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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Nov 01. 2020

한동안 지우지 못한, 아빠의 휴대폰 번호

한동안 술을 많이 마셨던 때가 있다. 안 마셨던 날을 꼽는 훨씬 빠를 정도로. 여느 날처럼 술에 취해 잠들었다가 깼는데 지난 새벽의 일이 스쳐 지나갔다.


당시 아빠의 휴대폰 번호를 못 지우고 있었는데 그날 새벽에 그 번호로 전화를 했던 거다. 한참 울며불며 보고 싶다고 떠들었던 게 기억나면서 너무 죄송했다. 죽은 사람 번호란 걸 알았다면 얼마나 찜찜했을까.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하다가 문자를 발견했다. 


아빠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전화해요.


그 짧은 문자에 얼마나  위로를 받았는지 모른다. 더 민폐를 끼치게 될까 봐, 죄송했고 감사하다는 답문을 보내고 나서야 아빠 번호를 울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너무 감사한 일이다. 혹시 내게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그렇게 받아주고 싶다.


한동안 잊히지 않아 힘들었던 그 번호.

지금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그 번호.


아빠의 영혼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내 꿈에 아빠가 나타난 건 꽤 오래전이다. 아빠가 세상을 떠난 지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 어딘가에 환생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아빠가 만약 환생을 했다면 그 생에는 만수무강하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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