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이야기
나는 왜 뛰는가? 나가기 싫은 날도 좀 있었는데 그래도 조금이라도 뛰러 나가던 지난 2월엔 한달 내내 이 생각을 했다. 산에 갈만한 상태였다면 등산을 계속 하느라 달리기를 했을 것 같진 않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등산 대용으로 달리기를 하는 건 또 아닌 것 같다. 2월 내내 생각한 결과는 그냥 뛴다는 거다.
어느 날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달리기를 하던 어떤 날이었다. 갑자기 인정이 됐다. 나는 아직도 미국 유학이 가고 싶다 하는. 솔직해 지자, 나한테 거짓말할 필요는 없잖아 라는 생각이 들면서. 유학을 가든 못가든 거짓말로 스스로를 속이면서 안 가도 괜찮은 거라고 위안하지는 마. 내가 아프니까 낫는게 제일 중요하니까 유학 가고 싶은 마음은 아예 사라졌다고 쉽게 말하지는 마. 그건 거짓말이야, 라는 생각.
물론 너무 힘든 날엔 그런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그게 내 일반적인 마음 상태였던가? 결코 그런 적은 없었다. 너무 아픈 날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날에 나를 왜 살려 두냐고 외치는 절망, 그런 절망 속에서만 유학 가지 않아도 되는 마음이 진심이었다. 나를 왜 살려 두냐는 말이 그저 그런 수준의 속풀이에 불과했듯이 그 마음도 그냥 오기 어린 말이었으면서. 그게 내 마음 전부인 것마냥 말하고 그렇게 생각하진 마. 그건 거짓말이니까.
그런데 더 뛰고 뛰다가 또 알게 된건 다른 한편으로는 정말 전처럼 유학을 못가더라도 실패감에 고통받지는 않을 거라는 사실이었다. 가고 싶다. 그런데 못 가더라도 정말 내게 다른 길이 있을 수도 있다고. 다른 길이 결코 실패자의 길은 아니라고. 그렇지 않아?
이건 마치 이별을 마침내 극복하는 기분과 비슷했다. 너와 헤어진 것이 나를 아직도 아프게 하지만, 많이 아프게 하지만, 영영 지금 생긴 상처 때문에 남은 흉터는 사라지지 않을 것 같지만, 이제 진짜 너가 없어도 되는 나이기도 해. 아직 아픈 것도 사실이고 진짜 괜찮은 것도 사실이야. 이건 거짓말이 아니야.
그날은 돌아오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건강해질 것이고, 다른 길을 찾을 것이고, 그 새로운 길에서도 행복할 것이다 하는 생각. 반드시 그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