급함이나 이미 익숙하고 숙련된 러너들이 느끼는 조급함이나 기실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일주일 가량 쉬었는데 사실 그보다 더 쉬어야 했다. 그러나 일주일 쉬고 아주 천천히 달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때 재개한 달리기는 거의 지옥같은 달리기였다. 일단 그 조금 쉰 것이 호흡을 몹시 가쁘게 만들어서 힘들었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무릎이나 정강이가 불안하다 싶으면 곧바로 걷기로 전환하면서 달렸다. 이건 내가 등산을 하며 얻은 뼈아픈 교훈, 그렇게 하다간 정말 달리기를 못하게 된다는 두려움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선 곧바로 마사지와 얼음찜질, 스트레칭을 정말 열심히 했다.


그렇게 네다섯번의 지옥같은 달리기를 하고 나니까 달리기는 다시 할만해 졌다. 리듬은 돌아왔다. 쉬었다고 해도 달리기는 변함없이 달리기였고 나도 역시 나였다. 3개월간 달려왔던 몸은 원래 박자를 되찾은 것이다.


달리기와 부상에 관한 정보는 사실 차고 넘친다. 나도 블로그에 그에 관한 글을 쓰고 있기도 하고, 그게 아니어도 유튜브나 여러 책에 관한 정보가 많다는 것을 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부상을 입지 않는 가장 훌륭한 방법은 달리기를 할때 조금 여유를 가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리하지 않는 것이다. 조금 느려도 되고, 많이 달리지 않아도 되고, 굳이 너무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그리고 또, 충분히 쉬어도 괜찮다는 거다. 많이 쉬어도 된다. 내 몸에 여유를 주어도 된다.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도 어떤 좋은 자극제가 될 수 있지만, 우리는 운동선수가 아니니까. 달리기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 하는 거라면 스스로에게 많은 부담을 주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내 몸이 부담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닌지 몸을 잘 살펴볼 줄도 알아야 하는 것이다.


오늘 멈추어야하는 만큼만 하라고, 넘어지거나 무너질 만큼은 하지 말라고,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한다고. 내가 좋아하는 한 러너이자 스승으로 생각하는 분께서 자신의 책에서 말씀하셨다. 나는 그 말이 퍽 마음에 들어서 이후로 마음에 아주 새겨 두었다.


지금까지 해온 것 만큼이나 내일 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고, 앞으로 계속할 수 있는 힘도 중요하다. 오늘만 달릴 것인지, 앞으로 계속 달릴 것인지. 그걸 가늠하는 것이 부상을 예방하는 자세의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그래서 나는 늘 생각한다. 내 몸은 일회용품이 아니고, 나는 소중하니까 나를 잘 살피며 달리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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